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당신의 크리스마스를 응원하며 [문화 전반]

글 입력 2021.12.24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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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사람들 모두가 기다리던, 일 년에 한 번뿐인 한겨울의 축제. 크리스마스가 머지않았다. 예쁘게 꾸며진 트리,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파티, 맛있는 음식, 길거리에 울려 퍼지는 캐럴. 크리스마스의 낭만 앞에 우리는 몸이 얼어버릴 것만 같은 추위마저도 반기고 만다.

 

12월이 되자 크리스마스를 준비하는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크리스마스의 분위기를 자아내는 장식들로 집안을 꾸미고, 지인과 가족에게 줄 선물을 구매하고, 캐럴을 들으며 한 해의 끝을 아름답게 장식하기 위한 작은 사치를 즐기는 사람들의 얼굴엔 저마다의 설렘이 가득했다.

 

크리스마스를 약 일주일 정도 앞뒀을 적에, 평소 친하게 지내던 친구의 계획이 궁금해졌다.

 

"이번 크리스마스 때 뭐 할 거야?"

"단기 아르바이트. 크리스마스라 그런지 아르바이트 자리가 많더라고."


친구는 크리스마스 이브부터 크리스마스 당일을 거쳐 크리스마스 다음날까지 일을 하게 되었다고 했다. 어른아이 할 것 없이 모두가 일 년동안 기다려온 크리스마스는 그에게 있어서 돈을 조금이라도 더 벌 수 있는 기회일 뿐이었다.

 

"조금이라도 더 벌 수 있으면 벌어놔야지. 크리스마스는 매년 오니까, 나중에 즐겨도 돼."

 

얼마 전 콘서트장에서 진행요원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쉬어버린 목소리로 친구는 허허 웃었다. 어차피 크리스마스는 분위기에 휩쓸려 쓸데없는 지출을 만드는 날이라며, 오히려 일자리를 구해 다행이라고 말하는 친구가 괜스레 대견해 보였다. 나는 그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끄덕임에는 친구에 대한 존경심과 어느 순간부터 크리스마스조차 사치가 되어버린 그를 향한 응원의 마음이 복잡하게 얽혀 있었다.

 

친구와의 대화를 끝내고 무언가 복잡 미묘한 기분에 사로잡힌 채 침대에 누웠다. 누군가에게는 당연한 크리스마스의 낭만이 그저 환상 속 이야기처럼 다가올 이들의 외로운 연말을 생각했다. '메리 크리스마스', '해피 뉴 이어'. 여유로운 얼굴들 사이에 오고 가는 인사말로 시끌벅적해진 세상을 침묵 속에 관조하던 이들의 공허한 시선을 모른 척 외면했던 지난날의 우매함. 그것을 깨달았을 때, 과연 나에게 더 나은 세상을 갈망하고 염원할 자격이 있는지 스스로에게 되물었다.

 

문득 어린 시절이 떠올랐다. 어렸을 때 갑작스럽게 가세가 기울며 집안 형편이 어려워졌던 시기가 있었다. 삭막해진 집의 분위기와 웃음을 잃은 부모님의 얼굴을 마주하는 것, 그리고 불행에 익숙해지는 것은 어린 나에게 있어서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괴로운 일이었다. 당시 초등학생에 불과했던 나로서는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위태롭게 요동치는 마음이 버거워서 믿지도 않았던 종교에 기대기도 했고, 매일 자기 전 울분 섞인 기도(어쩌면 신을 향한 원망 혹은 애원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를 하다가 지쳐 잠이 드는 날도 많았다.

 

그러다가 아침에 일어나서 학교에 가면 나는 잠시 다른 세상에 온 듯한 기분을 느꼈다. 아무 걱정 없이 시끄럽게 소리를 지르며 복도를 뛰어다니며 깔깔 웃는 친구들, 숙제를 안 해온 것이 가장 큰 고민인 친구들이 부러웠다. 그저 평범하고 전형적인 초등학생의 모습을 선망하던 나는 친구들의 얼굴에 적응하지 못한 채 도서관으로 줄행랑을 치곤했다. 그것은 티 없이 맑게 빛나는 그들의 얼굴 뒤에 드리워진 그림자가 나를 잠식해버릴 것만 같은 두려움 때문이었다.

 

보통 사람들의 '당연한 일상'을 꿈꾸던 그 시절은 어쨌거나 무사히 지나갔다. 나의 요란스러웠던 어린 시절처럼, 이번 크리스마스 또한 누군가에게는 사람들로부터 소외된 자신의 처지에 연민을 느끼는 시간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관 속에 크리스마스를 보내는 일이 없기를 간절히 바란다. 아무런 걱정이 없어 보이는 사람들의 치장된 모습에 속아, 쉴 새 없이 달려오느라 땀으로 흠뻑 젖어버린 얼굴을 초라하게 여기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

 

 

타인과 나를 비교하는 것은

그 사람의 하이라이트를 나의 비하인드 씬과 비교하는 것과 같다.

 

-테일러 스위프트-

 


소음으로 가득 찬, 정신없는 한 해의 끝에서 아랑곳 않고 묵묵히 자신만의 길을 걸어가는 모든 이에게 진심 어린 존경을 표하며, 그들이 넘치는 자부심 속에 '메리 크리스마스'를 보냈으면 하는 작은 바람을 전한다.

 

마지막으로, '무엇이든 끝은 있다'는 불변의 진리를 의심 없이 믿어주길 바란다. 고생스러운 2021년을 굳건히 견뎌온 모든 이들에게 선물 같은 2022년이 도래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사랑을 담아 우리 모두의 크리스마스를 응원하고 싶다.

 

부디, 메리 크리스마스!

 

 

[정예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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