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300원의 축복, 디카페인 커피 [음식]

앞으로 더 많은 곳에서 디카페인 커피를 만날 수 있기를 바라며
글 입력 2022.04.11 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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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를 너무 많이 마셨나 봐요
심장이 막 두근대고 잠은 잘 수가 없어요

'우주를 줄게' - 볼빨간 사춘기
 
 
볼빨간 사춘기의 '우주를 줄게'를 들을 때마다, 나는 이 가사에 진심으로 공감했다. 나는 카페인에 정말로 예민한 나머지 커피를 마시면 '심장이 막 두근대서 잠을 잘 수 없는' 사람이다. '너무 많이' 마시지 않고도 말이다.

이 사실을 알게 된 건 카페모카가 초콜릿 맛이 난다는 걸 듣고 호기심에 카페에 가서 처음으로 커피를 마신 날 밤이었다. 자려고 누우니 정신이 이상하게 말짱하고 가슴은 쿵쿵 뛰었다.
 
분명히 피곤한 것 같은데 눈을 감아도 잠이 통 오질 않았다. 원래 늦어도 새벽 1시에는 무조건 곯아떨어지는데, 새벽 4시가 될 때까지 눈이 말똥말똥했다.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며 그제서야 깨달았다.

아, 나 몸에 커피가 진짜 안 받나 보다.

아무리 몸에 커피가 안 받아도 커피를 전혀 안 마실 수 없었다. 일단 기본적으로 카페에 가면 가장 무난하게 시킬 수 있는 음료가 아메리카노와 다른 커피류였다. 게다가 안타깝게도 처음 마셨던 카페모카의 맛이 꽤 마음에 들어서, 주기적으로 커피 생각이 났다.
 
마시고는 싶은데, 마시면 잠을 못 자는 게 100% 확정이니 그런 날은 마음의 준비를 하고 커피를 마셨다. SNS를 5초에 한 번씩 새로고침하며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우면서까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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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카페인의 존재를 알게 된 것은 그로부터 얼마 뒤였다.
 
처음으로 카페 메뉴판의 '디카페인'이라는 단어가 눈에 띄었다. 300원만 추가하면 카페인이 (거의) 없는 커피를 마실 수 있다니, 시도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그리고 그날. 처음으로 커피를 마시고도 숙면을 취할 수 있었다. 다음 날 말끔한 정신으로 아침을 맞으며 다짐했다. 앞으로는 무조건 디카페인만 마신다!

하지만 그 다짐은 깔끔하게 무너졌다. 당시에는 큰 프랜차이즈 카페 중에서도 몇몇 카페에서만 디카페인 커피를 취급했기 때문이다. 커피를 마시고 심장을 두드리며 밤을 지새우는 나날은 지속됐다. 그래도 가끔가다 마주치는 디카페인이라는 행운에 기뻐하면서 말이다.

요즘 길을 지나가다 보면 디카페인 커피를 취급하는 카페들이 많이 늘어난 듯하다. 대형 커피 전문점 프랜차이즈는 물론이고, 몇몇 동네 카페에서도 맥도날드나 던킨도너츠와 같은 커피 전문점이 아닌 곳에서도 디카페인 커피를 만날 수 있다. 너무나도 반가운 변화다. 커피를 좋아하지만 '잘'은 못 마시는 사람들을 위한 최선의 선택지는 디카페인 커피가 있는 카페로 발걸음을 옮기는 것인데, 향할 수 있는 선택지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니까.

나에게 디카페인은 단 300원으로 맛볼 수 있는 축복과도 같다. 일단 심장이 뛰는 소리를 밤새도록 듣고 있지 않아도 되고, 잠도 푹 잘 수 있다. 만약 디카페인이 없었다면 내가 얼마나 많은 밤을 눈을 뜨고 보냈을지 감도 안 잡힌다.
 
커피를 좋아하지만 막상 마시면 힘든 수많은 사람들이, 앞으로 더 많은 곳에서 디카페인 커피를 만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라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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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지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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