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불안한 나의 작은 전쟁터로, 오늘도 출근합니다 '어쩌다 회사 버리고 빵집 알바생' [도서]

글 입력 2022.04.26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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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logue. 무기력한 날들이 반복되다


 

퇴근 후 집에 돌아오는 길에 혹은 잠에 들기 전에, SNS를 둘러보면 직장에서의 경험담을 그린 짤막한 만화들이 많이 보였다. 대학에 다닐 때에도 시험공부를 하다 지치면 가끔 그런 만화를 보며 위로받기도 하고, 웃으며 공감한 적도 많았다. 같은 힘듦을 함께 겪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면서 나만 힘든 건 아니구나 하고 한번 마음을 내려놓으며 다시 힘을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입시가 지나면 나을까, 졸업을 하면, 취업을 하면 더 괜찮아질까 하며 나를 잠 못 들게 했던 불안은 직장에 다니면서도, 야속하게도 계속되었다. 업무에 실수가 발생하거나 싫은 소리를 들은 날이 계속되며 나의 부족함을 마주할 때마다, 좋아한다고 생각해서 선택한 직무였기에 그 확신에 찼던 선택에서 오는 실망감과 좌절이 하루하루 나를 갉아먹는 것이 느껴졌고 스스로를 의심하게 되었다.

 

완전한 행복한 삶이 있을 거라는 순수한 환상에 젖어 살았던 건 아닐까, 힘들어도 뭐든지 극복할 수 있을 거라며 과한 자신감을 가졌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들에 사로잡히기 일쑤였다. 아침마다 거울을 보면, 나약하고 지쳐있는 낯선 내 모습이 보였다.

 

집에 오면 아무것도 할 수 없어서 인터넷, 유튜브, 인스타그램의 루프로 계속 휴대폰을 하곤 했는데, 그럴 때 또 다시 눈에 들어온 것이 나와 같은 직장인들의 모습을 담은 인스타툰이었다. 4-10컷 정도 분량의 짤막한 만화를 보며 세상에 힘든 직장은 생각보다 많구나, 나보다 더한 일을 겪은 사람도 많구나 하던 차에, 과감히 퇴사를 결정하고 빵집 알바생을 한다던 저자의 경험담은 무언가 내가 부러워할만한 대상이 되지 않을까, 퇴사 후 더 나은 삶을 꿈꿀 핑계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홀리듯 읽어보게 되었다.

 

단순노동은 가치나 생산성이 떨어지지 않나? 하며 빵집 알바가 쉬울 것이라고만 생각했으나, 결론적으로 쉽기만 한 삶은 없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

 

방송 디자인을 하던 5년 차 직장인이

회사 버리고 빵집 알바생이 되었다!

 

누구보다 빨리 사회에 나오고 싶었다. 누구보다 열심히 하루를 살아냈고, 회사에 취직했으며, 열심히 일했다. 하지만 사회는 냉정했고, 치열했고, 숨을 쉴 수 없었다. 방송일은 쉼 없이 돌아갔고 나도 쉼이 없었다. 어찌어찌 5년을 버텼으나 3·6·9의 법칙이 9일, 6일, 3일로 찾아오는 것을 느끼며 퇴사했다.

 

'조금만 쉬다가 다시 일을 해야지…'라고 생각했지만 다시 일을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내 몸과 마음은 휴식과 치유가 필요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손을 놓고 살 수는 없었다. 다 큰 성인이 엄마 아빠 밑에서 하루하루를 허투루 살 수는 없었으니까.

 

'알바는 어떨까?'라는 생각을 했다. 학생 때에는 방학에도 학원에 다니느라 알바는 못해봤는데. 알바는 회사와 다를 것 같았다. 정시 출근, 정시 퇴근! 내 삶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마침 집에서 5분 거리에 빵집이 오픈했다. '빵집 알바…? 빵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빵집 알바를 잘할 수 있을까…?' 고민 끝에 이력서를 제출하자마자 바로 합격이 됐다! 그렇게 시작된 빵집 알바생 개띠랑의 하루!

 

 

 

야속한 고통 총량의 법칙


 

종교는 없지만 내가 절대적이라 믿고 있는 '고통 총량의 법칙'에 역시 예외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과거에 고통을 겪으면 현재는 조금 편해지고, 지금이 힘들면 나중엔 그만한 행복이 오기 때문에 한 사람이 겪는 고통의 총량은 어느 정도 비슷하다는 맥락에서 나는 이 말에 자주 마음을 다잡곤 한다).

 

직장을 5년간 밤낮없이 다니며 힘든 날들을 보냈던 작가는, 그간의 사회생활로 얻은 업무적 스킬과 눈치(?)를 알바 생활에서 십분 활용하며 손님을 대하거나 빵의 종류, 수량을 파악하는 데에 도가 튼 능력자 알바생이 되었다. 퇴근 후에는 간절히 원하던 자기만의 시간을 갖게 되었지만, 그만큼 찾아오는 앞으로의 커리어에 대한 불안도 존재했다.

 

당연한 삶의 법칙이지만 그로 인해 퇴사에 대한 열망은 다행히(?) 조금 꺾였다. 지금 내가 힘들다면 도태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고, 열심히 살고 있다는 증거이니 앞으로 지금보다는 조금 더 나은 방향으로 갈 수 있지 않을까, 싶어졌다.


 

 

언제나 의지와 방향성이 중요해


 

나를 무력하게 만들고 있는 건, 돌아보니 하고 싶은 것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직장에서의 힘든 일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고, 언제 또다시 감정의 소용돌이와 어려운 업무들이 닥칠지 모르겠지만 그 강도와 분위기에는 아주 조금 익숙해져서 '아, 지금 또 힘든 때구나. 지나가겠지 곧. ' 이런 마음을 지금은 갖게 되었다.

 

그래서 지금의 나는 힘든 일은 언제나 있고 나는 어떻게든 그 산을 넘긴 해야 하니까, 재미와 성취감을 착즙해보자고 마음먹기 위해 노력 중이다. 그러다 보면 선물처럼 의외의 칭찬과 보람이 나를 토닥여줄 때도 오지 않을까 하며 내가 좀더 잘하고 있는 일, 잘할 수 있는 일, 나중의 나에게 도움이 될 일들을 회사의 안과 밖에서 무진 찾고 있다.

 

조금 더 확장된 시선으로 길게 삶을 바라보고자 성공한 타인의 삶을 레퍼런스 삼고, 주변의 내 사람들에게서 배울 점을 찾다보면 흔들리는 내 나침반도 길을 알려줄 때가 오지 않을까.

 

기획 쪽에서 일을 하다보니, 언제나 '방향성'이 중요하다는 말과 '대안의 풀이 넓어야 한다'는 말을 가장 많이 듣는다. 삶에서도 그런 것 같다. 울다가 가끔 웃게도 하는 지금의 회사에서 얻은 소중한 교훈이다.

 

넓게 보며, 나에게 매력적인 선택지를 하나씩 경험하며 순간의 선택들을 최선으로 만들어야겠다는 의지로, 순탄하지만은 않은 첫 직장 생활에서의 어려움을 겸허하지만 능동적으로 헤쳐 나가야겠다. 더 나은 길로 가는 과정에 있는 나를 미래의 내가 대견해할 수 있도록, 불안한 나의 작은 전쟁터로 당분간은 계속 나설 것 같다.

 

 

[차소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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