[덕행 2.0] 국내 힙합, 그리고 2022년 4월

글 입력 2022.04.30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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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 음악을 들으면 보잘것없었던 순간도 단박에 떠올릴 수 있을 만큼, 음악은 예기치 못하게 강력한 힘을 발휘하곤 한다. 음악은 일상 가장 가까이서 향유할 수 있는 낭만인 동시에 그때 그 시절의 분위기를, 그리고 우리의 감정을 회상할 수 있게 하는 감각적인 매개체이지 않은가. 음악은 우리 주위에 도사리고 있는 모든 것들을 추억으로 남기곤 한다.


이에 문득 그리워질 이 달을 떠올려보고자 2022년 4월의 국내 힙합 음악들을 되돌아보려 한다.

 

 

 

Lil Moshpit [Yooooo (Feat. 키드밀리, sokodomo, Polodared)]


 

지난 3월 30일(수) 그루비룸의 휘민은 소속사 하이어뮤직 인스타그램을 통해 전속 계약 해지 소식을 전했다. 하지만 게시글을 세로로 읽으면 곧 ‘만우절’, ‘April Fools’라는 단어를 발견할 수 있었고, 커뮤니티 사이트에서는 ‘재밌네’, ‘장난치고는 과하다’라며 난데없는 갑론을박이 벌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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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 뒤인 만우절 당일, 휘민은 릴 모쉬핏(Lil Moshpit)이라는 이름으로 [AAA] 앨범을 발매했다. 피처링 진으로는 키드밀리, 식케이, 쿠기, 릴러말즈, 소코도모 등 국내 메이저 아티스트는 물론 신예 루키 폴로다레드, 캐쉬뱅, 릴김치, 릴 드래곤까지 알차게 등장했다. 뿐만 아니라 에이셉 몹의 에이셉 앤트와 YSL 레코즈의 스트릭과 같은 해외 래퍼들까지 참여해 완성도를 높이며 며칠간의 소란을 한순간에 잠재웠다.

 


▲Lil Moshpit - Yooooo (Feat. 키드밀리, sokodomo, Polodared) (Official Video) [출처 - H1GHR MUSIC]

 

 

릴 모쉬핏은 대단한 야망을 가지고 만든 페르소나가 아니에요.

큰 목표보다는 제가 좋아하는 것들을 하고 싶어요.

 

- 릴 모쉬핏, 하입베스트(HYPEBEST) 인터뷰

 


그루비룸을 통해 대중성과 음악성을 입증한 휘민은 신인 아티스트인 ‘부캐’ 릴 모쉬핏을 통해 장르에 국한되지 않는 ‘힙합’ 그 자체를 보여줬다. 초여름에 걸맞은 그의 뜨거운 음악들은 많은 리스너에게 짜릿한 전율을 선사했다.

 

 

 

엘로(ELO) [Can't Be Happ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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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행복해지려는 과정 속에 불행해진다.

그 과정을 거쳐 결실을 맺는 순간,

행복이 현실이 될지 허구가 될지 모르지만

또다시 그 과정을 반복해 나아간다

 

- 엘로(ELO) [Reality Check] 앨범 소개

 

 

지난 4월 18일(월) AOMG 소속 가수 엘로(ELO)가 정규 앨범 [Reality Check]로 가요계에 돌아왔다. 특유의 감각적이면서도 편안한 멜로디 속에는 사랑에 수반되는 외로움과 권태, 불안감 등 다채로운 감정이 내재되어 있다. 10개의 트랙 전곡에 작사, 작곡 등 프로듀싱 전반에 참여한 그는 자신만의 밀도 높은 서사로 많은 이의 마음에 파동을 일으켰다.

 

 

▲ELO (엘로) - 'Can't Be Happy' Official Music Video [출처 AOMGOFFICIAL]

 

 

뮤직비디오 속 엘로는 ‘외롭지만 아무나 만나고 싶지는 않아. 상처받을까 봐 항상 두려워’라며 제각기의 사람들을 지나쳐가다가도, 곧 그들과 함께 목적지도 모른 채 행복하게 달려나간다. 기쁨도 잠시 혼자가 된 그의 모습은 필연적으로 들이닥친 공허함을 암시하지만, 그는 눈물 나게 아름다운 찰나의 순간을 또다시 기대하게 되지 않을까. 이는 앨범 소개에 담겨있듯 불행과 행복을 반복하는 우리의 인생과 닮아있어 더욱 진한 여운을 선사한다.

 

 

 

빅나티(BIG Naughty, 서동현) [정이라고 하자 (Feat. 10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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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사랑이 아냐

그건 미련이 아냐

그냥 정이라고 하자

 


빅나티(BIG Naughty, 서동현)는 ‘정이라고 하자’를 통해 솔직한 사랑 후일담을 풀어냈다. 타오른 불씨가 매캐한 연기를 남기고 간 듯, 지나간 인연의 흔적에 애달파하는 그의 모습은 퍽 현실적이다. 6년간의 짝사랑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던 ‘Frank Ocean’을 관통하는 이번 곡은 미련인지 정인지 모를 사랑의 잔여물에 아파하는 우리의 초상이기도 하다.

 

 

▲BIG Naughty (서동현) - 정이라고 하자 (Feat.10CM) (Official Live Clip) [출처 - H1GHR MUSIC]

 

 

- 사랑은 향수를 뿌린 그 순간이고, 정은 그 후에 남는 잔향이다.

- 정은 머릿속에 너를 보관하는 것이고, 사랑은 마음속에 너를 보관하는 것이다.

- 사랑은 쉼 없이 뛰게 하고, 정은 비로소 걷게 되는 것

- 정은 계속해서 들여다보는 사진, 사랑은 환상적인 한순간의 플래시

 

음원 사이트의 댓글 창을 확인해보니, 한때 누구보다 치열하게 사랑했던 이들은 이 노래를 듣고 각기 다른 표현으로 각자의 러브 스토리를 설명해나가고 있었다. 이는 우리의 사랑이 더욱 아름답게, 영원하게 기억될 수 있는 이유가 아닐까.

 

 

 

릴러말즈(Leellamarz), 토일(TOIL) - 자가격리 (Feat. 팔로알토(Paloalto))



▲[MV] 릴러말즈, 토일 - 자가격리 (Feat. Paloalto) [출처 - dingo freestyle]


 

지난 4월 24일(일) 래퍼 릴러말즈와 프로듀서 토일은 현 시국에 걸맞은 곡 ‘자가격리’를 발매하며 수많은 공감을 이끌었다. 이 노래에는 실제 코로나19에 걸렸던 두 남자의 자전적인 이야기가 스며들어있다. 함께 공개된 뮤직비디오는 4월 30일(오늘) 기준 약 220만 회의 조회수를 기록, 일상의 회복에 목마른 이들의 마음을 파고들었음을 방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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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각자의 인생에서 긴 자가격리 시간 동안 고생 많으셨습니다.

이 노래가 조금의 위로가 되길 바랍니다.


- [자가격리] 앨범 소개

 


래퍼 미란이는 “저는 격리를 해보진 않았지만, 인생에 관한 것들과도 연결돼 있어서 가사에 공감이 많이 갔다”라는 의견을 내비쳤다. 실제로 ‘자가격리’는 현 시기를 반영하면서도, 타인으로부터 자신을 격리하고 있는 외로운 사람들을 위로하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여기에 믿고 듣는 팔로알토의 피처링까지 더해지며 한층 따뜻한 4월의 선물이 되어주었다.

 

 

 

 

2022년의 3분의 1이 지나간 지금, 별 볼일 없는 하루가 모여 삶의 한편에 자리 잡았다. 4월의 음악들과 함께 꽤나 애틋하게 추억할 수 있는 지금이 될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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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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