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나의 이 시국 교환학생 일기 6

글 입력 2022.04.27 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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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다가온 부활절 연휴. 사실 여행을 간다는 마음에 설레기보다는 학교를 안 가도 된다는 마음에 더 부활절이 기다려진 것 같다.

 

스페인은 정말 지중해성 기후가 맞는 걸까? 가끔 해외 연예인들 파파라치를 보면 누군 반팔, 누군 패딩을 입고 있어서 저기 날씨는 도대체 어떤 거야? 싶었는데 이제 그 이유를 알아냈다. 햇빛은 엄청 강한데 바람은 차갑다. 조금만 햇빛에서 벗어나도 바로 추워진다.

 

선글라스는 좀 과한 것 같아서 애초에 한국에서부터 챙겨오지 않았는데 한국 햇빛과는 비교도 안되는, 말 그대로 내리쬐는 햇볕 때문에 눈을 제대로 뜰 수가 없을 정도다. 한국에서는 생겨본 적도 없는 기미였는데, 맑은 날 고작 몇 시간 돌아다녔다고 올라온 기미를 봤을 때 심장이 내려앉는 줄 알았다.

 

 

 

발렌시아


 

스페인에서 세 번째로 큰 도시라는 발렌시아 여행을 바르셀로나보다 더 기대하고 있었지만 도착 첫날은 애매한 시간이라 숙소 근처에 있는 식물원, 중심 광장 구경 정도만 하고 중간에 숙소로 돌아와 휴식 시간을 가진 후 저녁을 해결한 게 다였다. 비가 내려서인지 몸은 축축 처져 3박 4일 중 하루를 허무하게 보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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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행으로 느낀 건 연휴 때는 움직이지 말자는 것이다.

 

부활절 당일인 17일만 상점들이 문을 닫는 줄 알았는데 부활절 연휴 시작일부터 그 다음 주 월요일, 화요일까지 문을 닫거나 문을 연다 해도 평소보다 일찍 영업을 마감하는 곳들이 많았다. 심지어 유명 관광지마저도 그랬다.

 

유럽에서 가장 큰 시장인 발렌시아 중앙 시장을 가기 전에 구글을 통해 확인하니 금요일까지 영업을 하지 않는다고 돼있었다. 심지어 원래 영업시간도 아침 7시부터 오후 3시까지라 빨리 가지 않으면 구경할 수 없는데, 미리 정보를 알아보지 않은 걸 후회했다.


특히나 발렌시아는 다시 올 기회가 없을 것 같아 더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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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날은 유럽 최대 규모의 수족관이라는 오세아노그라픽으로 향했다. 오세아노그라픽은 학생 할인을 해서 27유로라는 입장권 가격에 비해 정말 규모만 큰 수족관 같았다.

 

오히려 다 보고 나와 산책 겸 구경을 했던 예술과 과학의 도시가 현대미술 작가의 기묘한 작품과 덥지도 춥지도 않았던 날씨, 해 질 녘 풍경이 다 조화로워서였을까 별 건 없었지만 오세아노그라픽보다 더 좋았다.

 

발렌시아에서의 마지막 날은 오전에 발렌시아의 전경을 볼 수 있는 미켈레테 탑을 갔다가 해변을 구경하고 빠에야의 본 고장에 온 만큼 저녁으로 빠에야를 먹기로 했다. 원래 미켈레테 탑은 일몰쯤에 가려고 했는데 앞서 말했듯 부활절로 인해 영업시간을 단축해 마지막 입장 시간이 1시여서 급하게 움직였다.

 

탑만 올라가는 입장료는 2유로고 이어져있는 성당에 입장하는 건 또 따로 돈을 지불하는 것 같았는데, 내가 갔을 땐 미사를 드리고 있어 무료인 것 같았다. 올라가고 내려가는 길이 하나뿐이라 사람을 모아 한꺼번에 올려보내고 내려보내는 시스템이라 한참을 기다리다가 들어갈 수 있었다.

 

아침부터 격한 운동을 했다. 가뜩이나 나선형 계단이라 어지러웠는데 계단 높이가 엄청났다. 심지어 위로 올라갈수록 폭이 더 좁아져 갈수록 올라가기가 힘들었다. 입구에 207개의 계단이 있다는 알림이 있긴 했는데 이 정도일 줄이야.

 

나만 힘들어하는 건가 싶었지만 막 입장하고 나서 내 뒤로 바짝 쫓아오던 사람이 사라진 걸 보면 나만 힘들어한 건 아닌 듯하다. 허벅지가 터질 것 같을 때쯤 도착한 탑에서 내려다 본 발렌시아의 전경은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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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에야의 본 고장인 발렌시아에 왔으면 발렌시아식 빠에야를 먹어줘야지라고 생각했는데 발렌시아식 빠에야에는 기본적으로 토끼고기와 달팽이가 들어간다는 걸 듣고 얌전히 오리고기와 닭고기가 들어간 빠에야를 주문했다.

 

3대째 운영 중이라는 Navarro는 한국인 리뷰도 많고 유명한 곳이라 발렌시아에 도착하자마자 가려고 했는데 이곳의 운영 시간은 1시부터 4시까지로 예약 없이는 방문하기 어렵다고 한다.

 

발렌시아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전화로 오늘 예약할 수 있냐고 물어봤는데 오늘은 자리가 없다는 말을 들었다. 그럼 다음날에라도 갈까 했는데 하필이면 딱 우리가 지내는 기간 동안은 식당이 문을 닫는다길래 다른 식당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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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도 자리가 다 찼다며 예약을 한 번 거절당하고 두 번째 만에 갈 수 있었다. 우리가 찾은 La Riua는 별점이 꽤 갈리는 것 같아 살짝 걱정스러웠는데 이제껏 스페인에서 먹은 빠에야 중 가장 덜 짜고 맛있었다.

 

만족스러웠던 빠에야로 3박 4일간의 발렌시아의 일정을 마무리하고 떠난 바르셀로나에서의 5박 6일은 다음편에서 다루고자 한다.


 

[신민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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