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매일 아침 선물 같은 명화와의 우연한 만남 - 365일 명화 일력 [도서]

하루의 시작이 좋아지는 그림의 힘
글 입력 2022.01.11 2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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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시 기상. 일어나기 싫지만 일어나야만 한다. 다시 새로운 하루를 시작하기 위해 온몸과 정신에 힘을 주어 일으킨다. 일단 곧장 화장실로 직행한다. 양치를 하고 얼굴을 씻는다. 요거트에 그래놀라를 말아 입안에서 와그작하는 소리로 귀를 깨우고 턱관절의 감각을 느껴본다. 얼떨떨하지만 정신을 깨우는 데에는 성공한 듯하다.

 

드디어 책상 앞에 앉는다. 노트북을 키고 위이잉 기계가 움직이는 소리를 잠자코 듣는다. 처음에는 꽤나 거슬리는 소리였지만 이제는 제법 적응된 탓인지 듣지 않으면 섭섭할 생활소음 같다. 그래도 그날은 계속 듣기 싫었는지 활기를 더해줄 플레이리스트를 틀어본다. 그리고선 오늘 해야 할 일의 목록을 만든다. 그렇게 또 평범한 하루가 시작된다. 누가 시킨 일은 아니지만 자연스럽게 몸이 시키는 대로 흘러간 아침 일과이다. 루틴의 힘이다.

 

그러다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하면서 나의 평범한 아침에도 새로운 루틴이 생겼다. 바로, 일력(日曆)을 넘기는 일.

 

*

 

‘달력’. 없으면 허전하고 그렇다고 있어도 별 쓰임이 없는 존재. 적어도 나에게 달력이란 그런 존재였다. 평소에 월간 달력을 책상 위에 두지만 늘 그 자리에 있어서 익숙해진 것 마냥 달력의 존재를 잊고 몇 달을 그냥 넘긴 적도 있다. 지금은 1월인데 달력은 여전히 11월에 멈춰있는 경우가 태반이었다. ‘이제는 정말 없어도 되지 않을까’하며 새로운 달력 장만을 포기하려던 찰나에, 달력을 봐야 할, 일일이 장을 넘겨야 할 이유가 생겼다.

 

 

365일 명화 일력_평면표지.jpg

 

 

“365일 중 어떤 날, 유난히 시간이 밍밍하게 흐르고 지칠 때, 일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떠나고픈 마음 앞에 서성이기만 할 때, 더는 떠오르지 않는 새로움과 어쩌다 내게서 한번 튕겨나간 이후, 멀리 지구 밖으로까지 도망가 버린 아름다움의 전설이 그리워질 때, 그런 날들에. 그림은 더러 지루하거나, 간혹 남루해진 현실이라는 큰 벽에 구멍을 낸 뒤 사각의 틀을 끼워 만든 작은 창이 된다.”

 

_작가의 말 중에서

 



때로 한 점의 명화는 처음 본 순간부터 감동이 사라지는 그날까지 오래 마음에 남아 살아갈 힘을 주고, 일상의 빛이 되어준다. 모든 명화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매일 텍스트를 읽고 쓰는 나에게 그림은 또 다른 위로와 힘을 주는 작은 영감의 창이다.

 

《365일 명화 일력》은 매일 1점씩, 365점의 명화를 감상하며 미술의 교양까지 쌓을 수 있는 만년 일력이다.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각 요일마다 특정한 컨셉을 가지고 있는데, 각 요일에 꼭 필요한 리듬과 감성을 가진 명화들을 다양하게 담고 있다.

 

 

[월] Bright Energy 에너지: 하루의 시작이 좋아지는 빛의 그림

[화] Eternal Grace 아름다움: 눈부신 기쁨을 주는 명화

[수] Aura of Confidence 자신감: 나를 최고로 만들어주는 색채들

[목] Rest from Everything 휴식: 불안과 스트레스를 내려놓는 시간

[금] Exciting Day 설렘: 이색적인 풍경, 그림으로 떠나는 여행

[토] Creative Buzz 영감: 최상의 황홀, 크리에이티브의 순간

[일] Time for Comfort 위안: 마음까지 편안해지는 그림

 

 

요컨대, 지금까지 넘겨본 명화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그림은 1월 5일 수요일 앙리 마티스의 <붉은색 실내>였다. 그림에 대한 소개는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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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티스는 색을 형태로부터 해방시켰다. 그는 해바라기를 위해 존재하던 노랑으로 하늘을, 바닷속에 웅크리곤 하던 파랑으로 사람의 피부색을, 나무 이파리로 살아가던 초록으로 물고기를 그린다. 벽과 바닥과 탁자 모두를 덮은 붉은색은 경계도, 한계도 없다. 그저 자신의 붉음만 한껏 뽐낼 뿐이다.”
 

 

경계 없이 방의 거의 대부분을 채운 붉은색이 꽤나 강렬하다. 수요일의 컨셉, ‘자신감’을 북돋아주는 색채가 담긴 명화이다. 그림에 대한 소개 글은 그리 길지 않다. 대개 4~5 줄이다. 그 짧은 소개 글 안에는 예술가에 대한 소개, 표현방식, 그리고 그림의 가장 큰 매력이 쓰여있다.

 

이 명화 일력의 목적은 단순한 명화 소개에 중점을 두지 않는다. 내 손으로 넘긴 장에서 우연히 명화와 마주한 순간이 새로운 하루에 작은 선물이 되어줄 뿐이다. 모든 그림이 시선을 붙드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림을 보다 그림에 담긴 이야기가, 예술가의 일생이, 그림의 표현방식이 더 궁금해질 수도 있다. 그때는 잠시 그림에 시선을 머무르는 것도 좋다.

 

개인적으로는 그림이 조금 더 컸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탁상 달력이 주는 매력이 분명 있다. 매일 바로 내 책상 위 손이 닿는 거리에서 이 그림을 마주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하루가 지나고 또 다른 하루가 시작될 때 다음 장을 넘겨야 하는 이 어색한 의무감이 마냥 싫지만은 않다.

 

새로운 1월을 맞이하며 가장 먼저 마주한 구절은 다음과 같았다.

 

 

“아직도 나는 날마다 새롭게 아름다운 것들을 발견한다.”

 

- 클로드 모네

 

 

어쩌면 올해는 날마다 새롭게 아름다운 것들을 발견할 수도 있겠다. 눈길이 가장 자주 닿는 곳에 《365일 명화 일력》을 놓아두고, 매일 한 장씩 넘겼을 때 선물 같은 그림과의 우연한 만남을 아주 기쁘게 받아들이면 된다. 그것도 새로운 하루를 여는 아침에 말이다.

 

다음 장을 넘기면 새로운 하루가 시작된다. 그리곤 스스로에게 다짐한다. ‘오늘도 좋은 하루를 보내기를 바라.’ 앞으로 새롭게 마주할 아름다운 354점의 명화와의 만남을 기대하며, 덕분에 22년에는 풍요로운 아침을 맞이할 수 있겠다.

 

 

 

전문 필진_신송희.jpg

 


[신송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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