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병의 나라를 살고 있는 우리의 필독서

<<정신병의 나라에서 왔습니다>> - 리단 저
글 입력 2022.02.21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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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꽂이에 꽂힌, 이 책을 바라보기만 해도 피식 웃음이 나오기도 하고, 울컥하기도 한다. 그야말로 그 어떤 책보다도 읽는 내내 만감이 교차하게 만든 책이다.

 

정신 및 심리 분야의 유명도서의 저자들은 대부분 의사나 전문 학자들이다. 예를 들어, <<고민이 고민입니다>>, <<당신이 옳다>>, <<불안한 게 당연합니다>> 등 제목은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이 도서들의 저자는 모두 정신건강 전문의이다.

 

반면, <<정신병의 나라에서 왔습니다>> 의 저자 리단은 누구인가? 그의 저자 소개를 보면 그는 삽화가, 만화가이며 2천 명의 팔로워를 가진 트위터리안이다. 벌써 새로움이 느껴졌다.  (물론 감수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했다) 이 책은 그렇기에 전문가들이 주는 조언과는 조금 다르다. 철저히 정신병을 앓고 있는 개인의 입장에서 쓰여져 있으며, 그래서 조금은 가볍고 더 쉽게 가슴에 파고드는 날것의 문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정신병의 특징은 그것을 사람의 언어로는 제대로 표현할 수 없는 데에 있다.”

 

저자는 ‘우리의 언어’로 말한다. 그래서 이 책은 특별하다.

 

정신병을 타인에게 설명하는 일은 너무나 어렵다. 그렇기에 우리의 병은 때로 오해받고, 때로는 과장되거나 축소되며, 때로는 깨기 어려운 편견을 얻기도 한다. 억울하기도 하고 서글프기도 한 일이다. 저자는 그러한 정신병을 당사자의 입장에서, 가려운 곳을 긁어주듯 표현해준다. 마치 해외에서 한국인을 만났을 때의 반가움이다. 저자의 재치 있는 표현에 웃음이 나오기도 했고, 어떤 부분은 너무나 공감되어서 코끝이 찡해지기도 했고, 또 어떤 부분에서는 그 누구한테도 받지 못한 위로를 받았다. 저자의 경험에서 부터 나온 지식과 조언은 우리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

 

 

“그것은 일단, 그저 병이다.”

 

이 책은 소수자로서의 정신질환자들을 비춘다. 정신병을 앓고 있다는 것을 밝히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매일 먹는 약을 감기약이라고 둘러대기도 하고, 누군가는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 몰래 털어 넣기도 한다. 우리의 병은 가장 가까운 이들에게조차 밝히기 힘들고, 설사 밝혔다 하더라고 완전한 이해를 받기 힘들다. 우울증, 공황장애, 대인기피증 등으로 병가를 내기도 힘들다. 그래서 우리는 사회에 반쪽짜리 소속감을 느낄 수 밖에 없다.

 

정신병들이 숨겨지고 가려지는 것은 병을 치료하는 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세상은 정신병에 대한 이해와 지식이 부족하다. 그렇기에 우리가 계속 우리의 언어로 말하고, 세상에 나오는 것이 필요하다. 정신병에 대해서 보다 편하게 이야기 나눌 수 있을 때 비로소 불필요한 오해가 걷히고 “그저 병”으로 다루어질 수 있다. 그럼으로써 방 안에 갇혀있던 병자들이 조금 더 쉽게 병원으로 향할 수 있기를 바란다. 더불어 병자들 뿐 아니라 병자들을 곁에 둔 많은 사람이 이 책을 읽어 정신병에 대한 진정한 이해를 꾀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읽으며 가장 와닿았던 문장이고, 책을 덮고 나서도 머릿속에 강하게 남은 메시지이다. 또한 종종 병이 나를 무겁게 짓누를 때 혼잣말로 되뇌이곤 하는 문장이다. 정신병의 세계에서 사는 일은 알다시피, 힘들다. 병과 싸우는 것은 결국은 나 혼자이다. 상태가 호전되었다 싶으면 병은 다시 나를 바닥으로 내리꽂기도 한다. 그 좌절감을 저자는 안다. 그러한 일이 몇 번이고 다시 일어날 것임을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력할 수 있는 일이 있음을 잊지 말자. 정신병의 나라를 살고 있는 우리가 동시에 저 바깥 세계에서의 삶을 주체적으로, 조금은 더 건강하게 영위하기 위해서. 포기하지 말기를.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민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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