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Please, Look up! - 돈 룩 업 [영화]

글 입력 2022.01.31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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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룩 업

Don’t Look Up, 2021


감독 : 아담 맥케이

배우 :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제니퍼 로렌스

 

천문학과 대학원생 케이트 디비아스키와 담당 교수 랜들 민디는 밤하늘을 관측하다 에베레스트 산만한 거대한 혜성이 지구로 다가오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갑작스레 닥쳐온 지구 멸망이라는 운명 앞에서 케이트와 랜들은 이 사실을 알리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하지만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인들은 다가올 선거에만 관심이 있고, 언론은 두 사람의 주장을 흔해 빠진 음모론으로 치부하며 코미디로 승화시킨다. 이에 일반 사람들도 혜성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며 케이트와 랜들을 조롱한다. 혜성이 지구와 충돌하기까지 불과 6개월 밖에 남지 않은 가운데, 도대체 어떻게 해야 사람들을 설득할 수 있을까?

 

***

 

영화의 한 장면을 떠올린다.

 

그동안 아주 중요한 걸 잊고 있었던 것 같다. 백악관의 수석 과학 고문이라는 자리와 미디어를 통해 체감되는 인기가 잠깐 나를 홀려놓았던 모양이다. 이제야 정신이 제대로 든다. 나는 어제 과학자로서 당연한 교차 검증을 제기했다는 이유만으로 위선적인 이상주의자라는 소리를 들었다. 뭐, 틀린 말은 아니다. 결국 나는 아무것도 해내지 못했으니까. 내가 인기와 명예에 취해있는 사이 사람들은 여전히 혜성이 지구를 멸망시킨다는 것은 물론, 심지어 혜성의 존재 자체도 믿지 않는다. 그런 와중에 얼마 전 아내가 나에게 이별을 고했다. 함께 뛰어다니던 제자는 나를 떠난 지 오래다.

 

배시의 망할 CEO는 내가 혼자 죽을 거라고 했다. 그리고 그의 말대로 지금 나는 혼자 있다. 옆에서 떠들고 있는 모자란 두 앵커는 방금 내게 혜성이 존재하냐고 질문을 던져놓고도 배시의 주가 얘기나 떠들고 있다. 이렇게 또 나만 홀로 떠들고 있다. 옆구리가 뜨겁고 가슴이 답답해진다. 둔탁한 분노가 발끝의 신경을 타고 기어올랐다. 몇 개월 뒤면 지구가 멸망할지도 모르는데 도대체 뭐가 그렇게 즐겁고, 태평한 거지? 이제야 케이트의 기분을 알겠다. 그녀가 울부짖을 수밖에 없던 이유를 알겠다. 제발 좀 하늘을 올려다봐요, 이 머저리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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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돈 룩 업>을 보았다. 굉장히 재미있고 신선한 영화다. 지구 멸망이라는 암울하기 그지없는 소재를 가지고 이렇게 유쾌하면서 동시에 창의적인 영화는 거의 처음인 것 같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제니퍼 로렌스를 비롯해 케이트 블란쳇, 조나 힐, 메릴 스트립 등 쟁쟁한 배우들의 등장도 눈여겨볼 만한 흥미로운 대목이다. 심지어 폼 나게 등장하는 것도 아니다. 이 기상천외한 블랙코미디에 거의 자신들을 내던지며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웃음을 자아낸다.

 

하지만 <돈 룩 업>은 정신없이 웃다가도 간담을 서늘하게 만드는 구석이 있다. 블랙 코미디란 유머의 탈을 뒤집어썼지만 결국 무언가를 비판하고 풍자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그리고 <돈 룩 업>은 그러한 장르의 숙명을 꽤나 성실하게 수행한다. 일례로 영화의 후반부에 이르면 ‘Look up’을 외치는 사람들과 ‘Don’t look up’을 외치는 사람들로 갈리게 되는데 후자를 외치는 사람들이 정치인, 기업의 CEO를 비롯한 사회 권력층이라는 점에서 이 영화가 계급의 상부를 이루는 자들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단적으로 드러난다.

 

허나 메시지가 강하면 도리어 사람들에게 거부감을 일으킬 수 있다. 최악의 경우엔 영화 자체가 단순해 보이는 역효과도 나타난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를 영화의 감독인 아담 맥케이는 상당히 영리한 방식으로 해결한다. 이는 그의 전작이었던 <빅 쇼트>에서도 이미 한 번 써먹었던 방법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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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빅 쇼트>는 2,000년대 초반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다룬 영화다. 이 영화 역시 <돈 룩 업>과 마찬가지로 상당히 강력한 메시지와 비판의식을 자랑한다. 아니, 어떻게 보면 조건은 더 안 좋다. 거기다가 재미없는 경제 상식도 설명해야 했으니 말이다. 그리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아담 맥케이는 ‘카메오’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영화를 보면 중간중간 마고 로비, 리차드 탈러 같은 유명 인사들이 등장해 영화의 배경이 되었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에 대해 설명한다.

 

그리고 이러한 카메오의 활용법은 크게 세 가지 이점을 낳는다. 우선 카메오들의 유명세를 통해 어려운 경제 상식이나 배경들을 관객들에게 보다 쉽게 설명할 수 있다. 또한 카메오들의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중간중간 배치하며 관객들이 설명에 지루함을 느끼지 않도록 한다. 마지막으로 우회적으로 영화가 가진 비판의식을 센스 있게 드러낸다. 가령 마고 로비는 거품 목욕을, 리차드 탈러는 카지노를 즐기며 등장하는데 이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일어났던 당시의 상황이 얼마나 거품이었고 도박이나 다름 없었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돈 룩 업> 역시 마찬가지다. 유명 배우들을 적극적으로 기용하며 관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음과 동시에 그들을 희화화하며 하고 싶었던 메시지를 전한다. 가령 지구 멸망이 코앞에 다가온 와중에도 다음 주에 치러질 선거와 법무부 장관 지명에만 신경 쓰는 대통령 캐릭터(메릴 스트립)를 통해선 정치인들을, 더 데일리 립의 앵커 캐릭터(케이트 블란쳇)를 통해서는 화제성에만 집중하느라 정작 중요한 뉴스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는 데다 도덕성까지 결여된 미디어를 가감 없이 비판한다.

 

이외에도 마크 라이런스가 연기한 베시의 CEO 캐릭터를 통해선 눈앞의 이익만 좇는 오늘날의 기업들에 대해 비판한다. 영화 속에서 그는 운석에 지구에 없는 희귀 광물이 많다는 이유로 기존의 파괴 작전을 취소시키고 운석을 잘게 쪼개 지구로 떨어뜨리자는 괴상한 아이디어를 내놓는다. 물론 영화를 보는 우리로서는 이러한 상황이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말도 안 되는 해프닝이라고 여기겠지만 불행히도 그건 사실이 아니다. 이미 현실에서도 베시의 계획 같은 일은 벌어지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북극항로’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세계 각국과 다수의 기업들이 북극항로의 경제적 가치에 주목하고 이를 선점하기 위해 여러 가지 노력을 쏟고 있다. 하지만 북극항로가 지구온난화의 결과물이라는 사실을 생각하면 이는 상당히 비상식적인 현상이다. 사람들이 북극항로가 벌어다 줄 돈에 열광하는 동안 북극곰을 비롯한 북극의 생물들과 지구 반대편의 조그만 섬나라들은 당장 내일의 생존을 걱정한다. 다시 말해 지금 우리에겐 북극항로를 어떻게 쓸지에 대한 고민이 아닌, 지구온난화로 인해 등장한 북극항로를 중대한 위협으로 인식하고 이를 해결하고자 하는 노력이 더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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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대통령과 베시의 반대편에서 ‘Look up’을 외치는 사람들은 더 나은 사람들일까? 글쎄. 대답하기가 좀 어렵다. 이 영화에서 운석을 발견한 사람이 천문학 박사인 랜들 교수가 아니라 그의 제자인 ‘케이트’였을까. 이는 굉장히 의미심장한 요소다. 그것은 시대의 위기를 가장 먼저 발견하고, 체감하는 이들이 바로 젊은 세대이기 때문이다. 케이트로 대표되는 젊은 세대는 누구보다 빠르게 자신들의 시대에 닥친 위기를 사람들에게 알리고 해결하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그런 그녀의 목소리는 음모론 정도로 치부되며 희화화된다.

 

그에 반해 랜들 교수는 어떨까. 일단 그가 앞서 말한 대통령이나 베시의 CEO, 뉴스 앵커들보다 괜찮은 사람인 건 확실하다. 어쨌거나 케이트의 발견에 가장 먼저 관심을 가지고 그녀를 도와 지구에 닥친 위기를 해결하려 함께 노력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뿐이다. 그는 이후 케이트의 발견이 가져다준 명예와 유명세를 즐기느라 결국 지구 멸망을 막기 위한 실질적인 행동을 거의 하지 못했다(사실 그의 명예와 유명세는 케이트에게 돌아가야 했다. 말하자면 그는 의도치는 않았으나 케이트의 공을 착취한 셈이다). 결정적으로 케이트가 FBI에 의해 끌려갔을 때 백악관 수석 과학 고문이나 되었던 그는 케이트를 위해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았다.

 

한편 일반 대중들도 영화 속에서 비판의 대상이 되기는 마찬가지다. 일례로 모든 소동을 겪고 어렵사리 집으로 돌아온 케이트에게 그녀의 부모는 베시의 계획이 사람들에게 일자리를 줄 수 있을 것이라며 진실을 알리려던 그녀를 문전박대 해버린다. 다른 사람들은 운석이 빠르게 다가오는 와중에도 이를 SNS 상에서 유머 소재로만 소비하거나, 심지어는 운석의 존재조차도 믿지 않는 모습을 보인다.

 

그리고 이러한 모습들은 현실의 실제 요소들과도 정확하게 맞아떨어진다. 영화 속의 운석 충돌은 사실상 현실의 환경 오염이나 전염병과 일맥상통한다(눈앞에 닥치기 전까지 그 위기를 체감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더더욱 그렇다). 가령 운석 충돌이 일자리를 줄 수 있다며 기대하는 케이트의 부모님을 통해선 정부의 방역 정책이 자신들의 생존권을 위협한다는 소상공인들의 모습이, 운석 충돌은 거짓이라는 영화 속 SNS의 선동꾼들을 통해서는 지구온난화가 사기극이라던 한 전직 대통령의 모습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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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에서 마침내 폭발한 랜들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어떨 땐 할 말을 제대로 전해야 하고, 듣기도 해야 해요. 혜성이 존재하는 걸 아는 이유는 우리가 봤기 때문이에요. 에베르스트 산만한 혜성이 지구로 날아오는 게 좋은 건 아니잖아요. 그런데 우리끼리 그런 최소한의 합의도 못 하고 처앉았으면 대체 정신머리가 어떻게 된 거예요? 서로 대화가 되기는 해요? 어디가 망가진 거죠? 어떻게 고치죠?”

 

우리가 이 장면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단순히 메시지가 인상적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우리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에도 주목해야 한다. 해당 장면을 보면 카메라가 대사를 내뱉는 배우의 모습을 이전 쇼트들과 달리 실제 TV 방송 화면처럼 담아내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이는 명백히 의도된 연출이다. 다시 말해 그 장면에서 우리는 영화의 관객이 아닌 해당 뉴스 쇼의 시청자가 된다. 랜들 박사의 설교 대상은 영화 속 대책 없는 대중들이 아닌, 실제 현실에 존재하는 우리가 된다.

 

그런 의미에서 <돈 룩 업>은 한없이 유쾌하지만 동시에 한없이 서늘하다. 우리는 위기를 목전에 두고서 아무런 행동을 하지 않는 영화 속 인물들을 보며 낄낄거리고 비웃지만, 사실은 그것이 실제 우리들의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걸 상기시키기 때문이다.

 

얼마 전 한 방송사에서는 SNS에 짧은 뉴스 영상 하나를 게재했다. 지난 2013년, BBC에서 촬영한 다큐멘터리를 편집한 것으로 얼어 죽은 새끼 펭귄을 두고 슬퍼하는 어미 펭귄의 모습을 담고 있었다. 과학자들에 의하면 이러한 비극이 벌어진 게 지구온난화 때문이라고 한다. 기온이 따뜻해지면서 남극에 눈 대신 비가 내리는 날이 잦아졌고, 아직 깃털에 방수 기능이 없는 새끼 펭귄들의 몸이 비에 젖으면서 결국 동사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해당 뉴스의 나레이터는 이를 두고 아무것도 해줄 수 없다는 게 안타깝다고 말했다. 허나 그 말엔 오류가 있다.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 게 아니라 그냥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을 뿐이다.

 

그렇기에 이제 우리는 움직여야 한다. 눈앞의 문제를 인식하고 이를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 영화를 본 많은 이들이 결말을 두고서 아무런 꿈도, 희망도 없다고 했지만 내 생각은 조금 다르다. 영화의 중반부, 베시의 CEO는 랜들을 향해 '우리 알고리즘의 분석대로라면 당신은 혼자 외롭게 죽을 것'이라는 악담을 퍼부었다. 하지만 베시의 그러한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랜들은 결국 자기만의 결말을 완성했다. 나는 이게 이 영화에 남아있는 손톱만큼의 진짜 희망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희망은 기어코 행동하는 자만이 누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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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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