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카페는 그냥 커피 마시는 곳 아닌가요? [공간]

전 스타벅스 파트너가 스타벅스를 통해 본 제3의 공간
글 입력 2022.02.1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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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사회는 공간을 소유하기 어려운 시대이다. 작은 공간을 취향껏 꾸미는 사람도 있지만 많은 사람들은 비좁고 소유할 수 없는 주거 공간을 벗어나, 돈을 지불하고 편안히 휴식할 수 있는 공간으로 나간다. 이 사람들이 가장 많이 가는 공간은 단연 카페일 것이다. 맛있는 음료를 마실 수 있으며 넓고 탁 트인 공간은 휴식 또는 작업을 하기에 최고의 공간이다. 같은 이유로 본인도 카페를 자주 가는데, 공간과 더불어 기분 좋은 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는 브랜드로는 스타벅스를 가장 선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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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의 대표인 하워드 슐츠는 스타벅스의 가치 철학으로 '제3의 공간'을 내세운다. 이 개념은 레이 올든버그가 책 「The Great Good Place」에서 처음으로 제시한 것으로, 사람들이 가정과 일터 밖의 영역에서 다른 사람들과 즐겁게 어울리기 위해 자발적으로 그리고 격식 없이 자주 찾는 공공장소들을 통칭하는 용어이다. 하워드 슐츠는 더 좁은 개념으로 제3의 공간, 즉 스타벅스를 집과 직장의 틈새에서 안식처와 같은 오아시스로 여기길 바란다. 실제로 스타벅스 코리아의 인재상도 "제3의 공간을 제공하는 문화사업임을 잘 알고 문화콘텐츠를 창조하고 전파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소개되어 있다. 그럼 이러한 공간을 만드는 중요 요소는 무엇일까?


책 「The Great Good Place」를 참고하여 스타벅스와 어울리는 요소 세 가지를 선정해보았다. 

① 중립지대에서 일어나는 대화 ② 접근성과 편의 ③ 단골이다.


레이 올든버그는 다양하고 허물없는 대화가 이루어지려면 고민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성별, 지위, 고민 등을 모두 내려놓고 제3의 공간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본인은 스타벅스에서 일하며 고객과 서로의 안부를 묻고 먹을 것을 나누며 요즘 즐기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하였다. 이러한 대화가 반복되면 자주 방문하는 고객님(버디)들은 먼저 말을 걸어주기도 하셨다. 물론 그 공간을 벗어나면 그렇게 대화하지 못할 확률이 훨씬 높지만, 그 안에서 대화할 때만큼은 바깥세상의 것들을 잊고 스트레스를 풀 수 있어 정말 신기한 경험이었다. 이는 제3의 공간에서 일어나는 대화를 아주 만족스럽게 경험한 것이다.

 


"대화는 중립적이고 수평화 작용이 일어나는 무대가 있어야 가능하다. 대화는 제3의 장소의 가장 중요한 활동이자 제3의 장소를 유지시키는 활동이다. 생기 있고 재치 넘치며 다채롭고 매력적인 대화만큼 제3의 장소를 더 확실하게 보여주는 특징은 없다."


- 레이 올든버그, 「제3의 장소 The Great Good Place」, 김보영 옮김, 풀빛(2019)

 

 

주변인들이 스타벅스를 언제 가는지 살펴보면 시간이 애매하게 남는 경우 혹은 공부나 작업을 하는 경우가 가장 빈번하다. 왜 스타벅스인지 물으면 답은 대부분 비슷하다. 어딜 가나 있고 편한 공간과 방해되지 않는 음악을 제공해주며 오래 머물러도 부담스럽지 않다는 이유이다. 레이 골든버그는 "제3의 장소에 가는 행위는 무계획적이고, 불규칙적이며, 비조직화, 비구조화되어 있다."고 말한다. 그렇기 때문에 제3의 공간은 더 매력적이고, 지루한 일상의 특별한 공간이 된다. 더하여 본인이 좋아하는 음료가 있다면 어느 곳에서나 일정한 품질로 제공되니 이보다 더 틈새의 오아시스 같은 브랜드를 찾기는 어려울 것이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스타벅스의 단골손님들은 '버디'라고 불린다. 매장, 그리고 개인마다 다르겠지만 본인과 본인이 일한 매장에서는 특정 손님들을 '버디'라고 부르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방문을 하면 매장의 모든 파트너들이 아는 손님들은 분명 매우 많았다. 레이 올든버그는 단골손님을 끌어들이는 요인은 또 다른 단골손님이라고 언급한다. 실제로 파트너들이 이미 친한 고객들과 즐거운 담소를 나누는 것은 매장에 활기를 불어넣었고 '매장이 활기차서 좋다'는 이야기도 자주 들었다. 「The Great Good Place」에서는 제3의 공간의 중요 요소로 '집다움'을 제시하고 그걸 이루는 것 중 하나로 '따뜻함'을 꼽는다. 스타벅스처럼 친절하고 서로에 대한 관심을 보이는 장소는 따뜻함으로 가득 차 있다. 그래서인지 스타벅스는 고객 충성도가 높고 MD(Merchandise, 상품)가 잘 팔리며 끊임없는 프로모션도 가능하다. 좋은 브랜드 평판과 높은 고객 충성도는 스타벅스가 일상의 매력적인 일탈 장소임을 보여준다.


물론 사회에는 정말 다양한 사람이 있고 모두가 같은 경험을 하며 사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어떤 사람에게는 제3의 공간인 곳이 다른 사람에게는 아닐 수도 있다. 초기의 제3의 공간은 제1의 공간(가정)과 제2의 공간(일터)를 제외한 다른 공간으로 제시되었다. 그렇지만 시대가 변화한 현재, 혼자 있는 것을 선호하는 1인 가구라면 잘 꾸며진 집 또한 제3의 공간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자신에게 맞는 제3의 공간을 찾고 만족스러운 경험을 하는 것은 삶의 원동력이 될 수 있기에, 꼭 카페가 아니더라도 제3의 공간을 찾을 수 있길 바란다.

 

 

[정예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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