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몸이 힘들어야 마음이 편한 나, 정상인가요?

글 입력 2022.04.01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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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고된 하루였다. 아침에는 학생으로서 학교에서 수업을 듣고, 오후에는 아동센터의 선생님이 되어 학생들을 가르쳤다. 귀가 후엔 쉴 틈도 없이 밀린 빨래를 돌리는 동안 며칠 전 먹다 남은 치킨을 데워 저녁을 때우고, 얼마 전 새로 시작한 팟캐스트 방송을 녹음하였다. 그리고 지금은 에디터로서 한 편의 글을 쓰고 있다.


오늘만 해도 네 가지 모습의 내가 있었다. 학생과 선생, 팟캐스트 DJ 그리고 에디터까지. 그럼 쉬는 날에는 무얼 하냐고? 쉬는 날에는 고깃집에서 서빙 알바를 한다. 그러고도 남는 자투리 시간에는 곡 작업을 하며 인디 뮤지션으로서의 활동을 하고 있다.


쉴 틈도 없이, 총 6개의 ‘나’로 살아가는 모습을 보며 주변 사람들은 나에게 힘들지 않냐고 물어본다. 당연히 힘들다. 그런데 나를 잘 아는 주변 친구들은 나에게 더 이상의 질문은 하지 않는다. 나는 바쁜 걸 좋아하는 특이한 성격을 갖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무언가 할 게 없으면 초조해지는 나의 모습을 처음 마주한 것은 군 생활을 할 때였다. 자투리 시간에 할 게 너무 없었던 나는 휴가 때만 되면 서점에 있는 온갖 낱말퍼즐과 스도쿠 책을 사서 복귀하곤 했다. 군 생활에 차츰 적응할 때부턴 두 시간 정도 되는 개인정비 시간을 운동, 공부, 여가로 3등분 하여 그 짧은 시간도 바쁘게 보냈다. 하루라도 어긋나면 괜한 불안에 빠지곤 했다.


이러한 불안에 정통으로 직면한 것은 전역 직후였다. 예전에 매일같이 함께하던 친구들도 이제는 각자의 삶을 살아가느라 서로 만나는 일이 줄었고, 서서히 시작된 코로나19의 여파로 더더욱 나의 시간을 소비할 곳이 사라져갔다. 무얼 해야 할지 몰라 방황하던 나는 조금씩 용기를 내어 내가 좋아하는 일, 내가 하고 싶었던 일들에 하나씩 도전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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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씩 하고 있는 일들에 지칠 때마다

아트인사이트에 들어와 지금까지 써온 글들을 돌아보곤 한다.

관리 창에 들어가보니 지금이 벌써 60번째 글이다.

이전의 나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그때는 그 이상의 것을 생각하지 못했는지를 떠올리며

지금 나의 모습과 생각을 비교하는 것이 참 재미있다.

기록이 주는 소소한 즐거움이지 않을까.

 

 

이때 처음 도전장을 내민 곳은 아트인사이트 에디터. 방황의 끝에서 시작한 이 도전은 벌써 3년째 진행 중이다. 이를 기점으로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에 대한 행복을 알게 된 나는 그 영역을 넓혀나가기로 했다. 에디터 활동을 통해 얻은 용기로 그동안 꿈꿔온 싱어송라이터로서의 데뷔 준비와 예전에 잠깐 하고 미뤄두었던 공인영어 공부도 시작하였다.


거기에다가 한 영화 작품의 음악 감독직 제의가 들어와 작품 활동도 시작하게 되었다. 그야말로 일복이 터진 것이다. 그때를 생각하면 쉴 시간이 없을 정도로 너무 힘들었지만, 이전까지 하던 방황을 끝낼 수 있었다는 것에 참 행복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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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튜디오에서 작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면 앨범 작업이 기다리고 있었다.

주변 환경을 탓하며 도전하지 않았던 일들을 하나씩 진행해보니

그동안 할 수 없었다 생각했던 것들은 하지 않았던 것이었고,

그 이유들은 모두 핑계였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오랜 준비 끝에 나의 자작곡이 담긴 나만의 음반을 발매하게 되었고, 목표 점수를 뛰어넘는 영어 성적을 받게 되었고, 감독으로서 첫 작품 활동이었던 영화도 성공적으로 완성이 되었다. 이렇게 좋게 끝날 결말이면 좋으련만, 할 일이 다 끝나니 또다시 방황에 빠지게 된 것이다. 다시 한가해진 나는 새로운 도전에 목말라 있었다.


그렇게 허송세월 보내고 있을 무렵, 오래전에 일했던 고깃집에 인사할 겸 잠깐 들렸는데 다시 알바해줄 수 있냐는 부탁을 받았다. 바쁘게 사는 것이 이 방황을 끝낼 방법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에, 나는 흔쾌히 다음 날부터 출근하겠다고 답했다. 학교 다니면서 알바 하는것이 힘들지 않겠냐는 배려에 나는 과감히 주 4일 출근을 말했다.


나 : “저 예전에 일하던 고깃집에서 다시 알바 나오래요. 그것도 주 4일”

엄마 : “집에만 있으면 뭐 하니, 솔직히 좋으면서 왜 그래?”


역시 나를 가장 잘 아는 건 부모님뿐인 것일까. 부모님도 할 일 없이 기죽어 집에만 있는 나의 모습이 안쓰럽다고 하실 정도였으니. 하여간 두 번째 방황을 끝마칠 새로운 일을 시작하니 인생에 다시 탄력이 붙었다. 앨범 작업도 그동안 자신이 없어 시도하지 못했던 새로운 장르에 도전도 해보고, 예전에 봉사하던 아동센터에서 정식으로 선생님이 되어 보람도 느끼는 중이다. 최근에는 오디오 콘텐츠에 도전해 보고 싶은 생각에 그동안 흥미롭게 지켜만 보던 팟캐스트에 도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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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의 첫 팟캐스트, 그 첫 번째 방송을 녹음하는 장면.

유튜브 활동도 겸하고자 동영상 촬영도 진행하였지만,

아직은 여유가 없어 하고 있는 다른 일들에 소홀해질까 봐 미뤄둔 상태이다.

그래도 언젠가는 꼭 도전할 것이다!

 

 

그렇게 나는 지금 여섯 가지의 ‘나’로 살아가고 있다. 학생(학교), 에디터(아트인사이트), 선생님(아동센터), DJ(팟캐스트), 싱어송라이터(가명, 무명의 인디 뮤지션), 사장님 또는 저기요(고깃집)까지. 역시나 주변 사람들은 나에게 이야기한다. 그렇게 바쁘게 살면 힘들지 않냐고. 서두에도 말했지만 당연히 힘들다. 그 어느 때보다 바쁘고 힘든데, 그 어느 때보다 마음이 평온하다.


몸이 힘들어야 마음이 편한 나. 그저 지치지만 않기를, 지금의 행복을 포기하지 않기만을 바라며 앞으로의 날들도 힘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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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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