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실, 바늘 그리고 원단 [패션]

원단에 대한 기본 개념 정리
글 입력 2022.02.28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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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실과 바늘이 매개하는 모든 형태의 이야기를 좋아한다. 또한 바탕이 되는 천의 조직이나, 그 조직을 구성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은 편이다. 오늘은 이와 관련하여 사람들이 종종 헷갈리는 개념들을 한꺼번에 정리해 보려 한다. 일상 속에서 어렴풋이 알고 있던 다소 모호한 관념들을 명확하게 정의해 나가다 보면 패브릭을 향한 긍정적 감정이 우리 안에 점차 일렁이게 될지도 모른다.

 

1) 직물과 편물 - 직물(Wooven)은 가로실과 세로실을 일정한 법칙을 갖고 교차하여 만든 것이다. 조직의 형태에 따라 평직, 능직, 수자직 등으로 분류 가능하며 베틀을 통해 직조하는 경우가 많다. 직물은 편물에 비해 잘 늘어나지 않는다는 특징을 지니며, 주름이 쉽게 생긴다. 또한 내구성이 좋지만 편물에 비해 통기성이 나쁘다는 단점이 존재한다.

 

직물 원단의 종류로는 수자직(satin), 평직(plain), 직(twill), 거즈(gauze), 타월(towel) 등이 있다. 우선 수자직은 원사의 배열을 조정하여 만든 원단으로, 표면에 광택이 도는 질감이 특징적이다. 평직은 가장 기본적인 직물 원단으로, 앞면과 뒷면이 동일하다. 직은 45도로 무늬가 내려가는 모양을 지니며, 거즈는 의도적으로 성글게 직조한 평직 원단을 말한다. 마지막으로 타월은 파일이 앞뒤로 동일하게 나타난다.

 

반면 편물은 하나의 실로 서로 맞물리는 루프를 반복적으로 만들어 천을 짜는 것이다. 편물은 직물에 비해 신축성이 좋으며, 주름이 거의 생기지 않고 통기성이 좋다. 하지만 편물의 단점으로는 보풀이 잘 발생하여 관리가 상당히 까다로우며, 내구성이 직물에 비해 떨어진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가정에서 내가 가지고 있는 패브릭이 직물과 편물 중 어디에 해당하는지 손쉽게 구분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올이 풀리는 현상이 시작되고 있기 마련인 천의 귀퉁이를 유심히 관찰해 보자. 가로실과 세로실이 동시적으로 풀리는 양상이 나타난다면 직물이며, 그렇지 않다면 높은 확률로 편물일 것이다. 가령 주변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니트는 편물에 속한다.

 

편물 원단의 종류로는 싱글 저지(single jersey), 자가드(jacquard), 피케(pique), 벨로아(velour), 코듀로이(corduroy) 등이 있다. 싱글 저지는 앞뒤가 일치하는 한 겹의 원단으로, 여름철 반팔 티셔츠에 자주 쓰인다. 자가드는 색상과 조직에 있어 무늬가 한눈에 들어오는 편이다. 피케는 이중직의 일종으로, 표면을 자세히 살펴보면 가로 방향으로 그물 모양이나 마름모 모양의 작은 무늬가 반복적으로 펼쳐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벨로아는 밀도가 촘촘한 테리 원단의 루프를 잘라 터치감이 부드럽도록 연출한 원단이다. 코듀로이는 가로 방향으로 골이 파인 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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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부직포 - 부직포란 섬유를 직포 공정을 거치지 않고, 열과 수지를 이용하여 서로 얽히도록 기계적인 처리를 더하여 만든 옷감이다. 부직포는 건식 부직포와 습식 부직포로 분류된다. 건식 부직포의 예로는 케미컬 본딩(Chemical Bonding) 부직포, 서멀 본딩(Thermal Bonding) 부직포, 에어 레이 부직포(Air Ray) 부직포가 있다. 한편 습식 부직포의 예로는 니들 펀칭(Needle Punching) 부직포, 멜트 블로운(Melt Blown), 스티치 본드(Stitch Bond) 등이 있다.

 

케미컬 본딩 부직포의 경우 유연성과 통기성이 뛰어난 편이다. 서멀 본딩 부직포는 접착제를 사용하지 않아 위생적이라는 장점이 있으며, 에어 레이 부직포는 가로와 세로 방향의 인장 차이가 없다. 니들 펀칭 부직포는 섬유를 특수바늘을 활용하여 물리적으로 결합시켜 제조한 것으로, 펀칭 횟수나 바늘의 밀도에 따라 제품의 두께를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다. 멜트 블로우는 유연하며 비투과적이면서도 절연성이 뛰어나다. 최종적으로 스티치 본드는 섬유를 접착제를 사용하지 않고 실로 누벼 만든 것으로, 두께는 얇더라도 인장강도가 상당히 높다.

 

부직포의 일반적인 장단점은 다음과 같다. 두께를 자유롭게 변화시킬 수 있으며 주름이 잘 생기지 않는다. 또한 사용되는 섬유와 접착제가 대부분 합성 고분자이기 때문에 주름방지성과 형태 안정성이 크며, 직물과 달리 끝부분이 풀릴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또한 강도의 범위가 넓으며 어떠한 방향으로도 제단이 가능하다. 하지만 드레이프성이 적어 겉옷의 원단으로 적합하지 않으며, 방향성이 있고, 필링성(Pilling)이 나쁜 경우가 대다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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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패브릭들은 겉보기에는 두드러지지 않을지라도 무수히 많은 조직들을 다채롭게 내포하고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짜임새 안에 숨겨진 비밀들을 하나둘씩 포착할 때마다 무생물과 다름없는 사물과 왠지 한 발자국 더 가까워진 느낌이 든다. 이처럼 패브릭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기울이다 보면 사물과의 기묘한 연이 켭켭이 쌓이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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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민경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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