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색이 주는 에너지는 무엇일까? - 컬러의 힘 [도서/문학]

우리에게 많은 영향을 끼치는 컬러들의 이야기
글 입력 2022.03.05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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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은 언어다


 

이 책의 저자 캐런 할러는 색이 곧 언어라고 말한다. 그리고 “색과 관계를 맺는다는 것은 곧 내 감정과 관계를 맺는 것이다.”라는 말을 한다. 정말 이 말이 맞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색과 나의 관계 사이엔 항상 어떤 감정이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최근에 보라색(purple)과 내 감정 사이에 연결고리를 만들었다. 보라색은 왜인지 어렸을 적부터 내가 그다지 좋아하는 색이 아니었다. 명도와 채도에 상관없이, 이상하게 거부감이 들곤 했다. 그런데 찬찬히 기억을 되짚어보니, 내가 보라색을 좋아하지 않았던 이유는 어떤 말에서 기인했다. “보라색을 많이 좋아하면 아프대.”라는 엄마의 말 때문이었다. 신경 쓰지 않는 척했으나, 아프기 싫었던 내 마음 한구석에 이 말이 콕 박혀 은연중에 보라색을 거부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 때문에 나는 보라색 물건이 잘 없다. 신발도, 안경도, 필통도, 가방도 말이다. 내 물건 중 보라색을 띠는 물건은 없었다. 나는 문득 보라색과 친해지고 싶었다. 그래서 2월에 예약한 초상사진에 보라색 니트를 입고 가기로 결정했다. 친하지 않은 색의 옷을 고르는 것은 쉽지 않았다. 친구와 날을 잡고 몇 시간 내내 돌아다닌 끝에야 고를 수 있었다.

 

힘겹게 고른 보라색 니트와 연둣빛 배경의 나는, 생각보다 잘 어울렸다. 걱정했던 것이 무색할 정도로 말이다. 이렇게 보라색과 나는 ‘새로운 도전’이라는 단어로 연결되었다. 도전은 두렵기도 하지만, 설레고 두근대기도 한다. 사진에 이러한 감정이 잘 담긴 것 같아 좋았다. 걱정과 우려였던 이 기록이, 앞으로도 오랫동안 기억 속에 남을 것 같다.

   

 

 

토널 색채 조화 Tonal color harmony 


 

이 책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이 바로 토널 색채 조화를 다룬 파트였다. 우리가 어떤 색의 조화를 보았을 때, 잘 어울리고 안 어울리고를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이라고 말할 수 있다. 처음에는 이해하기 조금 어려웠는데, ‘퍼스널 컬러’를 생각하니 이해가 쉬워졌다.

 

톤을 기준으로 하는 토널 배색 조화 이론은, 같은 토널 색군에 포함된 색들 사이에는 특별한 상호 관계가 존재하며 이는 다른 색군의 색들과 공유되지 않는다는 개념을 가지고 있다. 네 가지 토널 색군은 봄_장난스러움, 여름_고요, 가을_대지, 겨울_미니멀리즘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렇다면, 이제 ‘색채와 디자인 성격 테스트’를 할 차례다. 총 11개의 객관식 질문으로 구성되어 있고, A~D 중 하나를 고르면 된다. 난이도는 그다지 어렵지 않다. 다만, 반드시 혼자서 할 것을 추천한다. 타인의 생각이 1%라도 들어간다면, 본인의 성격과 어울리지 않는 색의 팔레트가 나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나는 이 테스트 결과, A가 4개로 가장 많이 나왔다. 나의 기본 성격 유형은 가을_대지가 나왔다. 그런데 이 내용이 100% 부합하지는 않는 듯했다. 내가 따뜻하고 남을 잘 보살피는 건 맞지만, 강렬한 외향성을 가지진 않았는데 말이다. 너무 맹신하지는 말고, 컬러에 대한 감각을 일깨우는 경험으로 삼으면 좋을 것 같다.

 

 

 

좋아하는 색과 싫어하는 색


 

저자는 독자들에게 가장 좋아하는 색덜 좋아하는 색을 찾으라고 조언한다.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색을 찾는 경험은 스스로를 더 알아갈 수 있는 좋은 도구이다. 또한 그 과정에서 미처 의식하지 못했던 ‘나’를 새롭게 발견할 수도 있다. 그래서 나도 내가 좋아하는 색과 덜 좋아하는 색을 찾는 여정을 떠났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색은 분홍, 노랑, 초록, 파랑이다. 사실 나는 좋아하는 색이 싫어하는 색보다 많기 때문에 좋아하는 색을 고르기가 훨씬 어려웠다. 내가 좋아하는 저 4가지 색의 톤을 따져보자면 분홍은 베이비핑크, 코랄 계열이고 노랑은 레몬색에 가까운 색이다. 또한 초록은 하늘빛이 섞인 민트이며, 파랑은 맑은 날의 하늘색이다. 이 중에서 요즘 가장 빠진 색감을 고르라면, 파란색이다.

 

파란색은 내게 채도에 따라 다른 인상을 남긴다. 기업들의 로고에 많이 쓰이는 로열 블루나 네이비는 고요함을 불러일으키고, 채도가 높고 초록이 약간 섞인 틸 블루는 경쾌하고 이국적인 느낌을 준다. 이처럼 다양한 명도와 채도의 블루 중에서, 나는 스카이 블루(Sky Blue)를 가장 좋아한다. 밝은 톤의 파랑은 고요한 정신과 사색을 연상시킨다. 하늘과 바다의 색이기도 한 파랑은 전 세계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색 중 하나라고 한다.

 

요즘은 진짜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하늘을 보는 게 낙인데, 이 때문인지 유독 파란색이 좋다. 기분이 상쾌해지고 머릿속이 가글을 한 것처럼 시원하게 개인 느낌이 든다. 초록색도 비슷한 느낌을 주기는 하지만, 파란색이 주는 시원함보다는 차분함이 더 느껴진다. 그리고 하늘색을 내가 좋아하는 이유는 계절을 타지 않는 색상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봄에는 벚꽃과 파란 하늘이 떠오르고, 여름에는 푸른 바다가 떠오르고, 가을에는 쨍한 햇살, 구름을 곁들인 하늘이, 겨울에는 하늘에서 내리는 눈송이가 하늘색을 떠올리게 한다. 이렇게 모든 계절에 이질감 없이 스며드는 색상이기에 내가 좋아하지 않고는 못 배기지 싶다.

 

그에 반해, 내가 가장 싫어하는 색은 검정이 섞인 짙은 회색이다. 원래 무채색을 선호하지 않는 사람이기도 한데, 화이트나 블랙에 비해 짙은 그레이를 더 불호하는 편이다. 라이트한 그레이는 옷 코디에서도 매치하기 쉽고 비교적 활용하기 어렵지 않다. 하지만 다크한 그레이는 내 얼굴의 회기를 더 부각시키고 낯빛을 어둡게 만든다.

 

또한 이 색을 싫어하는 이유 중 하나는, 비가 올 때의 우중충한 하늘이 딱 이 색이기 때문이다. 하늘 특유의 빛을 가리는 회색빛은 나를 우울한 감정에 빠져들게 한다. 그레이는 모던한 느낌을 주기도 하지만, 개인적으로 나에게는 부정적인 느낌이 더 크게 와닿는 것 같다. 그래서 옷을 입을 때도 그레이와는 항상 밝은 파스텔톤의 컬러들과 매치하곤 한다.


 

  

컬러 : 다채로운 삶을 위한 도구


 

원래부터 컬러에 관심이 많고, 어떤 걸러가 어떤 에너지를 지니는지 궁금하던 찰나에 이 책을 접하게 되었다. 컬러의 힘이라는 책답게 저자는 색채학에 진심인 사람이었다. 하지만 조금 아쉬웠던 것은 책의 내용이 조금 이론적인 부분이 많고, 저자의 개인적인 이야기가 생각보다 많이 담겨있지 않다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책을 읽은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 덕분에 컬러에 대한 이론적인 지식이 풍부해졌고, 내가 어떤 컬러 팔레트에 속하는 사람인지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네 번째 파트를 참고하면 패션, 인테리어, 자아성찰 등 여러 부분에 색을 곁들일 수 있다. 인생에서 다채롭게 색을 활용하는 방법을 다시금 알게 해준 책이라, 시간이 지난 후에도 가끔씩 펼쳐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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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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