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책상 위의 미술관 - 365일 명화 일력

글 입력 2022.01.10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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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다 페이지를 넘기며


 

하루 한 장, 날마다 넘기는 일력이 어느새인가 트렌드가 되었다. 다양한 출판사와 소품샵은 다채로운 컨셉과 디자인의 일력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소설의 문장을 따온 일력, 철학적 물음을 담은 일력, 하루하루 놓치기 쉬운 즐거움을 그린 일력, 일력의 세계는 그야말로 무궁무진했다.

 

나 또한 지난해 처음 일력의 매력에 빠져 귀여운 인물과 디저트가 자주 등장하는 일력을 주문해 책상에 두고, 날마다 종이를 넘기는 재미로 하루하루를 보내곤 했다. 반복되는 하루에 새로운 그림과 메시지가 주는 소소하지만 특별한 즐거움이 있었다.


그 마음을 안고 올해는 어떤 일력을 택할까 고민했다. 즐겁고 유쾌한 순간, 슬프고 지친 하루, 바쁜 시간들 속에서 힘이 되어줄 수 있는 게 있을까? 아무래도 그건 그림이었다. 전시회를 갈 때면 날마다 다른 감정을 품고 있어도, 작품 앞에선 같은 마음이 되었다. 걱정과 불안을 떠나 편안하고 차분하게 그 시간을 천천히 누릴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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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가 일상이 된 요즈음, 마음 편히 전시회를 방문하는 것도 어려워졌다. 직접 그림을 보는 아쉬움이 커져만 갈 때, <365일 명화 일력>을 추천한다. 하루 하나, 그림과 함께 그 안에 담긴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다. 요일별로 다른 테마가 있는 것 또한 오늘을 기대하며 일력을 넘기는 재미다.


한 주를 시작하는 월요일은 ‘에너지’, 생기 가득 힘이 필요한 화요일엔 ‘아름다움’, 작은 실수나 어려움이 있었어도 달려야 하는 수요일은 ‘자신감’이다. 주말이 닿을 듯 말 듯 지치는 목요일엔 ‘휴식’, 기다리던 주말을 앞둔 금요일엔 ‘설렘’ 가득이다.

 

쉬는 날, 온전한 나의 날, 새로움을 탐구하는 토요일엔 ‘영감’이, 이번 한 주도 고생 많았다 다독이는 일요일엔 ‘위안’이 기다리고 있다.

 

 

 

2022년 1월 10일 월요일, 오늘의 날씨 맑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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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겁고 들뜨는 순간들이 있다. 열심히 노력해온 일이 빛을 본 날, 사랑하는 사람들을 축하하는 기쁜 날, 오래 기다려온 휴가를 떠나는 날. 유독 기분이 좋은 오늘은 누군가에게 이 기쁨을 공유하고 싶다. 신나게 춤추고 싶은 노래를 들으며, 가벼운 발걸음으로 시작하는 날. 그림도 즐거움을 더해주기도 한다.


1월 10일의 그림은 호아킨 소로야가 그린 <돛의 수선>이다. 먼 베네치아의 현대미술관에서 소장 중인 그림을 책상 위에서 만나는 즐거움이 있다. 그림 속에선 사람들이 커다란 하얀 천을 둘러싸고 실과 바늘을 분주히 움직이며, 모양을 잡고 있다. 어떤 천일까? 새하얀 천이 언뜻 결혼식이나 마을의 축제를 떠올리게 하기도 한다.


그림 설명을 보니 하얀 천은 바로 돛이었다. 한 여인이 노련하게 돛을 수선하고 있는데 동네 사람들이 찾아와 작업을 도와주고 있는 장면이라고 한다. 호아킨 소로야는 파리에서 유학을 하면서 빛을 받은 자연의 다채로운 모습을 표현하는 인상주의에 빠진 작가였음을 알 수 있었다.


작은 울타리 너머 환하게 들어오는 빛, 하얀 돛과 사람들 위로 비추는 빛과 그림자, 푸른 식물과 분홍빛 꽃들. 빛이 감싸는 이미지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새어 나오는 그림이다. 풍성한 돛의 천과 사람들의 소매 감촉이 느껴지는 것만 같다.


이렇게 나의 감상으로 한 번, 작가의 설명으로 한 번, 그림을 만나면서 즐거운 날은 더 기쁘고 특별한 날이 되기도 한다.

 

 

 

2022년 4월 17일, 마음이 가라앉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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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에는 다양한 감정이 넘나든다. <돛의 수선>이 꼭 맞는 기쁘고 즐거운 날도 있지만, 도무지 기운이 나지 않는 날들도 찾아온다. 기대하고 기다린 일이 나를 지나치거나, 운명의 장난처럼 불운이 찾아올 때. 일과 사랑에 실패해 한구석에 웅크려 있을 때, 그도 아니면 어떤 큰 실패나 아픔이 있지 않았음에도 어쩐지 마음이 가라앉는 날들.


세상에 나 홀로라는 외로움이 찾아올 때, 마음을 다독여 주는 그림들이 있다. 4월 17일, 스벤 리샤르드 베르그의 작품 <포즈를 취한 후>가 그렇다. 그림 속 여성은 모델 일을 마치고, 옷을 입고 있다.


짙은 바탕색을 비롯한 채도 낮은 색채와 인물의 가만한 옆모습이 쓸쓸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고된 하루를 마무리하려는 그때, 바이올린 연주 소리를 듣곤 고개를 돌린다.

 

수염을 길게 기른 한 남성이 방의 한구석에서 조용히 바이올린을 연주하고 있다. 노동으로 지친 하루의 끝, 작은 선율에 멈춰 서는 순간. 춥고 쓸쓸한 이야기 속에서, 희미하지만 분명한 부드러운 기운이 방 안을 감싼다.


<포즈를 취한 후>는 그림을 보는 이에게 오늘 하루도 고생 많았다고, 슬픈 마음을 너무 바삐 넘기지 말라는 말을 건네는 듯하다. 이렇게 지친 날에 그림은 힘을 준다.

 

 

 

2022년 6월 22일, 새로운 시작을 앞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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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을 지나다 보면, 새로운 도전을 다짐할 때도 있다. 도전에 앞서 기대와 두려움이 공존하는 떨리는 그 순간. 주위 사람들에게 생각을 나누고, 응원을 받기도 하지만 모든 도전이 주위에서 격려의 말을 들을 수 있는 건 아니다.

 

어려울 거라고, 힘든 길을 굳이 가지 말라고 걱정하는 이야기들이 들리기도 한다. 그럼에도 내가 하기로 정했으면, 후회할지라도 직접 해보고 후회하겠다고, 다짐하게 되는 순간들이 있다.


막연한 꿈일지라도 응원과 힘을 받고 싶을 때에도 그림이 우리 곁에 있다. 6월 22일, 펠릭스 발로통의 그림 <오렌지와 보랏빛의 하늘, 그레이스에서의 노을>처럼 말이다. 그림엔 해 질 무렵 바다의 풍경이 담겨있다. 해가 저물기 전, 짧은 찰나에만 볼 수 있는 주홍색과 보랏빛이 뒤섞인 하늘. 낮의 푸르던 식물들은 어느새 진 어둠에 그 색을 찾기 힘들지만, 바다와 하늘의 빛만은 선명하다.


그림은 해가 지는 무렵을 그리지만, 눈부신 색감과 동그란 해는 무언가 시작되리라는 기대감과 희망을 품게 한다. 새로운 일을 시작하기에 앞서 이 그림을 깊이 바라본다면, 누구도 줄 수 없었던 긍정의 메시지를 받으리라 생각한다.

 

 

 

매일 다른 그림 이야기


 

이렇듯 다양한 하루, 다양한 감정 속에 그림은 기쁨과 위로, 응원과 격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매일 같은 하루일지라도, 그림을 바라보고 그에 담긴 사연을 들어보면서 주어진 하루를 더 소중하게 바라볼 수 있길 바란다.

 

 

그림은 더러 지루하거나, 간혹 남루해진 현실이라는 큰 벽에 구멍을 낸 뒤 사각의 틀을 끼워 만든 작은 창이 된다. 현실보다 한결 느슨한 창밖 세상에는 이파리들에만 갇혀 있던 초록이 얼굴이 되고, 딸기만 상대하던 빨강이 포도가 되며, 발레복에 얹혀 사각거리던 분홍이 강물이 되어 흐르기도 한다. ...(중략)... 창밖으로 잠시 고개를 내밀면 365마리의 새들이 풀어놓은 바람이 젖어 있던 머리와 몸을 말려주고, 등 뒤에서 나도 모르게 숨어 있던 날개를 꺼내 중력을 박차고 오를 수 있게 한다. 행복한 날을 더 행복하게 만들고, 불행한 날은 덜 불행하게 만들며, 꿈꾸고 싶은 날은 더 꿈꾸게 하고, 꿈에서 깬 날은 또 다른 꿈이 찾아들게 하는, 그 마법 같은 날들. <365일 명화 일력>이 원했던 당신의 특별한 날들이다.

 

- 작가의 말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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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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