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미지근걸의 끄적임[4] [사람]

글 입력 2022.02.13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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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월부터 2022년 2월까지의 기간 동안 내가 가장 열심히 한 것은 바로 ‘지역아동센터에서 멘토링 하기’였다. 총 두개의 센터를 다녔고 무려 347.5시간을 썼다. 처음에는 집에 하루 종일 누워서 유투브나 넷플렉스만 보고 싶지 않아서 다니기 시작했다. 너무 무의미한 시간들이라 느꼈기 때문이다. ‘뭐라도 하자’는 생각에 시작하게 되었고 그것이 나에게는 ‘지역아동센터 멘토링’이었다.


고등학교 시절에도 이러한 멘토링에 관심이 많았다. 학교 주변 아동센터 아이들과 멘토링을 하고, 졸업 이후에도 크리스마스를 보내기도 했었다. 항상 나로 인하여 이 사회가 조금이라도 나아졌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살아왔다. ‘능력을 키우고 그것을 바탕으로 좋은 영향력을 퍼뜨리자’가 삶의 목표 중 하나이기도 하다. 당시에, 그리고 지금까지도 나는 공부에 가장 큰 재능이 있었고, 그 능력을 토대로 멘토링을 하는 것이 최선이었다.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는 아동청소년 시기의 교육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학습적인 지도뿐만 아니라, 이 시기에 형성되는 여러 도덕적 기준, 성에 대한 인식, 안전하게 자신을 지키는 방법, 감정을 표현하는 방법 등 여러 방면의 교육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리고 나는 진심으로 그러한 멘토가 되고 싶었다.


늘 최선을 다하지는 않았기에 이것이 짐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일주일에 이틀을 오로지 센터를 위해 써야하는 것이 부담이 되기도 했다. 누군가 나에게 ‘센터에 왜 그렇게까지 시간을 투자하는 거예요?’는 질문에 머리를 맞은 듯했다. 간절히 원하던 일도 아니었고, 정말 즐거워서 하는 일도 아니었다. 실로 미래에 스펙이 크게 될 일도 아니었다. 그렇기에 어쩌면 집에서 유투브를 보는 것과 다를 바 없어 보였다. 그럼에도 나는 나의 347.5시간을 후회하지 않는다. 많은 것을 얻었고 또 배웠기 때문이다.

 

*

 

1. 아이들에게는 진정한 ‘멘토’가 필요하다.

 

아이들은 진정한 ‘멘토’가 필요하다. 멘토의 역할은 무엇일까? 단순히 2+3이 5라는 것을 알려주는 것은 아니다. 물론 그것이 나의 주 업무이긴 했다. 아이들에게 과제를 하도록 시키고, 채점한다. 모르는 것이 있으면 알려준다. 그러나 아이들은 나에게 그 업무 외에도 많은 것을 바랐다. 자신들의 마음을 알아주기를 원했고, 좀 더 가까워지기를 바랐다. 멘토를 넘어서 보호자의 역할이 되기도 하였다. 개인적인 고민들을 나누며 선배의 역할을 하기도 했다.

 

내가 멘토링했던 한 아이가 지난 주 연락이 왔었다. ‘자신이 알바를 해서 첫 월급을 받았는데, 첫 월급은 감사한 분들께 쓰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그 아이는 이제 고작 고등학생이 되었을 뿐이지만, 그 마음이 정말 고마웠다. 그리고 내가 ‘감사한 분’이 되었다는 것이 신기했다. 단순한 학습적 지도만 했더라면 이렇게까지 정서적으로 가까워지지 못했을 것이다. 나 역시도 그 아이에게 의지할 때도 있었다. ‘멘토-멘티’ 역할을 넘어서서 친구가 된 것 같기도 했다.

 

 

2. 다양한 교육이 필요하다.

 

앞서 언급한 내용들과 일맥상통한다. 단순한 학습적 지도만으로는 부족하다. 더 다양한 분야의 교육을, 더 다양한 방법을 써 가며 나누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2시간의 문제풀이 시간보다 10분의 산책이 학생과 나를 가까워지게 했다. 물론 짧게 보면, 성적이 오르는 것이 가장 좋은 결과일지도 모르겠지만, 길게 보았을 때, 정말 스스럼없이 교류하고 인연을 이어갈 수 있는 것은 정서적 라포 형성이 된 경우였다.

 

물론 한계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사실 지역아동센터에서는 실제로 다양한 교육을 시도하고 있기도 하다. 음악이나 미술 등 예체능의 교육도 이루어진다. 그러나 대학생 봉사자들에게는 학습적인 지도에만 집중시킨다.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일수도 있겠지만, 무조건적인 교육 진행은 나에게도 부담이 되고, 짐으로 느껴질 뿐이었다. 물론 아이들도 당연히 공부에 점점 흥미를 잃었다.

 

더 나아가, 예의가 없는 아이들이 정말 많았다. 화를 내야지만 겨우 수업을 진행할 수 있었다. 처음 지역아동센터에 갔을 때, 그곳 선생님들이 항상 화가 나 있는 듯한 모습을 보며 이해할 수 없었다. 아이들을 조금 더 부드럽게 대해 주셨으면 했다. 그러나 지금, 나도 똑같이 소리를 지르고 화를 내며 아이들을 다루고 있다. 그래야지만 정말 겨우 수업이 진행되기 때문이다. 나이가 어릴수록 정서적 교류는 힘들다.

 

 

3. 코로나-19는 센터를 힘들게 한다.

 

코로나-19는 지역아동센터의 운영을 힘들게 한다. 지역아동센터를 다니는 아이들의 부모는 맞벌이인 경우가 많다. 아동센터에 올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곳에서 숙제를 하고, 공부를 하고, 밥도 먹어야 한다. 그러나 전염병의 영향으로 식사를 진행할 수 없었다. 아이들이 한 번에 머물러 있을 수 있는 규모와 시간에도 제약이 생겼다.

 

내가 멘토링을 할 때에도 계속하여 비대면과 대면 수업이 전환되었다. 비대면일 때 아예 수업을 진행을 못하기도 했다. 아이들은 더욱 더 수업에 대한 흥미가 떨어지고 진행은 더욱 더디게 흘러갈 수밖에 없었다. 전염병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는 것이 아마 지역아동센터들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일상적인 삶이 아예 불가능 해지니 말이다.

 

아무래도 멘토와 멘티 간의 라포가 형성되기 위해서는 ‘지속성’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해 중간에 센터를 그만두는 학생도 많았고 내가 담당하는 학생이 계속해서 바뀌기도 하였다. 비대면 수업은 모두의 의욕을 떨어뜨렸다. 이러한 상황에서 제대로 된 멘토링은 쉽지 않았다.

 

 

4. 대학생은 대학생일 뿐이다.

 

지역아동센터에서 멘토링을 하는 대학생들은 정말 많다. 거의 모든 학습적 멘토링은 대학생들이 맡고 있을 정도였다. 그러나 대학생은 지역아동센터 내에서 학생과 기존의 지역아동센터 선생님들의 중간 정도에 위치하게 된다. 그리고 이것은 이들을 매우 애매하게 만든다. 물론 어쩔 수 없는 상황이지만 말이다.

 

학생들에게 엄청난 권력을 가지는 것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일을 다른 선생님들보다 적게 하는 것도 아니다. 노동력에 비해 얻는 권력이 매우 적다고 느꼈다. 이로써 말을 듣지 않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수업을 진행해야 하는 것은 나였음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은 내가 다른 선생님들에 비해 권력이 없다는 이유로 무시하기 일쑤였다. 이것은 오로지 나의 부담으로 다가왔고 아동센터 멘토링을 진행하며 가장 힘들었던 지점인 것 같다.

 

물론 조금의 대가를 받고 일한 것이었지만, 내가 쏟았던 힘의 크기는 분명 그 대가보다 컸다고 생각한다. 진심으로 아이들이 수업에 흥미를 가지고 따라오기를 바랐고, 열심히 하려 했다. 그러나 아이들이 나와 수업을 무시하자 나 역시도 의욕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내일 마지막 센터 수업을 앞두고 있다. 당연한 듯 해왔던 일이지만 끝이 난다고 생각하니 아쉬운 부분도 있다. 그러나 이제 힘 없는 개인으로써의 도움을 넘어, 더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방법으로 그들을 도울 방법에 대해 생각해 보고 싶다.

 

 

[윤영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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