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아빠의 꿈은 뭐였어? - 몽마르트 파파

인생의 붓을 쥔 건 그대들의 손이기에
글 입력 2022.02.10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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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꿈이 있지만 부모님에게도 어릴 적 꿈이 있었다는 걸 가끔 잊는다. 어릴 때부터 우리에게는 당연한 엄마, 아빠였고 당연한 역할이었기 때문이다. 그들이 어렸을 때 커서 엄마가 돼야지, 아빠가 돼야지 하진 않았을 것이다. 가장 이뻤던 나이에는 배우나 모델도 문제없고 가장 똑똑하고 정의감이 타올랐을 때 경찰과 변호사도 어려울 것 없다. 낭만 가득한 세계 일주와 모험적인 에베레스트 정복도 가슴에 묻어봤지 않을까?


'민형식'씨는 중학교 미술교사로 평생을 살아왔다. 정년퇴임이 다가오자 그의 퇴임은 새로운 시작이 되었다. 바로 파리 몽마르트 언덕에서 그림을 그리는 것이다. 누구도 그가 진짜로 몽마르트로 갈 거라곤 생각하지 않았다. 그의 아내도 파리에 간다면 손에 장을 지지겠다고 할 정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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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아들의 도움으로 파리 시청의 허가까지 받고 몽마르트로 떠난다. 미술 공부를 하며 책으로만 봐왔던 거장들의 그림들도 직접 보고 꿈꿔왔던 파리의 모습들을 그림으로 남긴다. 비록 그가 그린 풍경화들이 팔리진 않았지만 그는 꿈을 이뤘다. 너무 늦은 나이라고 생각했지만 선생님이 아닌 예술가의 눈으로 파리를 보고 붓을 잡고 자신의 감정들을 표현하는 그를 봤을 땐 나보다 젊어 보였다. 꿈을 꾸는 자는 모두 젊은 청춘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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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엄마도 꿈이 있었다. 어렸을 때 듣기로는 간호사였다. 그래서 최근까지도 엄마의 꿈은 간호사가 전부였구나 생각했다. 한 2주일 됐나? 엄마와 저녁으로 갈비를 먹으러 갔다. 전역을 하고 처음으로 단둘이서만 먹는 갈비였기에 술이 빠질 수 없었지만 차를 몰고 왔기에 사이다로 대신했다. 술은 사이다로 대체할 수 있었지만 분위기는 대체할 것이 없었기에 술을 먹은 듯한 기분이었다.

 

그래서 그런 건진 몰라도 엄마는 자신의 20대 얘기를 해주셨다. 엄마는 20대 때 약 3년 동안 영상작업을 했다고 했다. 돌잔치나 여러 행사에 가서 촬영하고 편집해 작은 비디오를 만드는 일이다. 이 밖에도 풍경을 촬영하기 위해 이곳저곳 스쿠터를 타고 돌아다니며 카메라에 담았다고 했다. 내가 대학교 원서를 넣을 때 미디어영상에 지원하는 것을 보고 어쩔 수 없는 내 자식이구나 느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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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듣는 이야기에 왜 그만뒀냐고 물었다. 엄마는 사장님이 자꾸 쫓아다녀서 홧김에 그만뒀다고 했다. 나는 엄마가 계속해서 그 일을 했다면 어땠을까 생각했다. 엄마 말로는 지금도 행복하다고 하지만 나는 그 긴 세월 동안 어느 한 분야에서 높은 사람이 되었을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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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 1988'에서 '덕선'이가 아빠에게 아빠는 꿈이 뭐냐고 묻는 장면이 있다. 아빠 역할을 맡은 '성동일'은 자식들이 다치지 않고 건강하게 자라는 것이 꿈이라고 말한다. 한때 나보다도 큰 꿈을 가졌을 부모님은 이제 자식의 행복이 꿈이 되었다. 당신들의 꿈도 한없이 컸을 텐데. 그래서 자신의 미래에 대해 행복한 꿈을 꿨던 부모님을 생각하면 지금의 주름이 야속하기만 하다.

 

가끔 엄마는 핸드폰 앱으로 자신의 사진들을 짧은 동영상으로 만든다. 외할머니의 사진으로 영상을 만들어 외삼촌과 이모들에게 보여주기도 한다. 산악 동호회 사진들을 모아 영상으로 만들기도 했는데 그때만큼 엄마가 집중하는 걸 본 적이 없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나에게 보여주며 어때? 하는 모습만큼 무언가에 큰 기대를 한 모습도 본 적 없는 것 같다. 아직도 그 일에 미련이 남아있는 듯하다.


그래서 나에게 새로운 꿈이 생겼다. 엄마가 영상을 찍고 만들게 도와주는 것이다. 영화든 뭐든 엄마가 원하는 영상을 만들고 나는 그 모습을 담고 싶다. 60대에 몽마르트에 가 화가가 된 그를 보고 아직 늦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붓을 쥔 그는 영락없는 소년이었고 20대, 자신의 이야기를 한 엄마는 영락없는 소녀였다.

 

인생의 붓을 쥔 건 그대들이기에 꿈을 그리는 것고 그대들의 몫이다.

 

그래서 꿈을 꾸는 모두는 탐험을 떠나는 소년소녀다.

 

 

[박성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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