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우리가 사랑이라고 믿는 것, 불완전한 사랑도 결국은 사랑이다.

불완전한 사람들의 불완전한 사랑도 결국 사랑이다.
글 입력 2022.03.04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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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모두 각자만의 사랑 방식이 있다. 영화 속 주인공 그레이스는 마음을 적극적으로 표현하고 드러내는 것이 사랑이고 에드워드는 묵묵히 뒤에서 챙겨주고 상대방에게 최대한 맞춰주는 것이 사랑이다. 아들 제이미는 머리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부모이지만 끝까지 외면하지 않고 곁을 지켜주며 조용히 위로하는 것이 사랑이다.

 

사람들은 얼마나 사랑에 서툰 것인가? 영화의 초반부터 제일 먼저 떠올랐던 생각은 ‘대화가 필요해’였다. 그레이스와 에드워드는 모두 상대방의 아픔과 혼란, 상처가 잘 보이지 않고 모두 자신 안에 매몰되어 있어서 진심 어린 마음을 터놓고 하나로 연결되기가 어려운 상황으로 느껴졌다. 그레이스와 에드워드는 모두 자신만의 방식으로 사랑을 지키고자 하였다. 하지만 상대방이 무엇을 원하는지는 제대로 알지 못하였기에 서로 자신의 방식으로 최선을 다함에도 불구하고 서로를 만족시킬 수 없었다. 그레이스와 에드워드를 지켜보면서 모두 매력적이고 멋진 측면이 많은 사람인데 대화 방식, 소통 방식이 너무나도 달라서 마음이 연결될 수 없다는 것이 안타깝게 느껴졌다.

 

영화를 보는 내내 영화 속 주인공인 그레이스와 에드워드, 제이미에게 마음이 이입되면서 사랑에 대해서 고민하고 사색할 수 있던 좋은 기회였다.

 

 

 

그레이스의 사랑 '어떡해야 당신이 더 행복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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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가 물었다. 에드워드 당신은 이 결혼 생활이 행복하냐고 묻는다. 그녀는 에드워드와의 결혼 생활에서 사랑이 느껴지지 않고 무기력하고 단조로운 생활의 연속임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다. 그녀는 에드워드와 속마음을 솔직히 털어놓고 서로 진실한 마음과 사랑을 표현하면서 소통하길 원한다.

 

호전적이고 완고한 성향의 시인이다. 솔직한 생각과 감정을 필터링 없이 거침없이 표현한다. 그녀의 거침 없는 언행은 호탕하고 시원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주변 사람들의 감정을 고려하지 않아서 아프게 찌르기도 한다. 자신만의 기준으로 상대방의 감정과 생각을 평가하고 판단하여 옳고 그름을 재단하는 독재자형 성격이다. 자신 안에 쌓여있는 모든 감정과 생각을 여과 없이 밖으로 털어놓아야만 직성이 풀리고 속이 후련한 성격이다. 그녀는 에드워드에게 늘 요구한다. 당신의 마음을 털어놓으라고, 사랑한다면 말로 표현하라고 요청한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만의 기준과 옳고 그름의 잣대가 강한 독재적인 성향이기에 아들이나 에드워드가 자신의 의견을 표현할 때마다 그건 잘못되었고, 틀렸다면서 앞에서 함부로 비판하고 재단한다.

 

그레이스의 이런 독단적인 태도 때문에 남편 에드워드도, 아들 제이미도 그녀와 이야기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남편 에드워드가 오랫동안 참다가 ‘떠나고 싶다’라고 처음으로 솔직한 속내를 말했을 때, 그레이스는 에드워드의 뺨을 내리쳤다. 그동안 꾹꾹 참고 살다가 겨우 29년 만에 용기 내 진실한 속마음을 내비쳤는데, 그레이스는 자신이 듣고 싶은 말이 아니었다면서 뺨을 내리친다.

  

이런 그레이스의 태도를 보면서 자신이 듣고 싶은 말만 하도록 상대방을 압박하면서 자기 생각과 감정만 옳다는 독재자형 성향이구나 하고 느꼈다. 이런 사람 앞에서는 누구나 잘못되고 틀리고 부족한 사람이 되어버린다. 상대방의 생각이 자신과 다를 때마다 틀렸다고 비난하는 사람 앞에서 누가 진심을 이야기하고 싶을까? 싶었다. 에드워드와 제이미 모두 그녀를 불편해한다. 그레이스는 점점 소외되고 고립되어 간다. 그녀는 외롭고 쓸쓸해진다. 계속해서 남편 에드워드에게 사랑을 확인받고 싶어 하고 우리는 행복하지? 라는 질문을 던진다.

 

 

 

에드워드의 사랑 '상대방을 사랑하면서도 떠나고 싶을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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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묵하게 뒤에서 상대방을 챙기면서 일방적으로 모든 것을 맞춰주는 사랑 방식이다. 감정을 솔직히 표현하는 것을 어려워하고 속내를 잘 비추지 않는다. 어떻게든 그레이스의 기분을 상하게 하지 않으려고 전전긍긍하며 눈치를 본다. 그는 묵묵하게 자신이 할 수 있는 집안일을 하면서 그레이스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알뜰히 챙겨준다. 아내 그레이스를 위해서 매번 따뜻한 차를 타 주고, 설거지하고, 식사를 준비한다. 그레이스가 시비를 걸고 빈정대어도 싸우지 않기 위해서 묵묵히 인내하고 참는다. 끊임없이 잘못되고 틀렸다고 부족하다고 잔인하게 판단하는 그레이스 앞에서 자꾸만 위축되고 주눅 들고 눈치를 보면서 움츠러들었다. 에드워드의 사랑 방식은 겉으로 보기에는 늘 참고 인내하며 상대방에게 맞춰주는 모습이기에 헌신적인 사랑으로 느껴지지만, 그 실상을 깊게 들여다보면 상대방에게 맞춰주다가 본인을 잃어버리는 경우가 많다. 자신의 의견, 감정, 생각은 뒤로 하고 늘 상대방의 의견에 따라서 맞춰주다 보니 자아를 잃어버린다. 속으로 얼마나 위축되고 답답하게 곪았을지 생각하면 안타깝고 슬픈 마음이 든다.

 

 

 

제이미의 사랑 '행복한 사람이 어딨어요? 괜찮으면 된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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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의 갑작스러운 이혼 소식에 혼란을 느끼고 가슴 아파하는 아들 제이미. 가족에게 거친 언행으로 감정적인 분풀이를 하는 엄마를 불편해하고 멀리 피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아버지 에드워드가 떠난 후 힘들어하는 그레이스를 위로해주고자 주말마다 본가에 찾아와서 그레이스를 곁에서 케어한다. 늘 과묵하게 묵묵히 그레이스를 챙기던 에드워드가 갑자기 가족을 뒤로하고 떠난다는 것을 받아들이기 힘들어한다. 갑작스러운 아버지의 외도와 이별에 충격을 받지만 어떻게든 부모님을 이해하고자 노력하고 애쓴다.

 

제이미의 사랑 방식은 어떻게든 이해하고 챙겨주기 위해서 애쓰는 사랑 방식이다. 머리로는 이해할 수 없는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외도와 어머니의 거칠고 폭력적인 언행을 모두 지켜보면서도 실망하고 떠나지 않고 끝까지 남아서 챙겨주려는 태도를 보인다. 부모를 부모라는 프레임을 씌워서 보는 것을 넘어서 한 명의 인간으로서 바라보면 부모의 불완전함과 미숙함을 받아들이고 포용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고 감동적으로 느껴졌다. 제이미의 사랑은 주변을 챙기고 둘러보는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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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으로서 에드워드와 그레이스를 가만히 지켜보면서 안타깝고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무기력하고 우울한 분위기가 전체적으로 깔려 있고, 그 어디에도 행복하거나 즐거워 보이는 부분이 없는데 자꾸만 사랑과 행복을 빈말이라도 확인받으려는 모습이 애처롭고 안쓰럽게 느껴졌다. 아마 본능적으로, 직감적으로 그레이스와 에드워드도 느끼고 있을 것이다. 오랜 시간 함께 살아왔기에 익숙한 안정감과 가족에 대한 의무감은 있을지언정 서로에게 진심을 털어놓거나 애정이 어린 관심의 눈길을 보내지는 않았다. 무거운 의무감이 낮게 깔린 채로 서로를 건들이지 않기 위해서 노력하는 외로운 두 사람만 존재할 뿐이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면서 마음이 아팠고, 그동안 얼마나 어둡고 무거운 분위기 안에서 살면서 에드워드도 그레이스도 힘들었을까? 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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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의 사랑 방식은 저마다 다르기에 유심히 관찰하지 않으면 상대방이 어떤 식으로 나에게 사랑을 표현하는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이다. 불완전한 존재가 건네는 사랑이기에 불완전한 사랑처럼 느껴질 때가 많다. 때로는 사랑이 서툴고 미숙하기에 날카로운 가시처럼 느껴지지만, 그 본질 알맹이는 언제나 사랑을 머금고 있다. 자기 모습 그대로 사랑하고 사랑받길 원하는 마음, 상대방과 진심으로 소통하고 연결되고 싶은 마음,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마음껏 사랑하고 싶은 마음, 가족 간의 유대감 안에서 안정을 느끼고 싶은 마음. 이 모든 마음은 거칠고 투박할지언정 본질 알맹이는 사랑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던 영화이다.

 

영화를 보는 내내 질문이 떠올랐다. ‘나의 사랑 방식은 어떤가? 상대방의 사랑 방식은 어떤가? 우리는 서로의 사랑 방식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는가? 자신만의 사랑 방식만이 정답이라는 틀에 박혀있진 않을까? 앞으로는 어떤 사랑 방식을 택하고 싶은가?’ 라는 질문이 떠올랐다. 남녀 간의 사랑에 대해서, 가족 간의 사랑에 대해서 고민하고 사색하는 사람이라면 ‘우리가 사랑이라고 믿는 것’ 영화를 보면서 많은 영감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이지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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