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행복과 사소함에 관하여

소소한 일상, 사소한 이야기, 생경한 행복
글 입력 2022.03.12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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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나의 화두는 '삶과 죽음'이 아니었나 생각해 본다. 그도 그럴 것이 기고한 글의 상당수가 죽음과 삶에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었으니까. 이러한 나의 삶과 죽음에 대한 생각들은 22년에 이르러 잔가지를 치게 되었다. 그것은 바로 행복. 죽음이 있기에 삶이 소중하다. 소중한 삶 속 행복이 더해진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 행복은 어떻게 얻을 수 있을까.

 

좋아하는 일을 하면 행복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글을, 카페를, 사진을, 술을 좋아한다. 그렇다면 그 모두를 하루 동안 한꺼번에 한다면 행복한 삶이 찾아오는 것인가?

 

아침에 눈을 뜨면서 '오늘 하루를 어떻게 보내야 행복한 하루를 보냈다고 만족할까'라는 생각을 했더랬다. 그렇게 세워진 하루의 일과. 도서관에 가서 '행복해질 수 있는' 책을 고르고, '행복해질만한' 카페에서 그것을 읽고, 한쪽 어깨에 챙긴 카메라로 '행복하다고 느낄' 사진을 찍고, 인근 마트에 들러 '행복하게 마실 수 있을만한' 술을 사서 집에서 마시는 것.

 

그 어느 하루 나는 도서관에 들러 책을 고르려고 했다. 그런데 이럴 수가. 어떤 책을 읽어야 할지 결심이 서지 않았다. 읽고 싶은 책이야 여기저기 널린 것이 도서관이라지만 정작 마음먹고 '읽으면 행복감을 느낄 만한' 책을 고르자니 있지도 않던 결정 장애가 생겨버린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 행복감을 느낄까. 저 책은 어떨까. 혹은 저 책은?'이라는 의문이 끝없이 꼬리를 물었다.

 

이후의 모든 일정도 크게 다를 바 없이 어그러졌다. 계획대로 되는 것이 하나 없었다. 가고자 하던 카페는 문을 닫았고, 다른 카페에 갔더니 사람이 너무 많았다. 조용하게 책 읽기는 글렀다. 카메라 들고 사진 찍는 것은 일상다반사였건만 정작 '행복하다고 느낄 만한' 사진을 찍자니 셔터를 쉽게 누를 수가 없었다. 모든 피사체를 계산하기에 이르렀다. 저걸 어떻게 찍어야 행복할까. 이걸 찍으면 행복할까. 술이라고 다를 건 없었다. 무슨 술을 사야 하나. 맥주, 소주, 고량주, 와인. 무슨 잔에 마셔야 하나. 술잔, 머그컵, 병째로. 행복하고자 했던 그 어느 하루 나는 행복할 수 없었더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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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을 추구하면 행복을 얻을 수 없다.

쾌락을 추구하면 쾌락을 얻을 수 없다.

행복을 추구하면 쾌락을 얻을 수 없다.

쾌락을 추구하면 행복을 얻을 수 없다...

 

쾌락의 역설.

 

공리주의 철학자인 존 스튜어트 밀은 말했다.

 

 

"쾌락이란 그 의외의 다른 가치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의도하지 않게 얻어지는 부산물 또는 유쾌한 부작용이다."

 

 

알 듯 말 듯 아리송했다. 그러나 한 가지는 제대로 깨달았다. 힘을 빼야 하는구나. 돌이켜 생각해 보면 내가 여태 느꼈던 여러 종류의 행복감은 의도하지 않은 상황에서 예기치 않게 찾아왔었더랬다. 사소한 즐거움, 사소한 인간관계, 사소한 일상들에서 찾아왔었더랬다. 공모전에 출품하고자 카메라를 들고 사진을 찍었을 때는 그렇게 행복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저 날이 좋아서 카메라를 들고 사진을 찍었을 때는 퍽 즐겁고 행복했던 것 같다. 의무적으로 책을 읽었을 때에는 그렇게 행복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저 눈길이 가 집어 든 책을 읽었을 때에는 꽤나 행복했던 것 같다. 술을 마시고자 작정한 날에 마신 술은 그렇게 맛있지 않았던 것 같다. 하루를 보람차게 보내고 '아하하, 오늘 하루 수고했어 나 자신'이라는 생각으로 아무 생각 없이 마신 술은 달고 맛있었던 것 같다.

 

행복이란 무엇일까. 사실 행복은 '무'나 '영혼', 귀신'처럼 느껴진다. 단어는 존재하는데, 명확히 규명할 수 없다. 네모난 삼각형과도 같아 보인다. 행복에 대한 관심이 커질수록 행복은 멀어져만 가는 느낌이었다.

 

일련의 생각과 경험과 느낌을 지닌 채 다시 골몰히 고민해 본 결과, 나름대로의 결론에 도달했다. 행복은 거창한 것이 결코 아니라는 것. 행복은 작다. 너무 작아서 찾으려 들면 보이지가 않는 것이다. 그런데 이 행복이란 놈은 참으로 청개구리 같아서, 행복을 굳이 찾으려 들지 않으면 관심을 가져달라는 강아지처럼 따라붙어 봐달라고 눈앞에 아른거린다. 여기서 내가 생각하는 중요한 포인트는, 그렇다고 그것을 냅다 품에 안고 소유하려 들지 말아야 한다는 것. 오면 오는 대로 오는구나, 가면 가는 대로 가는구나. 아, 행복은 작고 사소하구나. 별거 없구나. 진짜 별거 없구나. 의식의 흐름으로 이 글을 쓰면서 실소하는 지금의 나, 잠깐 행복이 다녀갔구나.

 

사소함. 사소한 행복. 행복의 사소함. 사소한 일상, 사소한 인간관계, 사소한 술자리, 사소한 공부, 사소한 독서. '사소한'이라는 단어만 붙는다면 앞으로의 내 일상은 행복이 가득할 것만 같다.

 

 

사소하게

 

사소한 무심함으로 울다가 사소한 다정함으로 웃는다.

 

사소하게 기대하다가 사소하게 실망하고 사소하게 위로를 구한다.

 

사소하게 숨기거나 사소하게 드러내거나 사소하게 자랑하다가 사소하게 후회한다.

 

사소한 인연이 사소한 기억으로 가까워졌다가 사소한 망각으로 멀어진다.


나의 삶이 온통 사소함으로 채워져 있으나

 

사소한 행복은 가볍지 않고 사소한 견딤이 쉽지는 않다.

 

많은 것을 바라지 않는 사람들의 절망이 사소하지가 않다.

 

황경신, [나는 토끼처럼 귀를 기울이고 당신을 들었다 中]

 

 

큰 행복을 찾으려 들고 실제로 맞이하는 사람들이 있다. 부럽다. 그런데 나는 그러지 않으련다. 실력도, 생각도 없다. 사소함으로 점철된 나의 일상 속 사소한 행복들을 끌어모아 더해 본다면, 사실, 그 총량이 큰 행복보다 작지는 않을 것 같다. 오히려 많으면 많았겠지. 아! 사소하다. 사소함이여.

 

그 어느 하루, 그것이 오늘이고, 행복을 위해, 행복을 찾아서, 행복을 가둬두고 소유하고자, 발버둥 치지 않는다.

 

그 어느 하루, 그것이 오늘이고, 사소하게 일어나 사소하게 씻고 사소하게 방 정리를 하고 사소하게 카페에 가 사소하게 책을 읽고 사소하게 사람을 만나 사소하게 웃고 사소하게 술을 마신 뒤 사소하게 잠자리에 들 것이다. 이런 사소한 일상, 소소한 이야기. 그리고 이어지는 생경한 행복.

 

여러분의 사소한 일상 속 행복에 부러움을, 나의 사소한 일상 속 행복에 자부심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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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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