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우리를 위한 동양 미술 수업, 동양화 도슨트

우리의 그림에 다가가는 시간
글 입력 2022.02.24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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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화 도슨트, 우리의 그림에 다가가는 시간.



 

그림을 감상할 때 중요한 것은 그 시대의 배경과 화가의 생각입니다. 이 두 가지를 알아야 그림을 올바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서양화에서 종교나 신화의 내용을 바탕으로 그린 그림은 그 내용을 알아야 제대로 된 감상을 할 수 있습니다. 동양화도 마찬가지입니다. 문인이 그린 문인화는 그림을 그린 사람의 생각과 가치관을 알아야 담긴 뜻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그때의 세상과 다른 세상에 살고 있으니 그들의 생각을 이해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결국 역사적 배경에서 이해해야 합니다.

 

<동양화 도슨트> 중 29쪽

 


사실 나는 동양화가 어렵다. 제대로 된 지식도 없을뿐더러 관련 서적을 줄곧 읽어온 서양화와 달리 동양화에 대한 책은 이번이 처음이다. 동양화가 서양화와 달리 상대적으로 이목을 끄는 요소가 부족했던 것인지 아니면 내가 흥미가 없던 것인지 모르겠지만 이번 <동양화 도슨트>를 통해 낯설었던 동양화를 그전보다 ‘조금은’ 더 알게 됐다.

 

저자는 우리가 동양화를 어려워하는 것이 잘못됐다고 말하지 않는다. 단지 동양화는 관념적인 그림이 많아서 역사에 대한 지식 없이 이해하기 어렵다고 한다.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는 모든 역사를 속속히 알고 있지 않으니 동양화가 난해하다고 느낄 수밖에 없다. 덕분에 <동양화 도슨트>는 동양화에 대해 처음 접하는 본인에게 아주 적절한 책이었다. 책의 부제도 ‘청소년을 위한 동양 미술 수업’이라 역사 용어에 대한 주석도 꼼꼼하게 달려있어 배경의 이해가 수월했다. 모를만한 용어와 역사 상식을 엮어 친절히 설명해 주니, 어찌하여 동양화가 이렇게 발전했는지 포인트를 쉽게 잡을 수 있었다.

 

책은 구어체를 사용하며 우리가 마치 미술관에서 도슨트를 듣는 듯한 흐름을 안겨준다. 정확한 역사적 설명과 시대별 타임라인까지 있어 입문자가 책을 읽는데 어려움이 없고, 작가는 우리가 효과적으로 동양화를 이해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까지 제시해 준다. <동양화 도슨트>에는 동양화에 흥미를 느끼도록 작가의 섬세한 노고가 묻어났다. 무엇보다 이토록 많은 동양화를 알찬 설명과 함께 편안히 집에서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코로나 시대에 이런 책으로 도슨트에 대한 니즈를 이렇게 풀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인 것 같다. 목차는 동양화를 시작으로 인물화, 화조화, 산수화, 문인화, 사군자, 풍속화, 민화로 저자 후기를 마지막으로 책을 마친다.

 

 

동양화의 장르별 역사·특징

미술관에서 도슨트를 듣는 듯한 흐름

용어 사전, 역사 상식으로 손에 잡히는 개념

100여 점의 그림으로 감상하는 동양화의 정수

 

<동양화 도슨트> 중 책 소개 발췌

 

 

 

문인이 발전시킨 그림


 

기본적으로 먹과 붓을 사용해 글씨를 썼던 동양은 예로부터 따로 서예(書藝)라는 예술이 있을 정도로 정확하고 유려한 필 획에 관한 공부가 필요했다. 붓의 형태는 일정했고, 획과 필체의 차이를 둘 수 있는 점은 ‘선’의 두께와 모양에 달렸다. 무엇보다 종이가 없어 비단에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기도 했으니 지금처럼 누구나 그리지 못했다. 또한 먹고사는 문제가 더 중했던 시절이었고 그림은 우선순위가 아니니 문화가 발전했던 대륙의 송나라도 몽골의 침공으로 나라가 쇠퇴함에 따라 화원은 철거됐다. 농사일로 바쁜 평범한 백성들에 비해 책을 읽고 글을 쓰는 문인들이 한가로우니, 그림을 발전시킨 부류가 문인인 것은 자연스러운 이치겠다. 글 공부도 온종일 할 수 없을 테다. 가끔 방문 밖에 보이는 풍경을 그려보지 않나. 마치 공부하다 낙서를 하는 우리들처럼.


 

동양화와 서양화의 차이는 결국 기법과 시각의 차이입니다. 이런 차이가 만들어지는 데는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결국은 재료의 특성과 환경, 관념적인 전통이 다르기 때문에 생겨난 것입니다. 그림의 기법이나 관점의 차이는 사물이나 사람을 보는 눈의 차이를 만들어 내기도 합니다. 그런 시각의 차이가 동서양의 기본적인 사고의 차이로 굳어지기도 했습니다.

 

동양화에서는 ‘선’을 중심으로 다루고, 공간적인 면에서는 ‘인간의 위치’를 중요하게 여깁니다. 이와 달리 서양화에서는 ‘면과 색’이 중심이고, 공간적인 면에서는 ‘자연 공간을 그대로’ 표현하고자 노력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동양화 도슨트> 중 33쪽

 

  

동양화보다 상대적으로 서양화를 많이 접했던 나는 서양화와 동양화의 ‘차이’에 집중하게 됐다. 먼저 동양화라 하면 글자 표현상 동양의 그림으로 동아시아를 뜻하나, 사실상 중국과 일본, 그리고 한국인 세 나라만 포함된다고 한다. 모두 동일하게 붓으로 그리니 이 그림이 어느 나라의 것인지 구별하기 쉽지 않다. 또한 동양화는 그림이라 해놓고 여러 시문과 도장으로 범벅된 경우도 있고, 화가의 의도가 숨어져 있는 듯한데, 그 뜻을 당최 알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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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화 도슨트> 중 5-13 <추운겨울(세한도)> 김정희, 1844년

 

 

반면 서양화는 보통 빈 곳 없이 빽빽하게 모든 면이 칠해져 있고, 사실 그대로를 그리는 경향이 그림에 대한 지식이 없어도 작품 자체를 미적으로 바라보기 좋다. 서양화는 이렇게 단순히 아름다움을 감상할 수 있지만, 동양화는 앞서 말한 것처럼 조금 결이 다르다. 선으로 이어졌거나 점으로 찍혀있으며, 채색이 안 된 경우도 있어 서양화보다 여백이 많다. 그러니 알록달록한 서양화를 접한 우리가 보기에 동양화가 조금 심심할 수도 있다. 하지만 모든 것에 이유가 있듯이 동양의 화풍이 그리 잡힌 것은 역사적으로 이유가 있었음을 <동양화 도슨트>를 통해 알게 됐다. 실제보다 관념을 담는 동양화는 주로 문인(文人)에 의해 발전됐으며, 그림의 기술보다 서예에 특화되어 성장한 그들에게 그대로 묘사하는 것보다는 뜻을 담는 것이 더욱 중요한 가치였다.

 

 

동양화에서는 실제 세상에서의 물리적인 크기나 관점이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보다는 마음이 먼저입니다. 다시 말해 동양화는 보이는 그대로를 그리려는 것이 아니라, 보이는 것을 마음에 담아 다시 조합하여 그립니다. 그래서 있는 그대로 그리기만 한다면 예술의 경지라고 인정하지 않습니다. 이 원칙은 훗날 산수화에서 더우 견고해집니다.

 

<동양화 도슨트> 중 133쪽

 

 

이는 나라의 흥망성쇠에 따라 바뀌는 정치관에 따라 화원이 철폐되고, 급제의 길이 막힌 문인들이 할 수 있는 일을 하다 보니 그림이 발전하게 된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그림이 문인으로서 겸비한 재능으로 발전해 온 동양은 이렇게 서양과 달리 ‘관념’적이고 문인의 사상과 맞물려 ‘내면’을 강조했다. 그렇다 보니 그대로 그리는 ‘기술력’보다는 그림에 뜻을 담고 유려한 붓놀림이 더 우선이지 않았나 싶다.

 

이런 역사적 배경을 들으며, 나는 밀레니엄 세대의 부모님께서 자녀가 예체능으로 진학하는 것을 그리 반기지 않았던 이유도 알것 같다. 예로부터 그림이란 뜻을 담은 글이 먼저 있고 그다음이 그림이었기 때문이다. 역사의 전문가도 아니고 숨은 뜻을 찾을 수 있는 천재도 아닌 우리는 이런 이유로 동양화에 쉽게 흥미를 갖지 못했던 게 아닐까?

 

 

곧 ‘먼저 마음속에 대나무를 그려야한다’ 같은 이야기는 이들에게서 나온 것입니다. 이는 그림이나 글씨는 마음속에서 먼저 완성한 다음에 손으로 그리고 써야 한다는 이야기고, 결국은 학식이나 문학적인 감성, 인격 등을 먼저 쌓은 뒤에 그림을 그려야 하다는 것입니다. 이는 문인화를 관통하는 이념이 됩니다. 소식은 모양이 비슷함은 그림에서 아무것도 아니라고 주장했는데, 이것도 겉으로 드러난 모양보다는 그림을 그리는 사람 내면의 아름다움을 더 강조한 이야기입니다.

 

<동양화 도슨트> 중 2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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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화 도슨트> 중 3-12 <닭과 맨드라미> 정선, 18세기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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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화 도슨트> 중 3-14 <꽃과 새> 김홍도, 19세기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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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화 도슨트> 중 3-15 <노란 고양이가 나비를 놀리다> 김홍도, 18세기말

 

 

<동양화 도슨트>는 말하길, 동양화 작품 중에서 화가만큼 실력은 없지만, 문인으로서 아마추어의 실력은 가진 이들이 시문과 그린 그림이 있다고 한다. 아마 내가 본 그림 대부분이 그러한 것 같다. 그림보다는 오히려 서체에 눈길이 갔고, 그림은 글을 위한 장식품에 불과한 것처럼 완성도가 높지 않았다. 그러니 동양화는 여러 색과 묘사로 꽉 찬 서양화와 달리 나의 시각적 만족을 채우지 못했다. 특별한 관심을 갖지 않았기에 그림의 제목조차 기억나지 않지만, 동양화는 대부분 빈 곳이 많았고 글씨가 쓰여있었고, 그림은 그리다 만 것 같았다.

 

하지만<동양화 도슨트>를 보며 놀란 점이 있다. 생각보다 어여쁘고 기교가 뛰어난 동양화가 많았다. 소소한 일상속에서 느낀 평화가 그대로 녹아 있는 여러 단아한 그림이거나 장대한 자연을 담은 그림은 내 마음을 평안하게 만들어줬다. 인쇄된 책으로 보아 아쉬울 따름이다. <동양화 도슨트>의 조곤조곤한 설명은 그림과 맞게 꾸며진 전시회에서 듣기 좋은 편안한 음악과 몇 없는 인파를 상상하게 했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동양화가 쉬워지진 않았지만, 전에 비해 좀 더 친근해졌다. 만약 동양화 자체에 아직 관심을 두지 못했다면 본인이 동양화에 대해 가진 편견을 깨부수는 기회로 삼아 접근해 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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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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