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젊은 제주 건축가들의 제주 건축 담론집 - 나는 제주 건축가다 [도서]

제주 현상과 제주 건축의 미래
글 입력 2022.01.26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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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미디어제주'의 건축 전문 기자가 제주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19명의 젊은 건축가를 인터뷰한 내용을 담았다. 한국건축가협회 제주건축가회에 속한 젊은 건축가들은 대부분 1970년대생으로 제주 건축의 6세대라고 불린다. 일제강점기, 해방 전후, 1950년대 후반과 1960년대 중반 이후로 구분된 이전 건축가들 다음에 자리한 이들은 제주에서 성장하여 제주를 토대로 건축 활동을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더불어 제주대학교에서 건축 수업을 배웠거나 육지부에서 활동하다가 고향에 내려왔다고 한다.


건축, 부동산 그리고 제주살이 등 한국에서 하나의 ‘붐’이 되었던 제주는 뭇사람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아 몸살을 앓았다. 제주의 땅을 고려하지 않은 무분별한 개발로 인해 아름다웠던 제주 풍경은 도로로 뒤덮이고 자연의 맥락을 무시하는 고층 건물이 우후죽순 생겨났다. 제주 붐에 따라 정착하는 사람과 방문객이 늘면서 일어나는 ‘제주 현상’에 제주 건축계는 제주의 건축 행위에 대해 신중히 접근하기 시작했다.


젊은 건축가들은 지역에 대한 자긍심을 가지고 제주의 지역성과 정체성, 더 나아가 제주의 미래가치를 연구하며 탐색했다. “제주의 지역성이란 무엇인가?”, “건축가로서 제주에서 끌리는 공간은 어디인가?”, “제주 풍토를 잘 이해한 건축물은 무엇인가?”, “지역 건축가의 역할은 무엇인가?”, “추천하고 싶은 책은?”과 같은 저자의 공통 질문에 대한 이들의 답변은 제주의 건축 행위를 관철하는 동시에 제주의 땅과 건축에 대한 경험과 생각이 담겨있다.


 

"이 책을 풀어헤치면 제주라는 지역에 살고 있는 건축가들이 던지는 메시지를 읽게 된다. 제주도라는 땅은 왜 중요한지, 제주에 맞는 건축은 어떤 게 있는지, 지역 건축가의 역할도 그들의 목소리를 통해 만나게 된다."

 

- p. 7.

 

 

건축 세로.jpeg

 

 

제주의 지역성, 즉 ‘제주성(濟州性)’이 책의 중요 골자를 이루고 있다. 지역성은 축적된 문화적 표현이라고 할 수 있는데, 제주에 어울리는 지역성은 무엇일까. 제주의 젊은 건축가들은 지역성이라는 화두를 현장에서 어떻게 풀어내고 있는지 각자의 이야기로 담아내었으나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었다. 땅 위에서 건물을 세우는 이들은 대부분 제주가 가진 대표적인 특성인 ‘섬’에서 제주성을 논하기 시작했다.

 

땅의 끝이 정해져 있는 섬은 다양한 의미를 가진다고 한다. 땅의 밖으로 나가기 어려운 반면에 땅 밖으로 나가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편안함을 주기도 한다. 바다에 둘러싸인 섬은 폐쇄적이면서도 그곳으로 흘러들어오는 외부의 문화가 제주인의 생활에 녹아들어 개방적인 모습을 보인다. 이러한 확장성으로 인해 제주의 풍경은 본래 제주가 가지고 있던 것과 외부에서 새로 들어온 것이 함께 어우러져 공존하게 되었다.

 

그 때문에 독특한 자연만큼이나 제주는 독특한 공간과 모습을 가지게 된다. 한옥도, 초가집도 ‘옴팡진(움푹한)’ 마당도, 바다와 뭍의 경계면인 바당도, 올레라는 골목길이 있는 마을도 육지와는 확연히 다른 경험을 제공한다. 제주의 풍토성은 이렇게 다양한 것들이 혼합되어 공존함으로써 나타나게 된다.

 

현재 우리가 보고 말하는 제주의 풍경은 변화하는 과정 속의 한 부분 일 뿐이다. 그렇기에 젊은 건축가들은 개발과 보존에 대해 과거에 집착하고 재현하는 것에 몰두하는 것은 제주의 지역성을 추구하거나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제주에 머물며 생활하는 이들이 제주의 정체성을 고민하고 시간의 흐름과 변화에 대한 공존을 포함해 올바른 방향성을 찾을 것을 촉구한다.

 

 

"제주의 건축이 양적인 성장의 시기는 지났다고 모두들 느낀다. 지금은 제주 건축의 질적인 성장을 더욱 고민해야 할 때이다. 시대의 흐름과 함께 이제 제주의 자연과 사람의 공존, 제주의 문화와 새로운 문화의 공존, 이러한 공존의 건축을 고민해야 한다."

 

- p. 77.

 

 

제주성을 고민하는 젊은 건축가들의 자세를 볼 수 있었던 담론집이다. 그들은 제주의 자연을 일개 기업이 사유화했을 때 발생하는 폐해를 지적하고 환경 보존을 위해 건축의 패러다임 전환을 추구한다. 또한, 단순히 물리적 확장이 아닌 가치의 전환 방식으로 도시를 재구성하고자 한다.


이 책은 디자인이 잘 된 건축을 기술적으로 소개하거나 설계 노하우를 담고 있지 않다. 오히려 보전과 개발 사이에 주안점을 둔 제주 건축가들의 생각을 통해 현재를 살아가는 제주 사람들의 삶과 문화를 이해하는데 유용한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제주에 대해 새로운 영감을 던져줄 만한 내용으로 채운 책이기에 현대 건축을 아끼는 마음으로 보는 사람들이나 제주에 살고 싶은 사람들, 무엇보다 제주에서 건축을 하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한다.

 

 

[문지애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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