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당신이 몰랐던 K

글 입력 2022.01.18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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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의 부상은 여전히 대한민국의 자부심이다. 이용률이 가장 많은 OTT 서비스인 넷플릭스에서 세계 1위를 차지한 <오징어 게임>과 <지옥>으로 K-콘텐츠와 BTS는 전 세계적으로 한국의 엔터테인먼트 분야 위상에 큰 공을 세웠다.

 

또한 악덕 바이러스 ‘코로나’의 대응은 전세계적으로 성공 사례로 뽑히며 선진국으로 완벽하게 자리매김한 모습들을 보여주며 K-방역으로 국가의 안정성까지 탑 급으로 인정받는 듯하다. 그러나 박노자는 한국인의 시선에서 쉽게 볼 수 없었던 그동안의 방면을 이 책을 통해 훑어주고 있다. 경계인의 시선으로 한국의 모순과 부조리를 날카롭게 비판하고 예리하게 들춰내며 우리가 인지하지 못했던 한국의 불편한 진실들을 직시하게 한다.

 

대선을 앞두고 있는 한국 사회가 고민해야 할 문제들이 많다. 예를 들어 중국의 큰 부상 속에서도 여전히 미국에 더 가까운 외교 정책을 펼친다던가, 곳곳에 드러나는 혐오의 일상화, 저임금 노동자들의 되풀이되는 죽음 등 한국 사회에서 사라지지 않는 주요한 문제들을 예리하게 찍어낸다. 선진국이지만 소득만 높을 뿐, 진짜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선 개개인이 국가 주요 핵심 토픽에 대한 교양과 공동체 안에서의 배려가 한마음으로 급히 필요해 보인다.

 

작년 2021년 유엔무역 개발 회의는 한국의 지위를 선진국 그룹으로 공인했다. 한때 전 세계에서 가장 시들어가고 가난한 나라로 용인되었던 한국은 이제 아시아의 네 마리 용 중 하나인 국가로 인정받았다. 그러나 한국이라는 나라는 부강한 국민성으로 나라의 성장을 도왔지만, 사람들의 마음은 녹슬어가는 곳이자 ‘사막’같은 곳이라고 표현되기도 한다.

 

왜일까. 문제를 깊이 들어가 파헤쳐야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이라고 공표된 한국 사회는 빈곤 문제가 감소됐다고 믿어왔다. 그러나 여전히 빈곤 같은 문제는 누군가의 입에서 메아리처럼 소리 내어 울린다. 전통적인 빈곤이라 칭하는 영양소 공급 부족은 눈에 띄게 개선되었지만, '시간 빈곤'(일과 개인 시간의 경계가 모호)의 위험성은 꾸준히 대두된다. 또한 신자유주의 사회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친밀하고 따듯한 경계를 맺지 못하는 '관계 빈곤'에도 큰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주 52시간 근무제를 도입하고도 있지만 건설업이나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는 크게 적용이 되지 않고 있다고 한다. 설령 도입하는 회사가 있다고 하더라도 근무 외에 사적인 업무를 카톡으로 보낸다던가, 일의 연장선에서 회식의 강요는 아직 서려있다며 힘듦을 토한다.

 

이 같은 업무 스트레스와 더불어 육아 등으로 37.9%의 성인은 섹스리스가 되어가고 있으며 미혼남녀 10명 중 평균 3명만 연애를 하고 있다. 연애를 안 하는 이유에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위에서 언급한 관계 빈곤 사회가 극에 치우쳐 가는 중이며, 인플레이션 등으로 물가가 계속 상승하며 인간의 소중한 감정인 행복을 느끼는 것에도 많은 머리 계산이 굴려진다.

 

또한 이 책의 2장에는 학벌을 신분제로 작동하고 있는 시스템이라며 지적한다. 청와대 민정수석이었던 조국의 자녀처럼 일명 SKY라고 불리는 학력을 부모의 힘으로 얻고 있다고 크게 비판한다. 즉 귀족의 자녀들과 달리 평민 자녀들이 걷는 삶의 태생은 더 이상 ‘개천에서 용난다’라는 법칙을 들여올 수 없다.

 

3장에서는 단어만으로도 회피하고 싶은 악랄한 감정을 주는 ‘혐오’를 주제로 다루고 있다. 성인들 사이에선 입 밖으로 꺼내진 않지만, 속에서는 한 번쯤 생각될 수 있었던 예민한 주제들이 읊어진다. <빌거 - 빌라에서 거주하는 거지> , <이백충 - 한 달에 200만 월 소득으로 사는 안쓰러운 사람들> , <맘충 - 벌레 같은 행동을 하는 애 엄마>등 한국 사회는 이같이 다른 조건에서 삶을 영위하는 사람들에 대한 존중과 배려는 기본적으로 사라지고 있는 추세며, 노골적인 멸시와 차별이 아무렇지 않은 일상처럼 가까이 되고 있다.

 

이어 4장에서는 노동과 삶을 분리하지 못하고 한 쌍으로 엮어 일이 삶을 식민화 시키고 있는 노동 현실을 비판한다. 최근 뉴스를 보면 현장 업무에서 말도 안 되는 조건으로 사람들을 굴려 죽음에 빠뜨리게 하는 결과를 보게 된다. 2015년 광주에서는 학교 야간 당직 기사들을 1년에 6,000시간 정도 일을 하게 방치했다. 그뿐 아니라 k-콘텐츠의 부흥을 위해 희생하고 있는 드라마 촬영팀은 여전히 야근을 하고 있다고 들었다. 이렇게 인간으로서 누려야 할 당연한 권리도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침해당하고 있는 살인적인 노동은 자신을 지켜나갈 내력의 힘을 앗아가고 있다며 개선 의지를 외친다.

 

5장은 구미권에 대한 일방적인 사대주의를 분산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발은 아시아에 붙이고 있지만 머리는 강대국인 미국과 유럽에 있어 그들의 문화와 교육을 타당한 근거 없이 그저 따라가기 바쁘다고 안타까워한다. 교육을 체계적으로 받은 국민이 많은 한국인들은 교양인이 많다. 그러나 그 한국의 교양인들은 프랑스 철학자는 알아도 중국 현대문학의 거장은 잘 모른다. 강대국이라고 해서 무작정 그들 것을 수용하기보다는 같은 아시아 대륙에 있는 옆 동네 국가들의 교육과 미디어의 세계를 인식해야 한다고 전한다.

 

책을 펼쳐보면 세부적으로 주제를 파헤쳐 현 상황의 문제가 생긴 원인을 다양한 각도에서 분석하여 여러 모순과 부조리를 브레이크 없이 엑셀 밟는다. 선진국 나라에서 삶을 영위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선진국 앞 부제로 “불행한”이 써져 있어야 할 것 같은 탁한 공기가 숨을 막히게 한다.

 

‘불행한 선진국’이 되지 않으려면 당연하고도 근본적인 본질을 간과해선 안 된다. 타자에 대한 관심, 존중, 소속감은 사회구조에 기본이다. 남을 짓밟고 올라야 된다는 압박감은 결코 한국 사회에 살면서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하는 얄팍한 상식 수준을 갖고 있는 것이다. 공정하고 건전한 경쟁 안에서 타자의 존엄성을 인정해 주고 남을 잠재적 적이라고 여겨온 기존의 상식에서 벗어나는 것이 우선이다. 개인을 등급으로 나뉘어 평가하지 않고 무조건적인 경제성장을 최고의 사회적 가치로 여기는 의식은 행복과 거리가 멀어질 것이다.

 

어느 나라건, 사회의 목표는 소수의 인원에 대한 부유함이 아니라 만인이 존중받고 있다는 권리를 직시하는 순간을 매 순간 인지시켜주는 것이다. 당연하고도 어려운 사회의 상식은 현재 한국이 진짜 선진국이 될 수 있는 경계에서 아슬아슬하게 줄을 타고 있지 않도록, 우리는 지칠 때까지 외쳐야 함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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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우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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