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내 안의 레서판다를 찾아서 [영화]

평범한 여자아이가 자신의 레서판다를 마주해 성장하기까지, 영화 <메이의 새빨간 비밀>
글 입력 2022.04.04 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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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디즈니플러스로 공개된 픽사의 장편 애니메이션 <메이의 새빨간 비밀>은 13세 소녀 메이가 사춘기를 겪으면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여자아이의 사춘기를 레서판다로 표현하여 보여주는 방식이 내내 통통 튀고 사랑스러운 영화였다. 나도 그 시기를 지나와서 그런지, 메이의 모든 행동이 다 나의 과거를 보여주는 것 같아 어딘가 쑥스럽기도 했다. 정말 귀엽고 또 귀여운 영화! <메이의 새빨간 비밀>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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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러운 불청객, 레서판다



메이는 매사에 적극적이다. 성적도 잘 받고, 친구들과도 잘 지내고, 부모님 말도 잘 들으며 좋은 학생, 좋은 친구, 그리고 좋은 딸로서 살아간다. 누구에게나 잘 보이고 싶어 하는 그야말로 평범한 여자아이다.


동네 슈퍼마켓에서 일하는 남자아이를 그린 그림을 엄마에게 들킨 날 밤, 메이는 괴상한 악몽을 꾼다. 그리고 아침에 일어나 거대한 레서판다가 된 자신을 발견한다.

 

 


내 안의 레서판다를 받아들이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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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서판다는 사춘기를 의미한다. 레서판다인 나도, 그러니까 사춘기인 나도 분명 나인데 내가 아닌 것 같고, 몸에서 이상한 냄새도 나는 것 같다. 내 감정과 생각을 쉽게 통제할 수도 없고, 마음 한편에 숨겨뒀던 말을 입 밖으로 툭툭 내뱉는다.

 

메이는 이제까지 부모님을 위해서 부모님이 바라는 모든 걸 다 하는 딸이었지만, 이제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 쿵쿵대고 걸으면서 화났다는 티를 내기도 하고, 은근히 목소리를 크게 내 반항하기도 한다. 또래 친구들과 함께 있을 때에도 이전보다 훨씬 대담하게 행동한다.


메이는 자신의 감정을 통제할 수 없을 때 레서판다로 변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친구들을 떠올리며 편안하게 마음을 다잡을 수 있는 상황이면 다시 사람의 모습으로 돌아온다는 것도. 레서판다로 변하는 것은 엄마 쪽의 집안 내력인 것도. 과거 엄마와 외가 친척들이 의식을 치러 자신의 레서판다를 가두었던 것처럼 메이 역시 의식을 계획한다.

 

한 달 뒤의 의식까지만 참으면, 이제 영원히 레서판다를 숨기고 살아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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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친구들은 자신의 레서판다를 받아들인다. 네가 어떤 모습이든 상관없다고, 누구보다 먼저 메이를 긍정하고 응원한다.

 

메이는 문득 하나의 의문을 가진다. 어른들은 숨겨야 한다고 하지만, 오히려 친구들이 지금의 모습을 정말 좋아하는 것 같고 나도 이전의 나보다는 지금의 내가 편하고 좋은데. 꼭 내 안의 레서판다를 없애야 할까? 결국 메이는 의식을 하는 동안 자신 안의 레서판다와 함께 살아가는 길을 선택한다. 메이가 스스로 결정한 자신만의 길이다.


메이는 레서판다로서의 자신도, 레서판다가 아닌 자신도 '나'임을 받아들인다. 나의 변화를 회피하지 않고 수용하여 새로운 발걸음을 내딛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메이는 사랑하는 엄마를 실망시키기도, 소중한 친구들에게 상처를 주기도 하지만, 혼자 앓지 않고 레서판다와 함께 지혜롭게 상황을 헤쳐나간다.

 

자신을 받아들이고 진짜 자신을 알아가기 시작한 메이는 성장한다. 자신을 어느 정도 돌아보는 삶을 위하여.

 

 


내 안의 레서판다를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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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누구나 자라며 각자의 레서판다를 마주한다. 때로는 감정을 통제할 수 없어 과도하게 드러내기도 하고 때로는 최대한 숨기면서 성장통을 겪는다. 그리고 레서판다를 받아들이더라도, 받아들이지 않더라도 결국 시간이 흘러 어른이 된다. 하지만 어른이 되고 나서 자신을 대하는 태도는 각각의 경우에 있어서 서로 사뭇 다를 거라 생각한다.


휴대폰을 바꾸면서 드라이브 파일을 정리할 때마다 중고등학생일 때의 나를 발견한다. 어떤 사진에서는 정말 짜증이 머리끝까지 차 있는 표정 같은데, 어떤 사진에서는 치아를 아주 훤히 드러내고 눈이 안 보일 정도로 웃고 있다. 사진을 보면서 이 순간의 나도, 저 순간의 나도 나구나, 그리고 이때 나의 레서판다가 있었기 때문에 지금의 내가 있구나 생각한다. 메이의 다채로운 모습을 보면서 이때처럼 내 사진을 보지 않고도 새삼 다시 그 생각이 들었다.


<메이의 새빨간 비밀>은 지금 사춘기를 보내고 있는 여자아이들의 더 할 나위 없는 공감을 받을 영화이기도 하지만, 그 시기를 이미 지난 여자 어른들에게도 마찬가지로 와닿을 내용이 많은 영화다. 그리고 일단 레서판다가 된 메이가 정말 크고 귀여우니 귀여운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사랑하게 될 영화라고도 생각한다.

 

여자아이들의 우정과 엄마와 딸의 관계를 중심으로 그려낸 성장 이야기를 보고 싶다면 무조건 추천한다. 픽사 애니메이션에서 처음으로 일본 애니메이션스러운 '초롱초롱 눈'을 보는 재미, 그리고 '백스트리트 보이즈'의 노래를 자주 듣는다면 반드시 흥얼거리면서 들을 '4TOWN'의 노래는 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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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지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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