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죄의식과 용서. 영원한 난제 - 살아남은 아이 [영화]

글 입력 2022.02.11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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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살아남은 아이>(2018 개봉)는 익사 사고로 아들을 잃은 부모와 그 죽은 아들이 목숨 바쳐 살린 아이의 상실감과 죄의식을 다루고 있다.

 

영화는 죽은 아들 '은찬'(이다윗)이와 살아남은 아이 '기현'(성유빈)과의 관계와 사건의 내막은 공백으로 둔 채, 죄책감을 가진 기현과 아들의 죽음을 애도하는 '성철'(최무성)과 '미숙'(김여진)이 진실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다루며 '죄의식과 용서'라는 영원한 난제에 도달하게 된다.

 

비록 아들이 사고로 세상을 떠났지만, 그 아들이 남긴 존재가 기현이라고 생각하여 그를 품으려고 했던 성철은 기현에게 먼저 다가가 자신의 도배 일을 가르치고, 앞으로 기현이 제 살길을 찾아갈 수 있게 적극적으로 돕는다. 눈앞의 기현의 존재는 슬픈 사건을 떠올리게 하지만 동시에 자신의 아들이 '의로운 일'을 했던 좋은 사람이라는 것을 잊지 않게 해주었기 때문에 성철은 기현이와 함께 하며 자신의 상실감을 기현으로 채우고, 아들의 죽음에 의미를 부여한다.

 

반대로 미숙은 그렇게 살아남은 기현은 그저 트라우마일 뿐이기 때문에 기현과 소통하는 성철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리고 아들의 존재를 이어나가기 위해 평소 아들과 친하다고 믿었던 준영이에게 집착하고 새로 아이를 가지려고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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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아들을 애도하는 방식과 기현을 대하는 태도는 달랐지만, 겉으로는 무뚝뚝해 보여도 서철의 관심에 마음의 문을 열었떤 기현은 용기 내 미숙에게 다가갔고, 미숙도 살아남았기에 어떻게든 살아가려고 하는 기현에게 조금씩 마음을 열기 시작했다. 그렇게 셋은 또 다른 가족이 되어가는 것 같았다.

 

하지만, 기현의 인생에서 한 번도 받아본 적 없었던 그 따뜻함은 기현에게 용기를 주기도 했지만 동시에 은찬의 죽음을 향한 죄책감을 키우기도 했다.

 

이 죄책감은 단지 은찬이 대신 자신이 살아남았다는 죄책감이 아닌, 사실 은찬이의 죽음에 관여했다는, 가해자 위치에서의 죄책감이었다. 죄책감에 둘러싸여 더 이상은 못 버틸 것만 같았던 기현은 결국 사건의 진실을 실토하고, 영화는 초반부부터 모호하게 느껴졌던 그 공백을 '죄의식과 용서'라는 난제로 채워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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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특이하지만 어쩌면 또 당연하게도 이 난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갈등의 절정에서 끝난다.

 

무거운 '돌덩이' 같았던 죄의식을 어떻게든 덜어내려고 했던 기현과 용서할 수 없는 은찬의 부모. 그렇게 따뜻하고 인간적이었던 성철과 미숙은 자신의 아들이 한순간에 의사자에서 피해자가 되어버린 진실 앞에서 무너질 수밖에 없었고, 더불어 관련된 주변인물들은 진실을 제대로 파헤치려고 하는 둘에게 심드렁하고 심지어 방해까지 한다.

 

자신의 아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살아가는 아이를 그 어떤 부모가 용서할 수 있을까. 똑같이 죽이고 싶을 만큼, 그리고 자신도 죽고 싶을 만큼 증오하지만 그 아이가 다시 그 무거운 죄책감의 돌을 주워담아 자신을 포기하려고 하는 모습을 마냥 통쾌하다고 바라볼 수만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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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 '누군가의 죄를 용서한다'라는 말은 과연 성립이 가능한가.

 

용서를 한다고 죄가 없던 일이 되는 것도 아니고, 죄로 인해 피해를 본 사람들은 그 죄의 잔흔을 그대로 끌어안은 채로 살아가야 하는데, 용서가 누군가의 죄를 씻어낼 수 있을까. 죄를 지은 사람은 사과를 하고 진실을 고백한다고 죄의식을 덜어낼 수 있으며, 죗값을 치른다는 것, 용서를 받는다는 것은 결국 무엇일까.

 

영화 <살아남은 아이>는 어떠한 죄가 남긴 상처를 평생 안고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의 죄의식과 용서라는 오랜 난제에 조심스럽게 다가간다. 그 누구도 이해하지 않을 수 없어서 더 어렵고도 잔인하지만, 한번쯤은 모두의 입장에서 생각해볼 수 있게 하는 영화이며, 넷플릭스에서 감상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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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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