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틱톡’이 낯선 당신이 들어야 할 노래 [음악]

'틱톡'이 만들어 낸 음악 문화
글 입력 2022.03.06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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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는 이제 삶에서 뗄 수 없는 존재가 되어 버렸다. 의류, 드라마, 영화, 노래 등 대부분의 문화예술 콘텐츠들은 SNS를 통해 홍보되며, SNS 마케팅이 얼마나 효율적으로 이루어졌는지에 따라 콘텐츠의 흥망이 갈리기도 한다. 오래전 노래가 갑자기 SNS에서 유행하며 음원 차트 상위권에 올라가게 되는 것은 이미 전 세계의 흔한 현상으로 자리 잡았다.


마이스페이스와 트위터, 페이스북을 거쳐 인스타그램과 틱톡까지, 사용자들의 취향과 그 용도에 따른 다양한 SNS가 생겨났다. 1980년대 ~ 2000년 사이에 태어난 밀레니얼 세대(Millennia)와 1990년대 중반 ~ 2000년대 초반에 태어난 Z세대를 일컫는 MZ세대의 특징 중 하나는 다양한 방식을 통한 자기표현이다.


인터넷의 발달을 통해 우리 세대는 다양성을 존중하고 세계 각국의 다양한 문화와 인플루언서들을 접할 수 있게 되었다. 개성 있는 인플루언서들이 성공하는 것을 보며 자란 세대는 자연스레 ‘개성’과 ‘독특함’을 중요한 가치로 여기게 되고, 자신의 개성을 표현하기를 원하게 되었다.

 

이제 MZ세대, 특히 Z세대에 있어 SNS는 단순히 소식을 공유하고 친구들의 근황을 알아내는 공간이 아니다. MZ세대에게 SNS는 일종의 자신을 표현하는 포트폴리오가 되어가는 중이다. MZ세대가 열광하는 SNS의 중심에 틱톡이 있다. 대중들이 향유하는 영상 콘텐츠의 길이는 영화에서 드라마로, 드라마에서 유튜브로, 유튜브에서 쇼트 비디오로 갈수록 짧아져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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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에 틱톡과 통합된 musical.ly나 이미 서비스가 종료된 vine 등의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인기를 끌게 된 15초에서 최대 5분 길이의 쇼트(Shorts) 비디오 플랫폼은 틱톡(TikTok)의 유행으로 정점을 찍는다. 이후 인스타그램에도 쇼트 동영상을 업로드할 수 있는 릴스 기능이 추가되고, 유튜브에서도 유튜브 쇼츠를 통해 쇼트 동영상을 업로드할 수 있다.


2000년에 태어난 나에게 틱톡은 어렵다. 00년생이라면 공감하겠지만, 우리의 중학생 시절에는 카카오스토리가, 고등학생 때에는 페이스북이 주로 사용되는 서비스였고, 스무 살을 문턱에 두고서야 인스타그램을 활발히 사용하기 시작했다. 그래서인지 내 또래 친구들은 틱톡을 잘 사용하지 않는다. 이미 우리가 성인이 되어버린 후에 유행하기 시작한 틱톡은 ‘유치한 것’으로 다가왔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전 세계적 록다운(Lockdown) 사태 이후 틱톡의 이용자가 급증하기 시작했다. 전 세계적으로 락다운이 시행된 시기, 집에서 할 일이 없던 사람들이 쇼트 비디오를 너도나도 올리기 시작한 것이 이용자 수 증가에 큰 영향을 주었다고 한다. 단지 유치하다고만 생각했던 이 어플리케이션이 유럽과 북미, 남미에서 모두 흥행하자 나는 틱톡이라는 어플리케이션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정작 코로나로 인한 봉쇄령이 심했던 시기에는 끝까지 틱톡 어플리케이션을 설치하지 않았던 나는, 위드 코로나를 준비해가는 시기가 와서야 틱톡 어플리케이션을 다운받았다. 어플리케이션의 간단한 사용법을 익힌 지 한 시간도 되지 않아 나는 봉쇄령 시기의 반짝인기가 아닌 확고한 인기 플랫폼으로 자리 잡은 틱톡의 매력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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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러니하게도 틱톡 속 쇼트 동영상들의 매력은 그 ‘가벼움’에 있다. 문화란 무게를 잡아야 멋있는 것이라 여겨지고, 너도나도 무게 잡기 바빴던 때와 달리 틱톡은 ‘가벼움’과 ‘편리함’을 전면에 내세우며 콘텐츠에 대한 부담을 제거한다. 짧게 잘리고 리믹스된 노래에 맞추어 립싱크를 하고 춤을 추거나, 세계 각국에서 참가하는 챌린지를 넘어 아예 자신만의 짧은 길이의 콘텐츠를 제작해 업로드를 하기도 한다. 많은 유저의 수에 힘입어 질리지 않도록 새로운 콘텐츠들이 쏟아져 나온다는 것도 또 하나의 장점이다.


틱톡은 실제로 음원 차트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틱톡에서 많은 사용자에게 음원이 사용되어지면 금세 인기를 끈다. ‘양산형 틱톡 음악’이라며 이런 음악들을 비꼬는 말이 생기기도 했을 정도로, 음악 트렌드는 쇼트 동영상의 인기에 맞추어 변해가는 중이다. 실제로 틱톡이 메인스트림으로 떠오른 이유 짧은 길이의 ‘하이퍼 팝(Hyper pop)’들이 인기를 얻고 있는 추세이다.

 

 

 

 

티모시 샬라메와 피트 데이비슨이 소위 ‘틱톡 래퍼’로 분한 SNL 에피소드. 해당 에피소드는 틱톡 음악과 틱톡 세대(TikTok Generation)를 신랄하게 풍자한다. 어디선가 저렇게 입고 행동하는 미국 10대의 동영상을 본 것 같아 웃음이 나올 수밖에 없다. 마지막에 의미 없는 가사를 내뱉는 오합지졸 틱톡 식 노래가 풍자의 정점을 찍는다. 하지만 틱톡은 이미 주류로 자리 잡았다. 그러니 우리는 이제 틱톡을 풍자하는 동시에 인정해야 한다.


나는 ‘어린 세대’에서 점점 멀어져 가는 나이가 되어가고 있다. 하지만 음악에는 늙고 젊음이 없다 하지 않는가. 어떤 사람을 알고 싶다면 그 사람의 플레이리스트를 보라고 했다. 틱톡 세대를 알기 위해서는 그들이 듣는 노래를 들어보아야 한다. 틱톡에서 인기를 끌었던 노래 중 내 취향인 노래들을 모아보았다.



Pop smoke – What you know bout love

 


 

 

What you know bout love는 2020년 7월 발매된 곡으로, 2020년 틱톡에서 가장 많은 인기를 얻은 곡 10위에 랭크되기도 했다. (해당 연도에 틱톡에서 가장 많은 인기를 얻었던 곡은 Jason Derulo의 Savage Love였다.) 해당 곡을 부른 미국의 래퍼인 팝 스모크는 2020년 2월경 자신의 자택에서 강도를 당해 사망했다.


낮은 랩 톤에 기억하기 쉬운 후렴구를 가진 이 곡은, 후렴구에 맞추어 간단한 안무를 추는 것이 틱톡에서 유행하며 많은 이들 사이에서 사용되었다. 실제로 유튜브에 “What you know bout love tiktok complication”을 검색하면 이 노래에 맞춰 춤을 추는 틱톡 유저들의 영상 모음집이 올라와 있기도 하다. 묘하게 2000년대 초반 유행하던 이지리스닝 힙합의 분위기가 느껴지는 곡이기도 하다. 늦은 저녁 어두운 방 조명 아래서 혼자 들으며 어깨를 들썩이기 좋은 곡.


 

t.A.T.u – All the things she said

 


 


아마 영화 [어바웃 타임]의 초반 파티 장면에 등장하는 곡으로 이 노래를 처음 접한 이들이 많을 것이다. 2002년 러시아의 여성 듀오 t.A.T.u에 의해 발매된 이 곡은, 레즈비언 콘셉트를 전면에 내세운 뮤직비디오와 무대 퍼포먼스로 유명해졌고, 이후에도 수많은 리믹스와 음원 매시업에 사용되며 꾸준히 사랑받아왔다. 발매된 지 10년이 넘은 곡이지만 한국에서도 신서유기 등 많은 방송에 삽입되고 있다.


틱톡에서 주로 사용되는 버전은 해당 곡의 스피드업 된 버전이다. 특별한 챌린지 없이도 꾸준히 사용되는 곡들 중 하나. 시간이 흘러도 좋은 노래는 세대를 막론하고 사랑받는다는 좋은 예시 중 하나이다. 틱톡에서는 과거 유행했던 팝송이나 여러 밴드의 노래들이 리믹스된 버전으로 많이 사용되고 있는데, 노래들을 예전부터 알던 사람들인 “틱톡에 이 노래마저 뺏겼다” 라며 자조하기도 한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새로운 세대가 예전의 노래를 함께 즐길 수 있다는 것은 오히려 좋은 현상이 아닐까.



GAYLE – abcdefu



 

 

2004년생의 2021년 갓 신인으로 데뷔한 가수 GAYLE의 노래 abcdefu가 큰 히트를 거둔 것에는 틱톡의 영향이 매우 컸다. 알파벳 순서인 abcdef 다음 g가 아닌 영어 욕을 연상시키는 u를 배치한 재치 있는 가사로 틱톡에서 큰 사랑을 받았다. 틱톡에서의 유행 물결에 힘입어 빌보드 top 100에 진입하며 실질적인 곡의 좋은 성적으로까지 이어졌다.

 

 

“a b c d e f u

and your mom 

and your sister

and your job

and your broke ass car

and that s*** you call art

f*** you

And your friends that I’ll never see again

everybody but your dog

you can all f*** off”

 

 

밝은 멜로디 위에 얹어진 따라 부르기 쉽고 재미있는 가사가 특징이다. 틱톡에서 유행한다는 하이퍼 팝의 정석과도 같은 곡이다. 이지리스닝 곡으로 흐르듯 듣기 좋은 곡이다.

  

 

Glass Animals – Heat Waves

 

 

 

2020년 6월 발매된 이 곡은 2021년 하반기부터 틱톡에서 유행하기 시작하며 꾸준히 음원차트 역주행을 해 2022년 1월에는 빌보드 hot 100 차트에서 3위까지 올라가고, 2021년 9월에는 스포티파이 누적 스트리밍 횟수 10억 회를 돌파하는 기록을 세운다. 2022년 3월 현재 유튜브 공식 비디오 조회수는 무려 2억 회에 달한다. 한국에서도 유퀴즈 등 예능프로그램의 삽입곡으로 쓰이기도 했다.


이 노래는 틱톡에서 발견해낸 노래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발매 후 빌보드 hot100 차트 10위권에 진입하기까지 무려 42주라는 시간이 소요되었고, 결국 진입을 성공시킨 것에는 틱톡의 영향이 절대적이었기 때문이다. 틱톡 영상들의 배경음악으로 많이 사용되었는데, 사이키델릭 한 분위기와 잔잔하면서도 그루비한 리듬을 특징으로 한다.


 

“Sometimes, all I think about is you

Late nights in the middle of June

Heat waves been faking me out

Can't make you happier now”

 

 

라는 가사가 반복되는 후렴구가 깊게 각인된다. 가사는 상실과 그 이후의 아픔에 대해 그리고 있는데, 아픔을 담담하게 받아들여도 된다는 사실을 말하고 싶었다는 원곡자의 인터뷰같이 담담하면서도 chill 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곡이다. 이 노래만이 가지고 있는 아련하면서 세련된 분위기 때문에 자주 찾게 된다.

 

 

[박소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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