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정녕 소년들만의 문제입니까 [드라마/예능]

넷플릭스 드라마 <소년심판>이 던지는 물음들
글 입력 2022.03.07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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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에서 국내 콘텐츠가 연일 화제로 자리잡고 있다. <오징어게임>에 이어 <지금 우리 학교는>까지 일명 ‘K-콘텐츠’ 열풍이 불고 있는 요즘, 여기 주목해보면, 아니 어쩌면 주목해야만 하는 콘텐츠가 있다. 바로 2월 25일 공개된 <소년심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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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심판>은 소년법과 촉법소년에 대해 다루고 있는 드라마로, 공개 이전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다. 몇 년 전부터 꾸준히 소년법과 관련한 국민청원이 등장하고, 잔혹한 소년범죄에 많은 사람들이 분노하는 한국에서 소년법을 다룬 콘텐츠의 등장은 당연 뜨거운 감자로 여겨질 만했다.

 

물론 이렇게 시의성이 있는 콘텐츠라는 점에서 한 번쯤 볼만한 드라마이기도 하지만, 필자가 이 드라마를 ‘주목해야만’ 하는 콘텐츠라 말한 것은 사건을 둘러싸고 있는 등장인물을 토대로 소년법을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를 보다 심도 있게 고민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잘못을 했으니 그들이 소년일지라도 엄중한 벌을 받아야 한다는 목소리에 그치지 않고, 이 글에서는 <소년심판>을 보며 생각해볼 만한 지점들에 대해 물음을 던져보고자 한다.

 

 

 

소년법의 진정한 목적은 무엇인가



드라마를 끝까지 보고 난 후 가장 처음으로 생각난 것은 ‘처벌 강화’에 관련된 문제였다. 과연 소년범죄에 대해 더욱 강한 처벌을 가하면, 촉법소년의 연령을 낮추면 사람들이 바라는 것처럼 잔혹한 범죄가 줄어들까?

 

소년심판에서는 그 어디서도 이 질문에 대한 명확한 대답을 내놓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럼에도 확실한 것은 소년 범죄에 대해 사회가 단순히 처벌을 강화하는 형태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부분은 드라마가 다루는 인물들의 대사에서 확인할 수 있다.


 

소년에게 비난은 누구나 합니다.

그런데 소년에게 기회 주는 거? 판사밖에 못해요.

그래서 더 의미 있고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 차태주

 

 

작중 차태주 판사가 냉정하게 보호 처분만을 내리는 심은석 판사에게 던지는 대사이다. 만약 이 드라마가 소년법을 다루며 단순히 현재 논의가 되고 있는 처벌 강화에 힘을 실으려 했다면 아마 이러한 대사는 등장하지 않았을 것이다. 실제로 차태주 판사는 소년범에게 처분을 내리는 엄한 모습보다 그들을 상냥하게 대하며 선한 방향으로 이끄는 인물로 그려진다. 법의 잣대에 따라 냉정하게 심판을 내리는 사람이 판사라는 약간은 고정적인 이미지에서 벗어난 차태주의 모습을 통해 시청자들은 소년법의 목적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소년법을 살펴보면, 반사회적 환경에 놓여 있는 소년을 처벌하기보다는 교정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청소년기에 받게 되는 처벌이 사회적 낙인으로 작용하여 부정적인 효과를 불러올 수 있으며, 아직은 어린 나이기에 이후 올바른 길로 나아가게 하여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돕자는 것이 법의 취지이기 때문이다. 물론 최근 소년 범죄가 잦아지고 더욱 잔혹해지는 상황과 더불어 가해자가 반성하지 않는 모습을 본 사람들이 처벌 강화에 힘을 싣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드라마는 소년 범죄를 소년들만의 문제로 바라보지 않으며, 보다 깊숙하게 문제를 들여다본다.

 

 

 

누구에게 책임이 있는가



 

아이 하나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지.

이를 거꾸로 말하면, 온 마을이 무심하면 한 아이를 망칠 수도 있단 뜻도 돼.

과연 피해자 강선아에게 가해자가, 저 아이들뿐일까?

누구도 비난할 자격 없어. 모두가 가해자야.

 

- 심은석

 

 

작품 후반부에 다뤄지는 '연화 집단 성폭행 사건'에 대해 판결을 내릴 때 심은석이 한 말이다. 심은석은 소년범에 대해 어떠한 감정도 없이, 냉정하게 판결을 내리는 인물로 그려진다. 하지만 그녀조차 후반부 장면에서는 이러한 대사를 통해 소년 범죄의 책임이 단순히 가해자인 소년에만 맞춰지는 현실에 경종을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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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전문가들은 소년 범죄의 경우 주변에서 관심을 조금만 가진다면 막을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범죄를 저지른 이후 소년범들이 마주하는 현실은 꽤나 냉랭하다. 주로 가게 되는 보호시설이나 소년원 등에서는 소년범을 제대로 보호하는 시스템이 완전히 갖춰지지 않은 경우가 많다고 한다.

 

여기에 가정환경이 좋지 않다면 상황은 더욱 나빠진다. 제대로 된 보호자가 없기에 어떻게 다시 사회인으로서 성장해야 하는지 배울 수 없기 때문이다. 보호관찰 처분을 받은 청소년 중 다시 범죄를 저지른 재범자의 90%가 1년 이내 발생한다는 통계는 이를 방증한다.

 

결국 드라마는 소년 범죄에 대해 단순히 소년범들의 개인적인 문제로 바라볼 것이 아닌 사회 구조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시선을 드러내고 있다. 잔혹한 범죄를 앞에 두고 범죄자들에게 돌을 던진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범죄와 관련된 뉴스를 접하고 단순히 분노했던 필자 또한 드라마를 보고 나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부분에 대해 아이들을 보호하는 어른들과 그들이 적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국가 또한 책임을 느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의 범죄가 언론을 통해 흉폭하게만 그려지고 있어. 사회도 대책이 없지. 그저 소년법 폐지만 주장해. 문제는 법이 아니야, 시스템이지. (중략) 소년법의 초점은 교화야.

 

- 강원중

 

 

 

4명의 판사가 각자 말하고자 하는 바는 무엇인가


 

<소년심판>에서 흥미로운 부분을 꼽아본다면 판사가 4명 등장한다는 지점이다. 보통 소년보호사건은 어떤 법원에서 심리를 진행하더라도 단독판사가 진행하기에 판사 1명이 재판을 담당한다. 하지만 드라마에서는 3명의 판사가 재판을 진행하는 합의부 성격의 재판으로 그려지게 되면서, 총 4명의 인물이 등장하게 된다.

 

현실과는 동떨어져 있지만, 4명의 판사를 등장인물로 만든 것은 분명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드라마가 각 등장인물을 통해 소년 범죄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지를 생각해보게 만들기 때문이다. 우선 소년범을 ‘혐오한다’는 말을 시작으로 그들에게 강경함을 넘어선 증오감을 비추는 심은석 판사는 앞서도 언급했듯 처분을 내리는 것에 중점을 둔다. 그녀가 이러한 시선을 가지게 된 것은 자신이 소년 범죄 피해자의 부모였기 때문인데, 복잡한 사건의 전말은 극의 후반부로 가면서 여러 사건을 만나며 서서히 드러나게 된다.

 

반면 이와 완전히 대비되는 시선을 가진 판사도 등장하는데, 그가 바로 차태주이다. 그는 앞선 대사에서도 볼 수 있듯 소년범들을 교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는 인물이며, 때문에 그들에게 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는 그 또한 어렸을 적 가정 폭력으로 인해 소년원에 간 경험이 있었지만, 자신에게 손을 내밀어 준 판사를 만나 올바르게 성장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차태주의 시선으로 인해 사건을 해결할 때는 그와 심은석의 대립 장면이 종종 등장하기도 한다. 어쩌면 우리 사회가 소년법을 바라보는 시선(이를테면 응보와 교화일 것이다)이 두 인물에 담겨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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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강원중 판사는 소년 범죄에 관심이 많고, 소년법 개정을 위해 법복을 벗고 정계로 나가고자 할 정도로 고군분투하지만 자신이 맡게 된 사건에 자신의 아들이 엮이게 되면서 여러 갈등에 빠지는 인물이다. 얼핏 보면 방송 출연을 하며 자신의 커리어를 다지는 데에만 관심이 있는 인물로 보이기도 하지만, 사실은 누구보다 소년범들이 올바른 길로 나아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그였지만 자신이 맡은 사건에 아들이 엮였을 때는 그 사건을 유야무야 덮으려는 모습도 보이는데, 심은석의 작중 대사인 “아이들을 위한 법을 왜 아이들을 밟고 개정합니까?” 라는 말을 듣고 과오를 인정하게 된다. 이러한 서사를 통해 드라마가 조명하고자 하는 것은 똑같이 잘못을 했음에도 누군가는 법의 포위망을 빠져나가는 잘못된 현실이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

 

마지막으로 나근희 판사는 사건은 늘어가지만 턱없이 부족한 판사로 인해 업무량이 많아지는 현실을 지적하며 늘 신속하게 판결을 내리는 인물로 등장한다. 신속한 판결을 강조하기에 그녀는 사건을 깊이 있게 보지 못하며, 피해자의 고통을 헤아리지 못했고, 소년범들에게는 가볍기 그지없는 처분을 내린다. 하지만 과거 자신이 촉법소년이라는 이유만으로 가볍게 처분을 내린 가해자가 더욱 큰 범죄를 저지르며 다시 재판에 서고, 그를 심판하게 되면서 잘못을 한 이들에게 무겁게 책임을 지우는 것 또한 법원의 역할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 인물의 서사에는 현재 소년 범죄는 증가하고 있지만 소년부 판사는 약 20여 명밖에 되지 않는다는 현실이 적나라하게 반영되어 있기도 하다. 또한 앞서 심은석과 차태주의 대립에서 소년범들을 교화해야 한다는 시선이 보여진 만큼, 법의 테두리 안에서 올바르게 판결을 내리는 것이 법원의 역할임을 보여준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소년 사건이 속도전이라고요? 그래서 애들이 저 모양인 겁니다.

왜 재판을 속도로 처분합니까?

그 속도에 맞추지 못해서 놓쳐버린 아이들,

그 피해자들은, 대체 누가 책임지는데요?

그거야말로 일의 효율이 아니라 무책임 아닌가요?

왜 부장님은 사명감이 없으십니까.

 

- 심은석

 

 

이렇게 4명의 판사는 여러 사건을 통해 서로 얽혀있으며, 각자의 서사를 통해 소년 범죄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지 시청자들에게 여러 시사점을 제공한다. <소년심판>이 단순히 처벌 강화라는 메시지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생각을 하게 만드는 힘이 인물들에게 있다는 것이 되겠다. 때문에 시청자들은 필연적으로 범죄 사건과 4명의 판사가 가진 신념, 생각 등을 전체적으로 바라보게 되고, 이것은 드라마에 더욱 몰입하게 되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단순히 넘겨서 될 문제가 아니다


 

<소년심판>은 한국에서 벌어졌던 여러 청소년 범죄를 비슷하게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시의성이 있는 작품이다. 또한 여기에 모두 언급하지는 못했지만 사건의 피해자를 보호하는 것의 중요성, 가해자가 다시 사회에 정상적으로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시스템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분명 보여주는 부분이 있다. 이러한 부분들을 종합해보았을 때, 소년 범죄의 해결책에 대해 보다 심도 깊은 질문을 던지고 있다는 점에서 감히 매우 의미가 있는 작품이라 말하고 싶다.

 

분명 범죄는 잘못이고, 누군가에게 막대한 해를 끼친 자는 벌을 받는 것이 마땅하다. 때문에 처벌을 강화하자는 방법은 어떻게 보면 그들을 응징하고 우리와 구분지을 수 있는 가장 쉽고 빠른 방법일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단편적인 부분에만 초점을 맞추기에는 면밀히 살펴야 할 부분들이 너무도 많다. 왜 범죄를 저지르게 되었는가, 이들을 잘못된 길로 이끄는 환경적인 요인은 없었는가와 같이 말이다.

 

혹자는 이에 대해 범죄자에 대해 쓸데없이 서사를 부여하는 일이라 비판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가해자도 아직은 어린 소년이라는 점이며, 소년범의 범죄에는 환경적 요인이 크게 작용한다는 점을 상기해 볼 필요가 있다. 비행을 하기 쉬운 환경에 놓인 청소년들이 모두 비행을 하지는 않는다지만, 그들이 범죄를 저지르는 선택을 하도록 내몰리는 데는 분명 주변의 무관심이 큰 부분을 차지하지 않았을까. 소년범을 ‘혐오’할 수는 있지만, 단순히 그들을 혐오하기만 한다면 우리 모두가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이유다.

 

 

[정하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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