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난 미술은 몰라도 설화는 알지 - 한국의 신비로운 12가지 이야기

한국 설화 붐은 온다!
글 입력 2022.01.22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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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말) 제목은 김희진 에디터의 '기묘한 미술관' 리뷰의 제목을 빌렸다.

 

 


1. 세 번째 전시장, <시공간의 초월>


 

03_시공간의 초월.jpg

 

 
신비로운 안개가 가득하고 시간과 공간이 빠르게 변화하는 회랑을 따라 걸어봅니다. 무한히 연결되는 이 호기심과 긴장감이 가득 넘치는 공간의 끝에서 우리는 무엇을 만나게 될까요? 새로운 시공간으로 이동해 봅시다.

 


‘시공간의 초월’의 중심에는 종소리와 거울이 있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종소리가 짧은 간격으로 반복해서 울린다. 이 소리의 주인공은 국립 경주 박물관에서 소장 중인 성덕대왕 신종으로, 우리에게는 에밀레종이란 이름으로 더욱 잘 알려져 있다.


에밀레종은 매력적인 소리로 유명하다. 그것의 종소리는 다른 종들처럼 소리가 점점 작아지지 않고, 커졌다 작아지기를 반복한다. 이는 ‘맥놀이 현상’에 의한 것으로, 종의 안팎으로 덧대어진 쇳덩이들이 표면 두께를 비대칭적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대개 이러한 종소리를 듣는 경험은 개인적인 경우가 많다. 그러나 예외가 하나 존재한다. 바로 새해 타종 행사다. 이는 한국 사람이라면 빠짐없이 경험해 봤을 것이다. 에밀레종 또한 이 타종행사에 동원된 적이 있었던 만큼 이러한 점을 논외로 할 순 없다.


따라서 수축과 팽창이 반복되며 끝도 없이 계속되는 에밀레종의 소리는 사람들이 시간적 관념을 잊도록 만들고, 마침내는 그것에서 초월할 수 있도록 한다.


전시장은 커다란 흰 기둥 사이로 긴 회랑이 펼쳐진 형태로 구성되어 있다. 그 회랑에는 대형 거울이 마주 보고 설치되어있다. 두 개의한 것들은 서로가 서로를 반사하며, 실제보다 더 긴 회랑을 만들어 내며, 이 길의 끝이 무한하게 연장되는 듯한 느낌을 준다. 이제 이 회랑의 중심에 서보자. 새로운 공간이 보일 것이다.

 

 


2. 다섯 번째 전시장, <우리 마을 소원 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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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원을 들어주고 우리를 지켜주는 계수나무의 전설은 아직도 우리 주변에서 살아 숨 쉬고 있습니다. 눈부시게 빛을 뿜어내는 계수나무 앞에서 나의 소망의 빛을 밝혀보세요.

 


이번 전시장은 프리즘처럼 반짝이는 아크릴 모빌들이 달려있고, 바닥에는 그것의 면적만 한 거울이 설치되어 있다. 모빌들의 모양을 잘 살펴보면, 다양한 크기의 원들이 줄줄이 매달려 있다.


묘한 점은 나무의 모양이 우리가 흔히 아는 계수나무가 아니라는 점이다. 그도 그럴 것이, 사실 전설 속의 계수나무는 우리가 아는 그 계수나무일지도 모르고 아닐지도 모른다. 처음 들으면, 무슨 말인지 잘 이해가 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계수나무를 뜻하는 한자계(桂)를 살펴보면 새로운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


계(桂)는 목(木)과 규(珪)로 구성된 회의 문자이다. 규(珪)란 본래 높은 사람이 하늘에 제사를 지낼 때 사용하던 구슬을 뜻하는 만큼 “신비하다”라는 말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본래의 뜻은 ‘상서로운 힘을 가진 나무’ 정도가 되겠으나, 시간이 흐르며 사람들이 ‘신비한 능력을 갖춘’보다는 ‘구슬’이라는 뜻에 주목하며, 우리가 아는 계수나무로 변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전시에서 표현되고 있는 계수나무는 무엇일까? 물가에 살며 긴 가지를 축 늘어뜨린 나무. 바로 버드나무다.


동아시아에서 버드나무는 농업을 담당하는 여신으로 생각되었다. 예를 들어, 만주족의 신화인 ‘천궁 대전’이 있다. ‘천궁 대전’에는 물속에서 태어나 세상을 창조하는 여신인 ‘아부카허허’가 등장하는데, ‘아부카허허’의 어원은 버드나무에 있다. 또한, 고구려의 시조 ‘주몽’은 해모수와 유화의 결합으로 태어난다. 이때, 유화의 이름 또한 버드나무꽃이다. 서양의 콘텐츠인 해리포터 속 호그와트에서도 이 버드나무가 등장하는 것을 떠올려 보면 더욱더 흥미롭다.

 

 


3. 열 번째 전시관, <무시무시 기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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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담 속 등장했던 무시무시한 귀신들이 여전히 살아 우리를 지켜보고 있습니다. 사람들의 상상 속에 존재했던 이들은 시대에 따라 어떤 모습과 성격으로 존재해왔을까요? 현재 서울의 거리 곳곳에 숨어 존재하는 다양한 귀신들의 존재를 만나봅시다.
 

 

민담이란 설화의 한 갈래이다. 평범한 주인공이 난관을 슬기롭게 극복하고 행복한 결말에 도달한다는 기본적 구성을 가지고 있으며, 구체적인 증거물이나 지역적인 제한성이 있는 신화나 전설과 달리, 그것들에 구애를 받지 않아 흥미를 북돋는 위주로 발전했고, 이러한 특성 덕분에 많은 동화로 파생되어 전승되고 있다. 이때, 기담이란 기이한 민담을 뜻한다.


전시는 이 기담을 현대의 도시 괴담과 결합한다.


전시장은 크게 셋으로 나누어진다. 우선, 입구에는 오래된 귀신들린 승합차가 있다. 그리고 그 옆으로는 폐 유원지로 평범하지 않은 뽑기 기계와 허름한 천막이 있다. 더 안쪽으로 들어가면, 클럽이 하나 나오는데, 술병 안에 술 대신 다른 붉은 액체가 들어있다. 이는 공포와 관련된 많은 콘텐츠에서 재현되는 유구한 클리셰다.


덧말) AR 이벤트가 준비되어 있다. 전시장 곳곳에 있는 우리나라의 귀신들을 찾는 이벤트이다. ‘무시무시 기담’에도 역시 존재하는데, 전시장 자체가 어둡고, 클럽의 경우는 조명까지 화려하다 보니 찾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아주 귀여운 선물들이 기다리고 있으니, 눈을 크게 뜨고 찾길 바란다.


음악으로는 가장 현대적인 장르인 EDM을 차용하였으며, 도심 속 행위 예술 중 하나인 그라피티를 잘 엮어내었다. 다만, 이것들이 정말로 현대의 “서울”이라든지, “한국의” 기묘한 이야기와 연관이 있을지는 의문이 든다.

 

 


4. 열한 번째 전시관, <우리는 가택신과 함께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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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고 지냈지만, 오랫동안 우리들의 집안을 평안하게 보살펴주는 신이자, 집안 곳곳에 좌정하여 그 처소를 관장하고 있는 가택신들이 존재해 왔습니다. 이 공간에서는 실감형 AR 기술로 여러분들이 가택신들의 이야기를 직접 소환해 봅시다.
 


한가람미술관의 ‘초현실주의 거장들’ 후기에서도 언급했지만, 필자는 전라도 작은 동네에서 나고 자랐다. 따라서, 가택신과 그것과 관련된 풍습들이 도시인들보다는 익숙하다.


예를 들어, 어른들이 간절한 마음으로 바랄 때, ‘물 떠다 놓고 기도한다’라는 말을 종종 사용하는데, 이는 새벽에 우물에서 처음 뜬 물을 부엌에 두면 그곳에 조왕신이 깃들어 가정을 평화롭게 한다는 풍습에서 유래된 말이다.


이때, ‘조왕신’은 가정과 아궁이를 지키는 신이다. 그리스 로마 신화의 ‘헤스티아’ 역시 화로와 가정을 담당하는 것을 떠올려 보면, 시대, 국적, 나이, 성별을 불문하고 인류 DNA 속에서 전해 내려오는 무언가가 있는 것이 분명한 것 같다.


덧말) 이번 전시장에는 인터랙션이 준비되어 있다. 키오스크에서 원하는 가택신을 선택하면, 그 앞에 있는 벽에 영상이 투사되고 그것과 함께 사진이 찍히는 식이다. 다른 사람 사진의 불청객이 될 수 있으니 벽에 귀여운 영상이 비친다고 무턱대고 다가가지 말자. (나도 알고 싶지 않았다.)

 

 

 

5. 글을 마치며,


 

'미디어와 언어'라는 강의를 들은 적 있다. 어떻게 해야 사람들이 고전 텍스트에서 흥미를 느낄지 연구하는 과목이었다. 담당 교수님은 그 방법 중 하나로 '익숙한 것에서 낯선 것 찾기'를 제시하셨다.


달, 별자리, 도서관과 같은 것들은 현대인인 우리에게도 익숙한 것들이다. 그러나, 설화는 자극적인 것들의 홍수를 피하지 못하고 잊혀 낯선 것이 되었다. 따라서, 이 둘이 합쳐진 "한국의 신비로운 12가지 이야기"는 새로운 것을 창조했기에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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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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