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혹시 당신도 편식 독서 중인가요? [도서/문학]

서울리뷰오브북스를 리뷰하다
글 입력 2022.02.13 17:30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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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편식 독서 합니다


 

나는 다독가이고, 속독가지만 아쉽게도 편식 독서가다. 문학 도서를 중식으로 독파한다. 시와 소설, 예술가들이 쓴 수필집, 사회문화 관련 비평 도서를 중심으로 글을 읽어왔다.

 

나는 고작 도서관 800번대 서가에서만 내 뜻대로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이다. 도서관에 들어가자마자 나는 숨을 한번 크게 고르고 800번대 서가를 향해 직진한다. 그곳은 나의 세상 같다. 배수아와 박솔뫼, 김사과의 소설들이 어디 꽂혀 있는지 한눈에 보이고, 프랑스 문학, 미국 문학, 남미 문학이 정확히 어느 지점에 꽂혀 있는지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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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철저한 루틴대로 800번대 서가를 정복한다.

 

먼저 한국 소설이 꽂혀 있는 서가에서 유난히 사람들의 손을 타지 않은 새 책을 발견한다. 작가의 이름이 익숙하거나 책의 첫 장이 마음에 든다면 만족스럽게 그 책을 가지고 떠난다. 그리고 좋아하는 작가들의 책이 꽂혀 있는 곳으로 시선을 돌려 아직 읽지 않은 그들의 작품 중 요즘의 나에게 필요할 것 같은 작품 하나를 쥔다.

 

그리고 남미 문학이 꽂혀 있는 곳으로 재빨리 이동한다. 보후밀 흐라발의 소설들을 전부 다 읽어 보기로 결심했으므로 그의 소설 중 읽어보지 못한 것 하나를 쥔다. 그리고 프랑스 문학이 꽂혀 있는 곳으로 이동한다. 이런 식이다. 나는 2주간 읽어야 할 책, 빌려야 할 책을 철저히 계산해 규칙적으로 책을 빌릴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하지만 800번대 서가를 벗어나는 순간 고개를 들어 거대한 도서관을 한 바퀴 빙 둘러볼 때면 형용할 수 없는 상실감에 빠졌다. 내 손에 쥔 익숙한 문학 도서들, 내가 이미 정복한 공간을 끝없이 항해하는 나태함이라니. 나는 오늘은 기필코 내 세상을 넓혀 보겠노라 큰소리를 친다. 그리고 100번대 철학 서가와 600번대 사회 문화 서가, 400번대 물리학 서가를 서성인다. 하지만 정말 모르겠다. 도대체 어떤 책을 확신을 가지고 우리 집에 들일 수 있단 말인가.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이 우리 집에 머무는 기간은 단 2주다. 하지만 도서관의 책들은 2주간 우리 집의 공기를 마시고, 우리 집의 분위기를 미묘하게 뒤바꿔놓기도 한다. 내가 빌려 간 책을 2주 동안 단 한 번도 펼쳐보지 않는 불상사가 발생한다면 그 책들은 분노와 함께 우리 집에 책 똥을 누고 갈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런 일이 발생해서는 안 되기 때문에 나는 완독 할 수 있는 책만 우리 집에 들인다.

 

 

 

편식 독서가를 위한 책 안내서 "서울리뷰오브북스"


 

이런 나에게 다양한 분야의 도서에 대한 성실하고, 똑똑한 안내자가 생겼다. 바로 "서울리뷰오브북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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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리뷰오브북스"는 서평 전문 계간지로 지난 3월 1호를 발간했다. 사회학, 인류학, 경제학, 자연과학, 역사, 문학, 과학기술사, 철학, 건축학, 정치학, 언어학, 미디어 등 각 분야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인 13인의 편집위원이 직접 글을 쓰고, 제작하는 본 잡지를 읽어보지 않을 이유는 없었다. 본 잡지는 내용이 부실한 책에 대해서는 솔직하게 비판의 목소리를 낸다. 또 주목받지 못한 책을 발굴해 소개해주기도 한다.

 

 

‘좋은 서평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답은 앞으로 독자 여러분들과 함께 찾아나가려 합니다. 그런데 많은 이들이 고개를 끄덕이고 우리도 동의하는 하나의 기준은, 좋은 서평을 읽으면 서평의 대상이 된 책을 사서 읽고 싶은 생각이 들게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서울리뷰오브북스』에 실린 서평을 읽고 장바구니에 책을 가득 담는 독자를 상상합니다. 우리 모두는 어제와는 조금 다른 내가 되기 위해서 책을 읽을 텐데, 이렇게 나를 바꾸는 책을 『서울리뷰오브북스』를 통해 만나게 되는 즐거운 미래를 상상합니다. 『서울리뷰오브북스』에 실린 서평이 오늘보다 조금 나은 내일을 만드는 데 약간이라도 기여한다면 행복할 것입니다. 창간의 돛을 올린 국내 유일의 전문 서평지 『서울리뷰오브북스』가 항해를 떠납니다. 큰 관심과 애정 부탁드립니다.

 

편집장 홍성욱

 

- 「창간에 부쳐」 중에서

 

 

 

"서울리뷰오브북스"의 매력적인 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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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호에서는 '안전', 2호에서는 '마약'과 '백신', 3호에서는 '여행', 4호에서는 '한국 경제'를 포커스해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서평을 썼다.

 

나는 특히 4호, '한국 경제'를 포커스한 기획 서평이 인상적이었다. 경제와 부동산과 관련한 책만 손에 쥐면 잠이 쏟아지는 나로서는 읽어보지 못한 책을 요약해주고, 날카롭게 책의 문제까지 짚어주는 전문가들의 서평이 그저 감사할 뿐이다. 나는 서평을 읽고, 실제로 주택정책에 대한 한 편의 책을 완독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전문가들이 서평 이후 함께 읽으면 좋은 책들을 추천해주기 때문에 도서관 서가에서 어떤 책을 빌려야 할지 망설이지 않을 수 있다.

 

"서울리뷰오브북스"는 포커스 리뷰만으로 구성되는 잡지는 아니다. 최근 출간된 책에 대한 대담, 리뷰등이 수록된다. 놓치고 읽지 못할 뻔했던 좋은 문학 도서들을 잊지 않고, 읽을 수 있다.

 

무엇보다 좋은 기획은 사회학자 김홍중의 "이마고 문디"다. 김홍중의 모든 책을 정독해왔고, 그의 글을 정말 좋아하는 독자로서 그의 시선이 오롯이 담긴 고전 영화 해석을 아껴놓고 읽는다.

 

또한 인기 있는 문학인들의 에세이 혹은 소설도 수록된다. 1호에는 장강명, 요조, 수신지, 2호에는 은유, 정혜윤, 한정원 3호에는 이장욱, 정세랑, 최은영, 4호에는 김영민, 손보미, 김겨울 등의 글이 실렸다.

 

마지막으로 <신간 책꽂이>에는 최근 발간된 신간들 중 눈에 띄는 책을 추천 이유와 함께 소개하고, <지금 읽고 있습니다>는 편집위원이 요즘 읽는 책들을 소개해준다.

 

이토록 친절하고, 영리한 큐레이팅 북을 나는 매 계절마다 기다린다. 요즘은 빨리 봄이 와서 5호가 발간되길 기다리고 있다. 서점과 도서관에서 종종 갈 길을 잃게 된다면, 요즘 어떤 좋은 책이 발간되고 있는지 도저히 감이 잡히지 않는다면, 아무나 붙잡고, 좋은 책을 추천해달라고 외치고 싶은 심정이라면 당신도 곧 발간될 "서울리뷰오브북스" 5호를 주목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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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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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
  •  
  • 나그네
    • 서평가들이 중립적 객관적인 사람이었으면 합니다
      추택과 백신관련 주제의 책, 서평이면 아무래도 친정부 정책관련
       옹호를 안할수가 업지 않겠습니까?
    • 0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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