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데일리 미술 큐레이팅, 365일 명화 일력 [도서]

부담없는 모닝루틴을 추가해 보세요
글 입력 2022.01.10 0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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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일상을 형식화하기 위해 노력한다. 인생을 뜻 없이 소각시키지 않기 위해 때와 장소에 맞춰 자기만의 양식을 정한다. 자기계발서 저자들과 ‘갓생*’사는 유튜버들의 자기관리 비법이 인기 있는 것도 그 이유에서일 것이다.

 

아침에 눈을 뜨면 무엇을 하는지, 점심 자투리 시간은 어떻게 활용하는지, 저녁엔 어떤 공부를 하고 어떻게 힐링하는지. 서로의 ‘루틴’ 무용담을 주고받으며 나의 삶에도 적용시켜 보리라 다짐하는 것 말이다. 우리는 최대한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인생을 살려한다. 낭비할 수 없는 아까운 내 청춘을 누구보다 알차게 쓰기 위해!

 

(*갓생: 신을 의미하는 'God'과 인생을 뜻하는 '생'의 합성어로 부지런하고 타의 모범이 되는 삶을 뜻하는 신조어.)

 

‘억만장자 모닝루틴’이라는 것이 있다. 부자들의 아침습관을 리스트로 만든 것인데 약 1시간 45분짜리 코스다. 아침 일찍 일어나 → 3분 간 꿈을 기억하고 → 침대를 정리하고 → 건강보조제와 미지근한 물을 마신 뒤 → 명상과 운동을 하고 → 차가운 물로 샤워하고 → 따뜻한 차를 마시며 일기를 쓰고 → 뉴스 기사와 책을 읽은 뒤 → 그린스무디를 마신다는, 대충 까다롭고 엄격한 과정이다. 보기만 해도 진이 빠지는 빽빽한 루틴이다.


사실 나 또한 이런 ‘루틴’의 신봉자다. 억만장자만큼은 아니지만 아침마다 수면시간을 기록하고 투두리스트(to-do list)를 쓰는 습관이 벌써 5년이나 됐다. 사실 투두리스트 자체는 큰 의미가 없다. 난 이미 내가 오늘 무엇을 어떤 순서로 머릿속에 다 정리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것을 종이에 적느냐 안 적느냐의 차이는 크다. 아침마다 책상에 앉아 글씨를 쓰는 그 일련의 행위를 건너뛰면, 이상하게도 그날 하루는 엉망진창 살아버리게 된다. 몸에 익은 ‘행동’의 힘. 그것이 만들어내는 에너지는 하루를 좌지우지 할 정도로 강력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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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굳이 루틴 얘기를 꺼내는가 하면, 책에 적힌 문구 때문이다.


 

“눈길이 가장 자주 닿는 곳에 이 책을 놓아두고, 매일 한 장씩 그림을 느끼며, 이 순간의 마음을 읽어보세요.”

 

 

「365일 명화 일력」은 매일 한 점의 명화를 즐길 수 있는 탁상 달력형 책이다. 김영숙 미술 에세이스트가 엄선한 그림들이 하루 한 장 씩, 365점 담겨 있다. 선명하게 잘 프린팅된 그림 옆엔 작품의 기본 정보와 짧은 해설이 적혀 있다.


작가의 그림 선정은 섬세하고 배려 깊다. 요일별로 컨셉을 정해 그에 맞는 명화를 보여준다. 월요일엔 ‘에너지’를 주제로 ‘하루의 시작이 좋아지는 빛의 그림’을, 목요일엔 ‘휴식’을 키워드로 ‘불안과 스트레스를 내려놓는 시간’을, 마지막 일요일엔 ‘위안’을 벗 삼아 ‘마음까지 편안해지는 그림’으로 끝마치는 식이다.


이는 아마 저자가 ‘미술의 힘’을 알기 때문일 것이다. 그림이 사람의 감정을 움직이고 활력과 영감을 불어넣을 수 있다는 걸, 그것을 경험해봤기에 만들 수 있는 컨셉일 것이다. 요일 맞춤형으로 준비된 다정한 미술 큐레이팅이라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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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건 이 책이 습관과 함께 해야 하는 책이란 것이다. 매일 빼놓지 않고 종이를 넘기는 ‘행위’가 권유된 책이다. 책을 선택한 순간 모닝루틴 하나가 추가되는 셈이다.


가끔은 세수하는 것마저 힘들 때가 있다. 자아실현이나 돈 벌기 같은 거창한 게 아니라 생을 영위하기 위한 기본적인 것마저도 무겁고 어렵게 느껴질 때가 생긴다. 그럴 땐 애써 들여놓은 투두리스트 쓰기 습관조차 문제집을 푸는 것처럼 부담스럽다.


다행히 「365일 명화 일력」이 요구하는 난이도는 최하위다. 그저 책장을 뒤로 넘기기. 무언가를 쓰거나 정리하거나 다짐하지 않아도 된다. 페이지를 넘기면 나오는 그림을 보고, 마음이 내키면 가볍게 읽고, 원하는 만큼만 즐기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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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사소한 행위의 힘’이 늘 그랬듯, 일력을 넘기는 것 또한 무언가를 불러와줄 것이라 믿는다. 하루를 살아갈 활력, 영감, 응원, 위로 같은 것들. 규칙적임에서 오는 건강함, 예술에서 오는 충만함을 기대해본다.


「365일 명화 일력」엔 따로 연도가 적혀져 있지 않다. 신년이 되어 책을 뒤집기만 하면 내가 몇 살이 됐든 다시 시작할 수 있다. 앞으로 여러 해 이 일력을 반복해 넘기면서 조금 더 풍부해질 내 하루를 그려본다.

 

매일의 아침루틴을 좀 더 윤택하게 만들어주되, 아무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책. 심적 무게는 가볍지만 거기서 오는 에너지는 무한할 수 있는 책. 이렇게 나의 아침에 「365일 명화 일력」 넘기기가 추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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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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