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하고 싶은 건, 그래도 하고 살자! [사람]

내가 사랑하는 ‘쓰는 행위’를 하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얼마나 의미있고 소중한 시간인지.
글 입력 2022.03.13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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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어릴 때부터 글을 좋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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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말을 빌리자면, 나는 아이 때 말을 빨리 시작했고 어린이집에 다니던 시절에는 동시 암송 대회에서 몇 번이고 우승을 거머쥐었으며 또 매주 맞춤 필독 서비스로 배송되었던 책들을 스스로 술술 읽는 걸 보고 영재인 줄 알았다나 뭐라나. 그래서 신기할 만큼 또래보다 책을 좋아했다. 남들이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이나 만화책에는 크게 흥미가 없었고, 추리소설이나 잡지 아니면 역사책을 주로 읽었던 것 같다. 책을 읽고 있으면 머릿속에 장면 장면들이 그려지는 것이 좋았다. 정해진 틀 없이 글을 읽고 머릿속에서 내가 상상하는 그대로를 그려내는 게 재밌었던 것 같다. 이것 또한 내가 공상가였기 때문일 거다. 아, 참고로 나의 MBTI는 INFP이다. 이렇게 설명하는 편이 훨씬 잘 와닿을 것 같아 꺼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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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속의 사람(person-in-enviroment)이라는 말이 있다. 인간은 환경의 영향을 직・간접적으로 받고 또 상호작용을 한다는 관점 중 하나이다.

 

앞서 말했던 것처럼 어릴 때부터 글과 함께 자란 나는 당연하고 자연스럽게 글을 사랑하게 되었다. 또 동시와 소설, 역사책, 위인전이 가득 꽂혀 있었던 나의 책장은 공부가 싫었던 어린 내가 숙제 시간에 도망칠 수 있는 유일한 곳이었다.

 

글을 읽고 있으면 부모님도 뭐라고 하시지는 못한다는 걸 아는 마음으로 읽었던 것도 있었지만, 글을 읽고 있으면 시간이 너무나도 잘 가서 금세 취침 시간이 되는 게 좋았던 것 같기도 하다. 조금 더 커서는 인간관계에서 틀어지는 일이 있을 때, 글 속으로 도망쳐서 상황을 모면함과 동시에 마음에 평안을 되찾으려고 애쓰기 위한 수단으로써 사용하기도 하였다.


아무튼 읽기를 좋아했던 나는 초등학생 때 숙제로 내주는 일기가 아닌 스스로 일기를 쓰기 시작하면서 쓰기에도 흥미를 가지기 시작했다.

 

혼자만 보는 글이라 부담이 없었고 아무 말이나 써도 읽어줄 사람이 없으니 상관없었다. 그래서 오늘 있었던 일들과 함께 들었던 노래나 감정들을 썼었다. 일기를 쓸 무렵의 나는 한참 에세이에 빠져있었는데,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접하면서 식견도 넓어졌고 또 그들처럼 나도 언젠가 글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어렴풋이 갖게 되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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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예전부터 글쓰기는 좋아했지만 깔끔한 글은 쓸 줄 몰랐던 내가, 운이 좋게 아트인사이트 에디터가 되어 나의 시선으로 문화예술에 대하여 이야기하게 되었지만 지금도 간결하고 짜임새 있는 글을 쓰는 건 여전히 어렵다. 다행히도 스스로 객관화가 잘되는 편이었던 나는 이것을 일찍 깨달았고, 결국 고등학생 때 작가가 되겠다는 마음을 접었다. 글을 사랑하는 마음은 컸지만 도저히 글로는 먹고살 수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최근에 다시 이 문제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이런 결론에 다다랐다.

 

 

1. 주로 감정을 정리하기 위해, 혹은 토해내듯 쓰는 글이 대다수라서 공감을 하기도 전에 부담이 되는 편이다. 남들을 설득하거나 멋진 세계관을 설명하는 일과는 거리가 먼 이야기들을, 정리가 되지 않은 채로 늘 써 내려갔기 때문에 나는 이걸 업으로 삼을 수가 없는 것이다.

 

2. 공상에 젖을 때가 많지만 그것을 이야기로 풀어내는, 창조적인 능력은 생각보다 형편이 없는 수준이다. 그래서 그토록 원했던 소설이나 시를 쓰는 작가는 될 수가 없다.

 

 

그래, 사랑하는 마음만으로 되지 않는 것들이 세상에는 너무나도 많다. 슬프지만 나는 덤덤하게 이것을 받아들이기로 했고, 하고 싶은 것 중에서도 내가 조금 더 잘할 수 있는 것을 찾아서 전공하기로 마음을 먹게 되었다. 그리고 원하는 전공을 찾았고, 지금은 그것을 업으로 삼는 사람이 되었다.

 

원하던 일(직무)은 아니였지만 전공을 살려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하고 있다. 사실 조바심에 취업 준비를 시작했고, 운이 좋게도 나를 좋게 봐주신 분들과 함께 졸업 후 4개월 만에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취업하면 그래도 조금은 행복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건 크나큰 착각이었다. 생각보다 나는 어릴 적 내가 꿈꿨던 멋진 어른도 아니고 크게 행복하지도 않다. 오히려 취업을 했지만 ‘쓰는 행위’에 대한 목마름은 줄어들 생각을 하지 않고 계속 커지고 있었다. 조금 더 잘하는 것을 하면 괴롭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렇지도 않다는 것을 취업 후 반년 만에 깨닫게 된 것이다.

 

물론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매우 보람될 때도 있지만 퇴근과 주말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리는 나를 보고 있자니 한심하고 또 안쓰러웠다. 그리고 또 생각했다. 그리고 얼마 전에 답을 찾았다.


 

“사람이 하고 싶은 걸 하지 못하면 병이 나는구나. 그래, 조금 못하면 어때. 부족하면 어때. 좋아하는 것을 꾸준히 하는 것만큼 멋있는 일이 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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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다짐했다. 글을 진지하게 써보기로 말이다. 늘 글쓰기 앞에서 어영부영했던 마음을 고쳐먹고 제대로 부딪혀보기로 했다. 사람이 어떻게 완벽할 수만 있겠는가! 조금 부족한 면들을 채워나가고, 빛나는 것은 더 빛나게 갈고 닦는 것인 인생인 것을.


내 주변에는 글을 잘 쓰고 또 좋아하는 사람이 참 많다. 그들 중에는 기자, 에디터 등 글을 쓰는 것이 업인 사람들도 더러 있다. 이렇다 보니 글을 쓰는 사람들이 종종 부러울 때가 있다. 글을 쓰고 또 많은 독자들이 그 글을 읽어주고, 함께 공감하고 때로는 비판하는 일련의 과정들 속에 늘 살아간다니. 내가 진정 꿈꾸던 삶인데 하고 생각할 때가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그들은 그것이 직업이고 일이기 때문에 내가 모르는 힘든 순간들이 많을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걱정하고 남의 것을 부러워할 시간에 내가 좋아하고 또 사랑하는 것들을 더 열심히 하는 것이 훨씬 득이 되겠구나. 이걸 이제서야 알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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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글은 말보다 나를 설명하기에 더 적절하고 자신 있는 도구이기도 하지만 읽고 쓰는 행위 그 자체로 내가 사랑하는 것이기도 하다.

 

직업으로 삼지 않으면 좀 어떤가. 나는 그저 내가 사랑하는 것을 꾸준하게 하는 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시간일 것이다. 또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사실 나는 저 수식어들이 가지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내가 사랑하는 것을 온전히 사랑하는 행위는 수식어가 붙지 않는 순간에도 계속될 수 있고 또 그래야 하는 것인데 말이다. 사랑 앞에 붙는 수많은 미사여구는 결국 사랑을 위한 것이라는 사실을 간과한 것이다. 어쩌면 우리의 가치는 앞에 붙는 수식어로 설명되는 거라고 혹자는 말하겠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수식어가 다는 아니지 않은가. 수식어가 없어도 내가 사랑하는 걸 꾸준하게 하는 사람이 진정 멋진 사람이라는 걸 지금에서야 깨닫게 되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현실에서의 삶 -직업이나 현재 재정 상태 혹은 국면하고 있는 상황- 과 조금 동떨어진 것을 사랑하고 또 그것을 하고 싶어 하는 사람을 만나게 된다면 나는 기꺼이 도전하라고 말해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나도 용기를 북돋아 주는 몇몇 지인들 덕분에 글쓰기에 도전하게 되었고, 또 제대로 마주하고 나서 진정한 행복을 찾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나를 잃지 않기 위해 하는 모든 것들은 이미 그 자체만으로도 아름답고 의미 있는 행위라고 생각한다. 지금 하는 것들을 포기하고 하라는 말이 아니다. 우선은 작은 발걸음일지라도 떼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하고 싶었다. 지금 이 글을 보고 있는 당신도 하고 싶은 게 있다면, 고민하지 말고 한 번쯤은 해보시는 것을 권해보고 싶다. 나의 삶은 쓰기 전과 쓰기를 시작한 후로 나뉜다고 할 수 있을 정도니까!

 

 

[강윤화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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