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동양화 도슨트 [도서]

글 입력 2022.02.28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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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화 전공이었지만 동양미술사 수업은 있었다. 하지만 다른 수업을 듣느라 동양미술사 수업을 듣지 못했다. 한국인으로, 동양사를 알지 못한다는 건 내가 아쉬웠다. 스스로 당당하지 못한 기분이었다. 물론 서양화 전공으로써 서양미술사를 알아야하는 건 기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열심히 공부했었지만, 동양화에 대해서는 잘 몰랐다. 그래서 늘 '이건 언젠가 제대로 공부해야지'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쉽지는 않았다. 늘 그렇듯 역사책은 어려웠고, 수업을 듣지 않는 한 읽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번에 읽은 책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해서 그런지 말투도 친절하고 내용도 읽기가 쉬웠다. 방대한 양을 선별한다는 건 쉽지 않다. 어떤 것이 핵심이고, 버릴 것은 무엇인지 명확히 알아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책을 간단히 소개하자면- 앞에 간략하게 역사를 설명한다. 그리고 그림을 인물화, 화조화, 산수화, 문인화, 사군자, 풍속화, 민화 이렇게 7가지로 나누어서 설명했다. 각 챕터 그림 유형별로 발생 배경을 흐름을 통해 얘기하고, 우리나라 경우를 설명했다. 그림이 중간중간 나와있고, 모르거나 어려울만한 단어들을 표시해서 읽기 좋았다. 그리고 중요한 부분은 형광펜처럼 색을 그어 핵심을 바로 파악할 수 있게 도왔다.

 

서양화에 익숙해져서 몰랐다. 첫장에 동양화 설명을 보고 깨달았다. 세계관 차이와 그림의 차이가 동일하다는 것. 서양화는 캔버스 천에 기름 묻힌 물감으로 꾸덕꾸덕 그린다. 그리고 어떻게 대상을 표현할건지 시각에 치중한다. 그러나 동양화는 비단이나 종이에 먹으로 그렸다. 먹의 농담으로 대상을 표현한다. 물감을 얹는 방법이 아니다. 먹가루가 적게 베여있어서 묽게 나오거나, 혹은 진하게 칠하는 방법만 있을 뿐이다. 그래서 서양화와 다르게 면보다는 선 중심이다.

 

수채화와 유채의 차이처럼, 덮을 수 없는 재료라는 것은 더욱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 한 번 그으면 돌이킬 수가 없다. 그래서 여백이 넓은걸까란 생각도 들었다. 알게 모르게 무의식적으로도 많이 베여있을 것 같다. 재료에 대해서, 그림에 대한 태도마저도.

 

소재 뿐만 아니라, 선에서 면으로도 기법이 바뀌었다고 한다. 보는 시점 (가깝거나 멀거나 등)을 어떻게 얼마나 적용할지도 스타일이 나뉜다. 자세히 보지 않아서 관찰을 하지 않아서 ‘다 거기서 거기’인 줄만 알았는데 내가 몰랐었다. 이렇게나 꾸준히 변화해오고 있었구나.

 

동양화는 더욱 더 내면 중심인 철학적인 그림이다. 왠지 모르게 먹의 재료 특성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고상해보이고 적막해 보인다. 동시에 여유롭기도 하며 사색이 가득히 느껴진다. 어쩐지 내 느낌만 그랬던 것이 아니었다. 실제로 전업화가보다는 문인들이 문인 화가로 많이 활동했었으니까. 그래서, 그렇게나, 서양화처럼 시각만을 중시했던 것이 아니라, 표현에 얽메이지 않고 그렇게 마음의 눈으로 보고 표현을 했구나.

 

책을 읽으면서, 그림 설명을 보면서, 같이 느끼면서, 고요함을 공감했다. 그 여백과 시간을 통해서 나를 돌이켜보았다. 그래서 사람들이 동양화를 더 무겁게 느끼거나, 또는 완전히 반대로 홀가분하게 느꼈겠구나. 내면을 관조하는 그림들이었다. 서양화처럼 3D를 2D로 표현하는 단순한 표상/현상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이를 통해 내면 세계를 계속해서 표현했구나. 그래서 내면을 계속해서 바라보았구나. 선비들처럼.

 

재미있었다. 어쩐지 동양화 작품을 볼 때마다 ‘알 수 없는 한자와 도장들’이 뭔가 했더니.. 그냥 ‘내가 이런 생각으로 그렸음’ ‘이거 내가 봤음’ ‘이거 내가 갖고 있었음’ 그냥 롤링페이퍼였잖아. 알고나서 엄청 웃었다.

 

책 정말 좋았다. 보통 미술작품 감상에 있어서 설명들을 보면 ‘뭐 당연한 소리를 하고 있지’라는 생각이 들었었는데, 사실 그게 ‘진짜 도움이 되는 것’이었다. 많이 배웠다. 그리고 저자의 의견들도 같이 보면서 나는 어떻게 느끼고 생각이 드는지 계속 돌아보게 만들어 좋았다. 예술작품으로 정하는 기준도 흥미로웠다. 미술의 시발점은 단순한 묘사와 기록의 의미로 기술일 뿐이었다. ‘아름다움 감상으로 목적이 넘어가는 순간’을 중요하게 본 점에서도 좋았다. 전에 비해 조금은, 동양화가 친근해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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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리보기

 

그림이 주는 즐거움이란 눈에 보이는 것을 새로이 해석해서 다른 눈으로 보게 해주는 것입니다. _첫 문장

 

전통 사회는 신분제 사회였기에 당시 중요한 사람은 권력이 있고 부유한 사람이었습니다. 따라서 인물화 대부분은 그들이 중심이 된 그림입니다. 더군다나 인물이 활동하는 모습을 그린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닙니다. 타고난 재주도 있어야 하지만 오랜 연습 기간도 필요합니다. 그런 화가를 키워야 그림을 얻을 수 있으니 그림을 남기려면 돈이 많아야 했을 것입니다. 그림으로 자신을 남긴 사람들은 대부분 지위가 높고 돈이 많은 사람이었던 까닭이 여기 있습니다. 그림이 인물화에서 시작된 것은 동서양이 다르지 않습니다. _44쪽

 

동양화에서 '모사'는 나쁘게만 말할 수 없는 개념입니다. 모사는 그림을 배우는 방법의 하나였고, 복사 기술이 없을 때 사본을 만드는 방법이기도 했습니다. 더군다나 문인들은 형태보다 선의 추상적 의미를 중시해서 베끼는 것도 새로운 창조라 여겼습니다. _55쪽

 

동양화에서 산수화는 서양의 풍경화에 해당합니다. 서양화에서 풍경화가 늦게 태어난 편이듯이 동양화에서도 산수화는 등장 시기가 늦습니다. 게다가 산수화는 병풍의 장식이라는 하찮은 영역에서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훗날 동양화를 대표하는 영역으로 자리를 잡습니다. 산수화가 빛을 보게 된 이유는 세상이 혼란해져서입니다. 전쟁과 정치적 불안은 자연의 평화와 아름다움에 눈을 돌리게 했습니다. 그리고 송나라 초기에 다른 장르의 그림 위에 우뚝 서게 됩니다. _117쪽

 

동양화에서는 실제 세상에서의 물리적인 크기나 관점이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보다는 마음이 먼저입니다. 다시 말해 동양화는 보이는 그대로를 그리려는 것이 아니라, 보이는 것을 마음에 담아 다시 조합하여 그립니다. 그래서 있는 그대로 그리기만 한다면 예술의 경지라고 인정하지 않습니다. _132쪽

 

5-5 〈밤에 홀로 앉아서〉에서 문인화의 또 다른 특성을 찾을 수 있습니다. 바로 바위와 언덕 위의 '점'입니다. 점하고 문인화가 무슨 관계일까요? 심주는 이 점 하나하나에 큰 정성을 쏟습니다. 점의 본디 목적은 바위와 언덕에 난 풀이나 작은 나무를 묘사하는 장치지만, 문인화에서는 '점'에 전체 그림을 관통하는 '영혼'을 불어넣는다고 여깁니다. 그래서 점을 찍을 때는 서예할 때처럼 온 마음을 기울여야 합니다. 심주는 점 찍는 일을 정신이 맑고 기력이 좋을 때 했다고 합니다. 그만큼 온 힘을 들였기 때문입니다. _173쪽

 

어떤 사람은 어린아이가 그린 것 같은, 아무리 보아도 도저히 잘 그렸다 할 만한 구석이 없는 이 작품이 왜 그리 유명한지 의심을 품습니다. 김정희는 옛 글자를 연구하는 학자였기에 서예에 일가견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가 쓴 작품들도 보통의 글씨와 다릅니다. 그의 서예는 옛 글자를 이용해 고도의 추상적인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작업입니다. 김정희의 눈에는 그림의 기교가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서예와 마찬가지로 그림에는 그 사람이 책을 읽어 쌓은 지식과 인격, 그리고 문자의 향기가 우러나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 바탕이 있을 때 비로소 그림을 그릴 수 있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_200쪽

 

민화가 백성의 것이 아니었다는 사실은 8-1 〈해와 달과 다섯 봉우리(일월오봉도)〉가 확실히 말해 줍니다. 이 그림은 오로지 왕만이 쓸 수 있는 그림입니다. 왕이 자신의 의자에 앉아서 정식으로 신하를 거느리고 일할 때는 반드시 이 그림이 있어야 합니다. 궁궐이 아닌 다른 곳에서 업무를 보더라도 이 그림 병풍과 의자를 가져가야만 왕좌로 여겼습니다. 만일 신하가 이 그림 앞에 앉았다면 반역을 한 것입니다. 더욱이 임금이 병풍을 돌아가 앞에 앉는 것이 아니라 이 병풍에 난 문을 통해 그림을 뚫고 들어와 의자에 앉았습니다. 이 행동을 보더라도 대단한 상징성이 있지요. 결코 백성의 그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닙니다. _300쪽

 

동양화는 서양화처럼 겉으로 화려하게 드러내는 대신, 안으로 내밀한 즐거움을 나눕니다. 또한 식물이나 동물에 대한 애정 어린 시선, 산이나 강과 같은 대자연을 향한 갈망과 자연과 인간과의 조화를 추구하는 면에서는 서구의 시각과는 다른 정신이 깃들어 있습니다. 아마 그것이 산업화와 자본주의의 관점에서 벗어나 앞으로 우리가 새로이 추구해야 할 관점일지도 모릅니다. _327쪽(저자 후기 중에서)


 

[최지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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