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나는 미치지 않았다. 단지 평범하지 않을 뿐이다. '살바도르 달리: Imagination & Reality' [전시]

달리가 달리 달리겠는가
글 입력 2022.01.06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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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의 집 근처에는 오래된 동네 서점이 하나 있었다. 당시에는 코믹 메이플스토리 만화책 시리즈를 돌려 읽는 게 유행이었고, 나와 내 동생은 그 유행에 신나게 편승하는 어린이들 중에 하나였다. 그날도 여느 때와 다름없이 서점의 유리문 앞에 정 가운데에 세워진 신간을 용케 얻어 집에 돌아왔다. 그리고 책을 펼치니 온갖 흐느적거리는 그림과 마주한 것이다. 살바도르 달리의 <기억의 지속>이란 작품을 바로 그 만화책에서 패러디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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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바도르 달리, <기억의 지속>


 

일상 속에 숨겨진 예술을 찾아내는 경험은 짜릿한 일이다. 특히 어린 시절의 기억이었기 때문인지 뒤늦게 찾아낸 그림의 원작자 ‘살바도르 달리’라는 이름과 그의 특징적인 수염 모양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다. 그래서인지 달리의 대규모 회고전이 처음으로 국내에 상륙했다는 소식에 유독 설레었던 것 같다.

 


[포스터] 살바도르 달리전 ver.2.jpg

 

 

스페인 초현실주의 대가 살바도르 달리의 전시 [살바도르 달리: Imagination & Reality]가 11월 27일부터 2022년 3월 20일까지 동대문디자인플라자 배움터 디자인전시관에서 진행된다. 살바도르 달리 재단과 7년여간의 공식 협업을 거쳐 기획되었다는 이 전시는 스페인 피게레스의 달리 미술관이 소장한 다수의 소장품을 중심으로, 플로리다의 달리 미술관, 스페인의 레이나 소피아 국립미술관 소장품으로 구성되었다.


전시 구성은 연대기 별로 총 10개의 섹션으로 나뉜다. 작가의 시기별 작품 특성과 함께 영향을 주고받았던 인물들까지도 함께 소개하며, '예술이 인생을 지배해야 한다'는 살바도르 달리의 신념을 보여준다. 다방면으로 천재성을 보였던 달리의 전 생애에 걸친 유화 및 삽화, 대형 설치작품, 영화와 애니메이션, 사진 등의 걸작 140여 점의 작품들이 풍성하게 소개되며 달리의 예술 여정을 조명한다.

 

 

 

괴짜 천재의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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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Robert Whitaker / Fundació Gala-Salvador Dalí, Figueres, 2021

Image Rights of Salvador Dalí reserved. Fundació Gala-Salvador Dalí, Figueres, 2021

 

 

살바도르 달리 (Salvador Dali, 1904-1926)는 1904년 스페인 카탈루냐의 소도시 피게레스에서 태어났다. 달리가 태어나기 전, 세상을 떠난 형으로 인해상심한 부모는 달리를 죽은 형의 환생으로 여겼다. ‘살바도르’라는 달리의 이름 역시 죽은 형과 같은 이름이다. 이 사실은 달리에게 정신적인 상처를 안겼고, 죄책감과 강박증, 편집증, 정신 분열 증상인 이중성 혹은 다중성을 갖게 했다. 달리는 온전한 자신으로 인정받길 원했으며, 그 열망을 온갖 기행과 일탈로 표출했다.

 

엄격하고 보수적이었던 아버지와 달리 그의 어머니는 늘 기괴한 행동을 일삼던 달리를 포용해주었지만 그녀는 달리가 16살 때 세상을 떠나고 만다. 이후로도 그와 아버지 사이의 갈등은 이어졌다. 달리는 아버지를 상징적으로 그린 다양한 작품을 통해 아버지에 대한 존경심과 갈망이 뒤섞인 복합적인 감정을 표출한다.

 

달리는 여름마다 스페인의 카다케스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아버지의 친구이자 화가였던 라몬 피초를 통해 그림을 집중적으로 연습한다. 일찍이 달리의 재능을 알아본 라몬 피초는 그의 집 꼭대기에 작업실을 마련하여 달리가 언제든지 그곳에서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도왔다.

 

 

1. 아버지의 초상화와 에스 야네르에 있는 집 Portrait of My Father and the House at Es Llaner, 1920.jpg

<스튜디오에서 그린 자화상 Self-Portrait in the Studio>, c. 1919

ⓒ Salvador Dalí, Fundació Gala-Salvador Dalí, SACK, 2021

Oil on canvas 26.7 x 21 cm Collection of The Dalí Museum, St. Petersburg, FL


 

<스튜디오에서 그린 자화상> 은 그곳에서 탄생한 달리의 자화상이다. 선홍빛 물감은 이젤 주변에 강한 붓결로 칠해져 있고, 푸른빛 계통의 물감은 발코니 테두리에 칠해져 있어 마치 작품 속의 프레임 역할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

 

달리는 이 그림을 그릴 때 세 개의 거울을 곁에 두고 반사된 각도를 계산하며 정확하게 그렸다. 일찍부터 그가 과학적인 접근법을 시도했음을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다. 이후에도 달리는 유행하던 미술사조인 인상주의와 입체주의 등을 탐구하며, 다양한 실험을 통해 자신만의 스타일을 찾아간다.

 

 

 

달리와 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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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와 갈라


 

달리는 25세가 되던 1929년 봄, 프랑스 초현실주의 그룹에 가입했을 때 10살 연상의 갈라를 만나게 된다. 그는 갈라가 직감적으로 자신의 예술적 욕구부터 성적 욕구까지 모든 것을 채워줄 수 있는 여성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당시 갈라는 초현실주의 프랑스 시인 폴 엘뤼아르와 결혼한 상태였지만, 갈라 역시달리에게 끌린 것은 마찬가지였다.


갈라는 당시 현대 미술의 동향과 발전 가능성을 잘 이해하고 있었으며 위대한 예술가를 한눈에 알아보는 심미안을 갖고 있었다. 갈라는 엘뤼아르를 떠나 달리와 함께 했으며, 후에 갈라의 남편이 세상을 떠나고 둘은 정식 부부로서 연을 맺는다. 달리는 갈라를 두고 ‘앞으로 나아가는 사람, 나의 승리이자 아내.’라고 묘사했으며 이후 갈라에 대해 이런 말을 남기기도 했다.

 

 

7. 갈라의 발 입체적 작품 Galas Foot Stereoscopic Work, 1974.jpg

<갈라의 발 (입체적 작품) Gala's Foot. Stereoscopic Work>, c. 1974

ⓒ Salvador Dalí, Fundació Gala-Salvador Dalí, SACK, 2021

Oil on canvas 60 x 60 cm Fundació Gala-Salvador Dalí, Figueres


 

"르네상스의 고요한 완성미에 견줄 수 있는 이미지로 진정한 삶의 경지에 도달한 유일한 존재가 있다. 바로 내가 기적 같은 행운으로 선택한 나의 아내 갈라이다. 결과적으로 모든 회화의 장르에는 세상에 하나뿐인 강력한 존재, 갈라가 등장할 수밖에 없다."

 

갈라는 달리의 작품의 홍보와 판매 돕는 딜러이자, 달리의 뮤즈로서 수많은 회화 속 모델이 되었다. 달리는 그의 모든 작품에 ‘갈라 살바도르 달리’ 라고 서명을 하기 시작했으며 갈라는 달리의 예술적 행보와 인생에 없어서는 안될 존재가 되었다.

 

 

 

초현실주의는 바로 나 자체다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에서 연구한 잠재의식에 강한 충격을 받은 달리는 기이하고 몽환적인 꿈과 무의식의 세계를 그리는 초현실주의 화가로 거듭난다. 전란의 시기에 탄생한 초현실주의(Surrealism)는 산업혁명이 초래한 물질주의를 비판하고 무의식과 본능의 세계를 해방시키고자 예술가들이 뭉쳐 개척한 사조였다. 달리는 무의식과 본능의 세계를 해방시키고자 한 초현실주의 예술가들과 활발하게 교류하며 그를 지배하는 불안감과 광기를 바탕으로 그만의 독자적인 스타일을 구축해 나간다.

 

그는 초현실주의 작가들이 사용하던 대표적인 기법이자 의식의 흐름을 그대로 기록해내는 '자동기술법(Automatisme)'외에도 편집광 환자가 환각상태에서 한 물체를 그대로의 상태에서 전혀 별개의 것으로 본다는 점에 착안하여 어떠한 사물에 강박적으로 집착하거나 응시할 때 나타나는 왜곡을 표현한 '편집광적 비판(Paranoiac Critic)' 기법을 제시한다.

 

달리는 이 기법으로 비이성적인 환각 상태를 객관적 · 사실적으로 표현하고자 했다. 전통적인 회화 기법과 정밀한 소묘, 오차 없는 원근법을 이용해 극사실적으로 완성한 그림은 교묘한 구성으로 꿈을 보여주는 듯한 더블 이미지를 유발시켰다. 달리는 현실을 편집광적 비판의 관점에서 해석하여 이중 이미지 기법을 회화에 접목시켰다.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라 시각에 따라 다른 이미지를 인식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작품들을 설계했고, 이는 달리의 특출난 능력으로 발전한다.

 

 

3. 사라지는 볼테르의 흉상 Disappearing Bust of Voltaire, 1941.jpg

<볼테르의 흉상 Bust of Voltaire>, 1941

ⓒ Salvador Dalí, Fundació Gala-Salvador Dalí, SACK, 2021

Oil on canvas 46.3 x 55.3 cm Collection of The Dalí Museum, St. Petersburg, FL


 

볼테르의 흉상은 이러한 기법이 두드러지는 대표작품이다. 작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커다란 흉상이면서 동시에 상인들의 이미지로도 보인다. 그는 “한 물체의 표현은 어떤 물리적인 또는 해부학적 변형 없이도 전혀 다른 물체로 묘사될 수 있다”라는 말을 남기며 이중형상기법을 회화에 접목시켰다.

 

그 밖에도 달리는 왜곡된 이미지를 뜻하는 ‘아나모르포시스’ 기법에 몰두하였다. 이 기법으로 그린 왜곡된 그림은 특정한 각도나, 원형 거울을 비춰야 바른 형태로 볼 수 있다. 달리는 이러한 기법을 활용하여 주로 해골을 그렸다.

 

이렇게 그려낸 달리의 모티프들도 빼놓을 수 없다. 난파선, 바렌티나, 줄넘기하는 소녀, 사이프러스 나무 등 달리는 회화 소재로 즐겨 삼았던 도상들로 자신의 고유한 스타일을 고수하면서도, 새로운 사상과 사건을 접목시키면서 끊임없이 시도하고 영역을 확장시켜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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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프랑수아 밀레,  <만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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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바도르 달리, <슈거 스핑크스>

 

 

그가 자주 그리던 소재 중에는 장 프랑수아 밀레의 작품 <만종>이 있었다. 달리는 꾸준하게 이 작품을 분석하고 응용해 그릴 정도로 중요하게 여겼다.  달리의 <슈거 스핑크스>라는 작품에는 자수 자켓을 입은 갈라가 등장한다. 갈라의 정면에 놓인 사이프러스 나무 사이로 두 인물과 수레 하나가 보인다. 이는 <만종> 속의 인물을 모티브로 삼아 그린 것이다.

 

실제로 밀레의 <만종>은 오후에 치는 종소리라는 뜻으로 종교적 경건함과 노동에 관한 고찰, 감사함을 기도하는 그림이지만 달리는 이 작품을 처음 본 순간 충격적인 불안감에 휩싸였고 훗날에는 이에 대해 책까지 출판하여 다양한 해석과 주장을 남긴다. 이 작품은 달리에게 무한한 상상력을 자극하는 대상이었기에 이후로도 달리의 작품에 종종 등장한다.

 

 

2. 지는 밤의 그림자 Shades of Night Descending, 1931.jpg

<다가오는 밤의 그림자 The Shades of Night Descending>, 1931

ⓒ Salvador Dalí, Fundació Gala-Salvador Dalí, SACK, 2021

Oil on canvs 61 x 50cm Collection of The Dalí Museum, St. Petersburg, FL


 

달리의 모티프들은 예상치 못한 공간에 뜬금없이 등장한다. 1931년 달리가 그린 노스탤지어 풍경화 시리즈 중 하나인 이 그림을 살펴보면, 그림 중앙에 덩그러니 놓여있는 조약돌이 보인다. 그리고 그 아래로 퍼져 있는 그림자는 마치 그랜드 피아노의 형상과도 같다. 달리는 어렸을 적 해변가에서 피아노를 연주하며 가족들과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조약돌은 집 근처의 콘피테라 공원을 상징한다.

 

추억과 행복했던 기억을 떠오르게 하는 이러한 상징물들이 있음에도 그림 자체의 분위기는 침체되어 있음이 느껴진다. 이 그림을 그릴 당시 달리는 우울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갈라가 병상에 누워 있었기 때문이다.

 

우측 하단에 천조각으로 덮여 있는 알 수 없는 형태는 가정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테이블이나 주전자 병을 숨길 때 사용하는 것이다. 이는 앞으로 다가올 미래에 대한 낙관을 상징적으로 표현한다. 좋은 추억이 담긴 상징물들과 불안하지만 더 나은 미래를 기대하는 현재의 모습이 대조를 이루는 작품이다.

 

위와 같은 방식으로 달리는 자신의 그림에 상징물들을 숨겨둔다. 그러나 명심할 것. 초현실주의 화가들의 작품은 무언가를 감추려 하고 에둘러 표현하는 것이 아니다. 그 순간의 무의식적 언어들을 나열해 둔 집합소일 뿐이다. 이 밖에도 달리는 어린 시절 자신의 꿈이었던 나폴레옹으로 권력을 나타내기도 하고, 부드러운 곡선형 구조물을 작품에 그리며 스페인의 위대한 건축가 '가우디'에 대해 존경심을 드러내기도 한다.

 

달리가 사랑했던 엠포르다 지방의 흔한 나무인 사이프러스 나무는 죽음, 고독, 우울과 환영의 상징인 동시에 그가 학교의 창을 통해 바라보던 풍경의 일부였다. 시간의 흐름의 상대성과 실존적인 고통을 상징하는 녹아내리는 시계는 그의 작품 중에서도 유명한 모티프일 것이다. 현실적인 미덕을 함축하고 있는 오브제인 신발은 달리의 페티시즘적임과 에로틱함을 담은 함축적 의미였다. 달리는 개미로 부패와 양심의 가책을 드러냈으며, 어린 시절의 순수함과 호기심을 상징하는 ‘줄넘기하는 소녀’라는 모티프는 후에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삽화에서 앨리스의 모습으로 등장하기도 한다. 이외에도 지그문트 프로이트, 신고전주의 건물, 붉은 바렌티나 (달리의 고향인 스페인 카탈루냐 지방의 전통 모자) , 난파선과 목발 등이 모티프로 등장한다. 달리의 심볼들을 하나 둘씩 찾으며 감상을 하는 것도 작품을 더욱 풍성하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이 되리라고 생각한다.

 

이후에도 달리는 생을 마감하기 전까지 왕성하게 예술 활동을 이어나간다. 1920년 초부터 다양한 삽화 작품을 남겼으며 초현실파 주요 일원이었던 루이스 부뉴엘과 함께 제작한 초현실주의 영화 <안달루시아의 개>를 스크리닝 하기도 한다. 종교적 주제와 핵융합, 핵분열 같은 과학적 개념들을 화폭에 담아냈고, 전통적인 르네상스 회화 기법과 새롭게 발견한 세계관을 융합하여 이색적인 회화를 선보이기도 한다.

 

 

8. 전사 혹은 로스 엠보자도스 미켈란젤로의 로렌조 데 메디치의 무덤에 있는 로렌조 데 메디치 조각상 재해석 The Warrior or Los Embozados. Lorenzo de Medici after the Tomb of Lorenzo de Medici by Michelangelo, 1982.jpg

<전사 혹은 ‘로스 엠보자도스’  미켈란젤로의 로렌조 데 메디치의 무덤에 있는 로렌조 데 메디치 조각상 재해석 The Warrior or ‘Los Embozados’. Lorenzo de' Medici after the Tomb of Lorenzo de' Medici by Michelangelo>, c.. 1982 

ⓒ Salvador Dalí, Fundació Gala-Salvador Dalí, SACK, 2021

Oil on canvas 100 x 100 cm Fundació Gala-Salvador Dalí, Figueres

 

 

그는 착시효과를 이용한 평면의 입체화, 현대 과학과 고전주의 미술의 융합까지도 시도했다. 후기에는 고전주의 미술의 거장들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아 그가 존경했던 벨라스케즈부터 미켈란젤로 등의 거장들의 엄격한 전통적 회화 기법을 자신의 그림에 녹여내기도 한다. 6살 때부터 그림을 그리며 천재성을 드러냈던 그였지만 그는 자신에게 한계를 두지 않고 계속해서 나아가는 사람이기도 했다. 달리는 예술사적으로 뛰어난 화가들을 끊임없이 분석하고 계승하는 동시에 의문을 제기하고 반기를 들며 꾸준히 발전해 나간다.

 

그는 새로운 매체와 장르에 끊임없이 도전했다. 패션 디자이너와 영화 감독, 배우, 가구 디자이너 등 다양한 업종의 사람들과 협업을 이어나갔으며 영화감독인 월트 디즈니, 알프레드 히치콕과도 함께했다. 츄파츕스 등의 로고를 디자인하고, 광고에도 손을 뻗으며 예술과 상업 경계를 무너트려 팝아트 탄생의 기반을 마련해내기도 했다. 그는 상업적인 예술가라는 비판적인 견해를 피할 수는 없었지만, 늘 획기적인 이슈를 만들며 끊임없이 자신의 지평을 확장하고 틀을 깨기 위해 노력한 사람이었다. 달리가 달리 달리겠는가. 20세기 미술에 큰 족적을 남긴 그의 작품들은 오늘날까지도 현대사회 예술문화 전반에서 지대한 영향력을 발휘하며 우리의 삶 속에서 함께 호흡하고 있다.

 

*

 

예상은 했지만, 전시장엔 역시 사람이 가득했다. 물론 회고전의 주인공이 ‘살바도르 달리’라는 괴짜 천재라는 이유도 있었겠지만 최근 초현실주의 작가들의 전시를 연속해서 세번째로 관람하고 있었기에 ‘왜 하필 초현실주의인가’라는 생각을 해보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시기 유독 초현실주의 전시가 흥행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초현실주의의 뿌리는 이전 짧은 기간 동안 한창 유행했던 허무주의적 예술운동인 다다이즘에서 찾아볼 수 있다. 다다이즘은 기존의 이성적이고 전통적인 생각들에 항의하고 파괴했으며 전쟁을 초래한 사회에 대해 항의하고 혼란과 소음, 반이성주의를 찬양했다. 이들은 후에 초현실주의에 흡수되었다. 다다이즘과 초현실주의는 1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주범인 문명화에 대한 거부로 정신세계를 중시하며 전통과 질서를 파괴한다는 공통점이 있었지만, 초현실주의는 다다이즘과 달리 창조와 탐구를 중시하며 미래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였다는 것에서 차이점이 있었다.

 

우리 사회 역시 펜데믹 이후로 단기간에 급격한 변화를 맞이했다. 격동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은 이제 새로운 현실을 꿈꾼다. 이럴 때 꿈과 무의식의 환상적인 세계는 잠시나마 현실을 환기시켜준다.

 

맥락이 조금 다를지도 모르겠지만, 필자는 상상과 환상이 낳은 이야기가 인류 문명의 새로운 역사를 이끈다고 믿는 사람이다. 상상을 통해 새로운 이야기가 전개된다면 그것은 실제로 새로운 현실을 만들 것이라고 생각한다. 삶에 뒤따라오는 것이 이야기일수도 있겠지만 반대로 이야기가 선행되지 못한다면 우리의 삶도 멈춰 있을 것이다.

 

초현실주의 화가들의 전시가 현재 흥행하는 이유는 변함없는 현실에 지쳐있는 사람들의 심리에 대한 방증이라고도 사료된다. 초현실주의는 단순히 기존의 이성적이고 전통적인 생각들을 파괴하려는 다다이즘과는 달리 한발짝 나아가서 미래에 대한 새로운 해결책을 찾기 위한 시도였다. 그 시도가 현실적으로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망상에 불과할지라도, 무언가 새로운 해결책을 시도한다는 것은 슬픔과 비관에 머물러있는 것보다는 바람직한 대처임이 분명하다. 이 모습은 바이러스와의 싸움에서 미래에 대한 대안책을 찾으려는 현재의 우리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새로운 현실을 꿈꾸는 우리들에게 초현실주의 작품들은 큰 힘이 되리라고 예상한다. 초현실주의 괴짜 천재의 전시, [살바도르 달리: Imagination & Reality]는 2022년 3월 20일까지 동대문디자인플라자 배움터 디자인전시관에서 진행되니 일상을 환기시키고 싶은 사람들에게 살며시 방문해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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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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