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2022년 눈부신 활약을 기대해도 좋을 국내 뮤지션 2인 [음악]

글 입력 2021.12.30 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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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은 유난히 음악과 함께 한 시간이 많았다. 그래서일까. 꽤 다양한 아티스트들을 알게 된 덕에 다사다난한 와중에도 콧노래를 흥얼거리는 여유를 부리는 순간들이 많았던 것 같다.

 

듣는 음악에 따라 기분이 급격하게 변화하기도 하는 나에게 있어서 취향에 맞는 음악을 찾아내는 일은 삶의 질을 좌우하는 일이라고 보아도 무방하다. 그렇기에 유난히 귀가 행복했던 2021년은 분명 음악을 통해 버거운 일마저도 꿋꿋하게 버텨나갈 힘을 많이 얻었던 해였다고 생각한다. 그러한 의미에서, 어쩌면 너무 뜨겁게 타오른 나머지 생명력을 다한 잿빛을 띄었을지도 모르는 나의 2021년을 화려하고 다채롭게 물들인 국내 뮤지션 2인과 그들의 음악을 소개하고자 한다.

 

 

 

거짓 없는 목소리로 써낸 비밀일기, 저드의 'A.M.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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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멜론 저드 아티스트 채널

 

 

첫 번째로 소개할 뮤지션은 하이라이트레코즈(Hi-Lite Records) 소속 가수 저드(jerd)다.

 

저드를 처음 알게 된 앨범이자 개인적으로 저드의 앨범 중 가장 좋아하는 앨범인 'A.M.P.'는 'All My Persona'의 약자로 삶과 자아에 대한 혼란과 고뇌, 성찰, 그리고 마침내 그것을 극복하기까지의 감정을 12개의 트랙을 통해 담아낸다.

 

'A.M.P.'는 억지스러운 기교 없이 담백하고 맑은 음색과 함께 소음이 가득한 그녀의 머릿속을 훤히 비춘다. 타인에게 절대 들키고 싶지 않았던 이야기가 적힌 비밀일기를 담담하게 읊으며 마침내 방황에 맞설 용기를 선언하는 그녀의 진솔함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은 그녀의 찬란한 청춘이자 나의 청춘이며, 우리 모두의 청춘이기 때문이다.

 

잔잔하게 빠져드는 보컬과 음악성을 더욱 돋보이게 만드는 것은 다름 아닌 'A.M.P.'의 뮤직비디오였다. 독특하게도 '생각을 비워내는 24시간 동안의 과정'을 12개의 타이틀곡을 통해 하나의 쇼트필름 형태로 표현했다. 약 21분 분량의 뮤직비디오는 주인공 저드를 관찰자적 시선으로 바라보는 내레이션과 함께 서사가 진행된다.

 

뮤직비디오의 시작과 함께 첫 번째 트랙 '12345'이 흘러나온다. 홀로 길을 걷던 저드는 꽃 한 송이를 들고 춤을 추기 시작한다. 그녀가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자 평범한 길거리는 그녀만을 위한 무대가 된다.

 


[꾸미기][크기변환]저드 뮤직비디오화면 캡처 2021-12-31 013315.jpg

사진='저드 (jerd) - All My Persona 앨범 뮤직비디오 [Short Film]' 캡처

 

 

'참 행복하고 만족스러워 보이네요. 그렇지 않나요?

그녀의 기분이 처음부터 좋았던 것은 아니랍니다.

그녀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저드의 춤이 끝나자 그녀의 하루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하는 내레이션이 흘러나온다. 이렇듯 'A.M.P.'의 뮤직비디오는 한편의 단편 영화 같은 스토리와 함께 신선한 재미를 선사하면서 저드가 음악을 통해 표현하고자 했던 이야기에 대한 깊은 몰입을 유도한다.

 

 

My life's like squash, 내가 뭘 해도 벽으로

다 튕겨, 너무 서러워도

난 재밌어, 왜냐면 다 짊어질 용기

꽤 있어

 

- 저드, 'Squash' 중

 

 

열두 번째 트랙 'Squash'와 함께 막을 내리는 뮤직비디오는 꽤나 긴 여운을 남긴다. 블라인드를 친 채 어둠 속에서 시간을 보내던 저드는 다음날 햇살이 가득한 방에서 아침을 맞이하고 다시 뮤지션으로서의 열정을 되찾은 모습을 보인다. 끝끝내 멈추지 않은 덕에 모든 불안을 '다 짊어질 용기'를 찾아낸 저드의 모습을 향한 응원은 나 자신을 향한 동질감으로 이어져 곧 나 스스로를 향한 응원으로 이어졌다.

 

*

 

아티스트로서의 개성과 진솔함, 그리고 음악성을 모두 갖추는 것이란 결코 쉽지 않다. 그래서인지 한껏 잘 '꾸며진' 음악으로 자신만의 색을 희석하는 뮤지션들이 전보다 더욱 많이 보이는 요즘인 것 같다.

 

반면 저드는 그 어떤 허례허식 없이 날 것의 감성으로 예술의 순기능을 실현하고 있다. 적어도 내게는 그러한 진심이 확실하게 통했다. 음악이 전달하는 울림에 충격을 받은 게 언제였는지 가물가물하던 와중에 찾아낸 귀한 뮤지션의 귀한 음악, 그리고 귀한 작품이었다.

 

아직 저드의 음악을 들어보지 못했다면 그녀의 개성이 가장 잘 묻어나는 정규앨범 'A.M.P.'를 들으며 2022년을 맞이해 보는 것은 어떨까. 저드의 음악이라면 한 번도 듣지 않은 사람은 있더라도 한 번만 들은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감히 예상한다.

 

 


 

 

 

4차원적 감성으로 그려낸 사랑의 민낯, 크리스탈 티의 '핑크 무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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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멜론 크리스탈 티 아티스트 채널

 

 

두 번째로 소개할 뮤지션은 유일무이한 개성을 자랑하는 싱어송라이터 크리스탈 티(Crystal tea)이다. 우연히 보게 된 사진 속 그녀의 독특한 패션, 그리고 발랄함과 수줍음이 공존하는 듯한 미묘한 표정은 아티스트로서의 그녀의 정체성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했다. 그리하여 처음으로 듣게 된 그녀의 음악은 '핑크 무비' 앨범의 타이틀곡 '로망 포르노'였다.

 


 

 

'로망 포르노'라니. 당최 무엇을 이야기하려는 것인지 알 수 없는 제목에 대한 의문을 해결하는 재미는 꽤나 쏠쏠하다. 뒤죽박죽 섞여버린 감정들은 자아내는 서툰 사랑의 시작과 끝 그 사이의 불완전함은 그녀만의 화법으로 유쾌하게 그려진다.

 

 

이 시대의 틀에 박힌 연애 서사를 8미리 필름 이어 붙이듯 만들었습니다. 요즘은 청춘에게 쥐어 주기에도 지독한 사치품 취급을 당하고 있는 사랑. 그것을 예찬하기에 과연 이 영화가 적절히 아름다울지 한 번 감상해 주세요.

 

- 크리스탈 티, '핑크 무비' 앨범 소개 글

 

 

국내에서 쉽게 보기 힘든 그녀의 음악적 스타일은 제이팝(J-POP)을 연상시키면서도 어딘가 분명 한국스러운 느낌을 전달한다. 4차원적인 엉뚱함이 묻어나지만 한편으로는 섬세하게 사랑의 감정을 노래하는 그녀의 음악은 가벼우면서도 심오하다. 부드러운 음색의 곳곳에 묻어나는 앙칼진 목소리는 결여된 마음에 대한 불안을 초래하는 모순적인 사랑 이야기를 완벽하게 완성한다.

 

크리스탈 티의 음악은 시대의 유행을 거스른다. 예를 들어 '핑크 무비'의 또 다른 트랙 '그곳에 닿아줘'와 '핑크 무비 감독판'의 타이틀곡 '낭만파 A.I.' 등은 2000년대 유행했던 락 음악의 스타일을 차용하면서도 시대적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는 멜로디를 구사한다. 때문에 분명 발매된 지 얼마 안 된 곡들임에도 불구하고 2000년대 락을 즐겨 듣던 사람들에게는 과거의 향수를 일으키는 음악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만약 그것이 과거의 향기에 온전히 취했을 때와는 사뭇 다른 몽롱함을 안겨줬다면 당신은 '크리스탈 티'라는 장르를 이해하게 된 것이다.

 

 

 

*

 

좋은 음악 덕에 무사히 버텨갈 수 있었던 2021년은 감사한 시간이었음에 틀림없다. 나는 언제나 그랬듯이 내년에도 잘 듣고, 잘 살아보고자 한다. 그렇기에 앞으로 더더욱 많은 아티스트가 겁 없는 시도를 과감하게 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남는 건 사진'이라는 말이 있지만, 나에게 있어서 추억을 상기하는 데 더 중요하게 남는 것은 과거의 순간에 들었던 음악이었던 것 같다. 짧다면 짧은 글이었지만, 여러분과 음악을 향유하며 한 해의 마지막을 함께 하고 싶은 마음에 본 글을 기획하게 되었음을 알아주길 바란다. 얼마 남지 않은 한 해의 끝을 가장 좋아하는 음악과 함께 보내며 다가올 2022년을 온 마음 다해 환영해 보도록 하자. 해피 뉴 이어!

 

 

[정예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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