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명화속 미스터리가 불러일으킨 기묘한 두근거림 - 기묘한 미술관

글 입력 2022.01.05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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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은 예술, 예술도 미술. 미술이 예술의 한 영역에 포함되는 것은 당연하지만, 예술을 미술이라 정의해보는 것은 어떨까? 무릇 예술이란 이 세상에서 각양각색의 형태로 피어나기 때문에 예술을 미술이라고 단순 일반화하기엔 미술의 그릇이 좁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생각을 확장해 보니 예술은 미술이다라는 논리가 조금은 성립되는 것 같기도 했다. 창작자와 그것을 향유하는 우리들의 내면에 존재하는 공허함을 달래주고, 때론 말없이 편안한 위로를 건네기도 하며 끊임없이 영감을 발산시키게 만드는 것이 바로 예술이기에.

 

빈 캔버스에 영감이라는 물감을 뿌릴 때 캔버스는 늘 열린 결말로 화답하곤 하는 것, 그것이 미술이고 예술 또한 영감에 의해 창조되어 각자의 해석에 의해 재창조됨을 애정하는 영역이기 때문에 어쩌면 내가 주장하는 엉터리 논리가 조금은 일리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이렇듯 기묘한 논리로 머릿속을 환기시키며 <기묘한 미술관>을 읽었다. 미술작품과 화가의 삶에 대한 지식을 축적하는 것을 좋아하는 내게 이 도서는 역시나 미스터리한 두근거림을 가져다주었다. 진주귀걸이를 한 소녀 속에 영문 모를 기묘한 그림이 채워져있는 표지 또한 인상깊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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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리루소 - 잠자는 집시>

 

 

도서는 크게 취향의 방, 지식의 방, 아름다움의 방, 죽음의 방, 비밀의 방으로 구성되어있다. 테마별로 묶인 여러 작품들을 마주하며 작품 속 담겨져 있는 숨겨진 메시지에 대해 깊게 고찰해 볼 수 있었다.

 

낯설어 보이는 대지 위에 누워 악기와 함께 잠을 청하고 있는 한 여인에게 보름달의 청량한 빛을 받으며 산책하던 사자가 접근하는 듯한 작품, <잠자는 집시>는 정글시리즈로 유명한 앙리루소의 대표작 중 하나다. 호기심 많은 사자는 곤히 잠든 여인의 잠을 깨우지 않기 위해 슬며시 지나가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여인을 응시하며 관찰하고 있는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집안사정이 어려워 말단 세관원으로 주중을 살아감에도 화가라는 꿈을 포기하지 않고 일요일마다 그림을 그렸던 루소는 20년 넘게 해오던 세관원 일을 그만두고 50세가 되어 전업화가의 길로 들어섰다. 꾸준히 작업에 몰두했음에도 루소의 작품은 당대 사람들에게 조롱 섞인 비판을 받았지만, 그는 누구보다도 자기애가 강한 화가였다.

 

살롱전의 때가 묻지 않은 순수한 작품들. 피카소는 루소의 작품에 대해 이렇게 평가하며 그의 작품을 수집했다고 하는데, 피카소가 말했듯 루소의 정글시리즈에선 자연의 신비로움, 원시적 아름다움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루소의 작품에 대해 공부하며 뉴욕여행시 MOMA를 방문했을때 <잠자는 집시>를 조금 더 들여다볼걸 하는 아쉬움이 밀려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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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 볼롱기에르 - 꽃이 있는 정물화>

 

 

다음으로 인상깊었던 작품은 한스 볼롱기에르의 <꽃이 있는 정물화>였다. 처음 이 작품을 봤을 때 꽃이 주는 따뜻하고 온화한 기운보다는 쉽사리 털어놓기 어려운 비밀 이야기를 담은 화병같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작품에 대한 내막을 파악해보니 첫인상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이 증명됐다.

 

네덜라드의 독립쟁취로 암스테르담은 새로운 무역과 금융의 중심지로 바뀌게 되었고 부를 축적한 네덜란드인들은 기존 종교나 역사화보단 정물화 및 초상화를 선호하기 시작했다. 네덜란드의 황금기에 부자들 사이에선 희귀튤립 수집이 열풍이었고, 이러한 튤립 수집에 대한 투기라는 당대 배경이 <꽃이 있는 정물화>에도 고스란히 녹아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화병 가운데 하얀꽃잎에 빨간줄이 그려진 이 꽃은 ‘셈페르 아우구스투스(영원한 황제)’라는 이름을 가진 튤립으로 별종 튤립이기 때문이다. 작품에서 주목할만한 또다른 부분으론 오른쪽 아래 말라버린 꽃과 도마뱀, 반대편 위치한 달팽이와 애벌레이다.


 

가장 비싸고 아름다운 꽃과 조금 시든꽃, 떨어져 말라버린 꽃을 함께 그려 우리 인생의 순리를 표현한 것이다. 그리고 도마뱀은 인간의 기만과 죄, 끊임없이 풀을 갉아먹는 애벌레는 탐욕과 허무한 욕망을 상징한다. 마지막으로 달팽이는 짐을 지고 땅에 붙어 기어 다녀야하는 운명이므로 원죄를 지고 세상에 온 인간을 뜻한다.


 

그림에 대한 저자의 해석은 상기와 같았고, 이에 대해 고개가 끄덕여졌다. 정물화는 다른 작품에 비해 생동감 측면에선 조금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곤 했는데, 작품 속을 조금 더 들여다보니 역사가 반영된 생동감과 더불어 삶의 교훈이 나도 모르는 사이 소리없는 미소를 발산하고 있었다.

 

네덜란드 화가에 주목하여 책을 읽었던 것은 아닌데 어쩌다보니 네덜란드 화가들의 작품에 대해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았던 것은 사실이다. 평소 네덜란드에 관심이 많은 내 개인적 취향이 무의식중에 반영된 것이기도 하겠지만 렘브란트의 <도살된 소>를 통해 ‘추함의 아름다움’이라는 주제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이 작품은 표면상으로 아름다움이 드러나는 작품은 아니었기에 당시 사람들에게 인기가 없었지만, 예술가들에게는 색다른 영감을 주었다고 한다. 들라크루아가 그의 작품을 모사했고, 오노레 도미와 샤임 수틴 등이 화가또한 푸줏간 시리즈, 동물 사체 시리즈를 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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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렘브란트 - 도살된 소>

 


유럽의 역사엔 흑사병, 기근, 전쟁 등으로 죽음이 늘 도처에 있었고 이시기 사람들은 인간이 욕망하는 현실적 가치는 부질없으며, 인생에서 죽음은 언제나 멀지 않은 곳에 있고 피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이러한 주제를 그림으로 그려 언제나 잊지 않으려 노력했다.

 

16~17세기 네덜란드와 벨기에 플랑드르 지역에서는 사냥, 도축당한 동물, 두개골, 썩은 과일 등을 정물화의 대상으로 삼았고 이러한 정물화를 허무, 덧없음을 뜻하는 바니타스 정물화라 지칭한다는 것도 새로이 알게 되었다. ‘추함의 아름다움’. 추함에는 가장되지 않은 진실이 존재하고, 그 진실을 통해 배움을 추구할 수 있기에 아름다울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름다움이 과하면 때론 추함이 될 때도 있는것처럼 추함 속에도 아름다움은 여전히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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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흐 - 꽃피는 아몬드 나무>

 

 

고흐의 <꽃피는 아몬드 나무>를 좋아한다. 고흐의 죽음에 대한 일화를 읽으며 <까마귀 나는 밀밭>, <붉은 포도밭>을 감상할 수 있었던 것도 흥미로웠다. 책 제목이 암시하는 것처럼 여러 화가들의 작품에 대한 숨겨진 이야기와 작품의 의미에 대해 입체적으로 감상할 수 있었던, 한 군데의 미술관을 방문하는 듯한 <기묘한 미술관>. 명화속 미스터리에 관심이 있는 분들께 꼭 추천해드리고 싶은 도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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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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