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미디어가 가진 힘을 완벽하게 발휘하는 '소년심판' [드라마]

글 입력 2022.03.10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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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 넷플릭스에서 '내가 이걸 보기 위해 여태 구독했구나' 싶은 한국 오리지널 작품을 보았다. 바로 드라마 <소년심판>이다. 물론 작품의 완성도에는 이견이 있을 수도 있다. 매도 먼저 맞는 것이 좋다고 하니, 아쉬운 점을 먼저 말하자면, 캐릭터 설정이 단순하고, 에피소드들의 진행 역시 어느 정도 예상이 갈 정도로 단조롭다.

 

하지만, 이러한 아쉬운 점마저 칭찬하고 싶다.

 

최대한 단순하게 구성한 만큼, 메시지는 처음부터 끝까지 분명하다. 그렇기 때문에 보는 내내 생각을 멈추지 않게 했고, 그래서 지루하지 않았다. 잘 쓴 클리셰는 독이 아니라는 점을 느끼게 하는 것과 동시에, 제작자들이 힘을 합쳐 미디어가 할 수 있는 사회적인 역할을 최대치로 끌어올린 작품임에 고마운 마음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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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심판>은 제목에서도 유추할 수 있듯, '소년범죄'의 재판과 처벌을 소재로 한 드라마다. 잔혹한 범죄를 저질렀음에도 불구하고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가벼운 처벌이 내려지는 것에 대해 사회적으로 많은 논란이 있어왔던 것을 토대로, 소년 범죄를 향한 엇갈린 시선들이 <소년심판>의 4명의 판사들을 통해 그려진다.

 

"그 나이에 감히, 범죄를 저질렀으니까" 더 확실하고 무거운 처벌로 "법이 얼마나 무서운지", "어떤 대가가 따르는지" 가르쳐야 한다는 '심은석'(김혜수)과 범죄에 내몰린 "아이들을 보호하는 건 법관밖에 없으니" 강력한 처벌보다는 올바른 길로 인도해야 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차태주'(김무열)의 갈등을 주축으로, 소년법 개선을 위해 힘 써온 '강원중'(이성민)과 재판 자체가 고통인 피해자들이 있기에 "소년 재판은 속도전"이라는 '나근희'(이정은)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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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명의 캐릭터가 주장하는 것들이 간단하고도 명확하게 나뉜 만큼, 드라마가 전하는 메시지도 간단명료하게 귀결된다.

 

소년에게 온전한 성장 환경이 조성되지 않은 것은 어른의 책임이나, 범죄를 저지른 것은 결국 소년이기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 그리고 소년이 어른의 보호를 받지 못한 것 또한 사실이기에 좋은 어른의 역할이 필요하며, 그러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시스템이 완전하게 구축되어야 하고, 더 나아가 꾸준한 논의를 통해 법이 개선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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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 범죄자는 가정에서 학대와 방임의 피해자이기도 하다는 것을 짚어 준 에피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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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의 지원 없이, 오로지 개인의 희생에 의존하는 청소년 회복 센터의 문제점을 다룬 에피소드]

 

 

드라마는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 온 마을이 필요하다."라는 대사를 통해 소년 범죄의 심판과 처벌, 그리고 교화의 딜레마를 해결하기 위해선 국가적인 차원에서 함께 나서야 할 필요성을 강조한다.

 

또한, <소년심판>은 사회 비판을 내세우겠다는 이유로 어린 범죄자들을 동정하지 않고 끝까지 '범죄를 선택한 것은 결국 소년'이라는 스탠스를 유지하며, 잔인하고도 교활한 소년 범죄자들에게 마냥 엄중한 처벌을 내리는 '일회성 사이다 드라마'의 길도 걷지 않는다.

 

자극적인 요소가 판치는 콘텐츠 속에서 이 드라마는 건조하고 또 냉철하게 현재의 소년법과 사회 시스템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또 뜨거울 땐 뜨겁게 소년 범죄가 초래하는 아픈 결과를 그려냈다. 그 과정에서 무엇보다도 잔인한 범죄를 포르노적으로 묘사하지 않은 점, 그리고 '소년 범죄'를 소재로 하기에 더더욱 자극적인 범죄만을 다루지 않은 점은 이 드라마의 가장 큰 강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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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는 어려운 환경에서 자란 비행 청소년들의 범죄뿐만 아니라, 상대적으로 좋은 집안에서 자란 소년들의 범죄인 '시험지 유출'과 '입시 비리'까지 폭넓게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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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심판>의 중심엔 배우 김혜수가 있다. 김혜수는 "미디어가 순기능을 할 수 있는 작품이 어느 한쪽에도 치우치지 않으면서 다채롭게 방향성을 제시하는 그런 작품이 나오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소중하게 생각했다"라고 말하며 드라마를 향한 애정을 보였다.

 

모든 미디어 콘텐츠가 메시지를 가질 필요는 없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쉽게 우리 삶의 일부분에 흡수되는 미디어 콘텐츠는, 우리가 의식하지 않아도 우리의 생각을 조금씩 변화시킨다. 그래서 미디어 콘텐츠가 가진 메시지의 힘이 강력한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창작자는 의도치 않게 부정적인 것을 전달하지 않도록, 수용자는 무의식적으로 학습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


그런 부분에서 <소년심판>은 정말 고마운 작품이다. 사회적인 문제를 다루며,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하는 목적이 뚜렷한 미디어 콘텐츠로서의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했다. "김혜수"라는 영향력 있는 배우가 이 작품을 택한 것도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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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다른 오리지널 작품과는 다르게 <소년심판>은 수치적인 성과에서 기대에 못 미쳤을 수도 있다. 하지만, <소년심판>은 단순히 대중적인 인기를 끄는 것이 목적인 콘텐츠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공개 후, 느리지만 꾸준히 알려지고 있는 이 작품은 오랫동안 사회에 조금씩 긍정적으로 영향을 줄 것이다.

 

미디어 콘텐츠가 세상 전체를 바꿀 수 있다고 장담할 수 없지만, 미디어 콘텐츠가 우리에게 던진 질문이 작은 변화의 불씨가 되어준다는 것을 증명하는 작품이 될 것이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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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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