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내 싸이월드에는 어떤 노래가 흘렀나? [음악]

싸이월드의 부활을 기다리며
글 입력 2021.12.19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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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서비스 재개를 발표했던 싸이월드의 오픈이 또 한 번 연기됐다. 서비스 재개 발표 후 벌써 네 번째 연기다. 싸이월드의 재오픈을 손꼽아 기다려온 한 사람으로서 반복되는 오픈 연기 소식에 아쉬운 마음을 감출 길이 없다.

 

현재 메타버스를 결합하여 새로운 모습으로 변신을 꾀하고 있는 싸이월드는 1999년 오픈 이후 전 국민을 일촌으로 만들었던 국민 사이트다. 또한 국내 SNS의 시초이자, 가상화폐의 개념인 '도토리'를 도입하여 다양한 콘텐츠를 유료로 즐길 수 있도록 하는 비즈니스 모델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싸이월드의 핵심은 바로 '나'를 표현하는 데 있었다. 이용자들은 팝업 형태의 창 안에 자신을 대신하는 아바타 '미니미'를 설정하고 기호에 맞게 꾸미는가 하면, 미니홈피의 스킨과 노래 등을 도토리로 구매하고, 자신의 기분과 상태를 대문에 적어두며 방문자들에게 다양한 방법으로 '나'를 표현하였다.

 

그중에서도 싸이월드 BGM(background music)은 현재 자신의 기분과 심경을 직·간접적으로 표현하는 가장 좋은 도구였다. 특히 많은 사람들이 사랑에 빠졌거나 이별을 했을 때 또는 무언가 심경의 변화가 있을 때 BGM을 교체하는 경향이 있었는데, 그런 점에서 말로 직접 전하기 어려운 복잡한 마음을 노래로 대변해 주는 고마운 매개체였다고 할 수 있다.

 

결국 싸이월드 BGM은 자신의 센스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척도이자, 방문자들에게 '나'의 상태를 자연스럽게 전달할 수 있는 서신이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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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면 뭐하니?' / 사진 = MBC 영상 캡처

  

 

사실 나는 2003년부터 꽤 오랜 기간 동안 많은 추억과 기록을 싸이월드 미니홈피에 차곡차곡 쌓아뒀다. 앞으로 더 자세히 글을 쓸 기회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 안에 담아둔 수많은 이야기가 나에게는 너무 소중하기 때문에 그만큼 싸이월드도 소중하고 특별하다.

  

그런데 최근 MBC 예능프로그램 '놀면 뭐하니?'에서 싸이월드 BGM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가수와 노래를 소환하는 모습이 방송됐다. 방송에서 추억 속의 가수와 노래가 하나씩 등장할 때마다 내 눈앞에 저절로 펼쳐지는 그때 그 시절이 무척 아련하고 애틋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문득 궁금해졌다.

  

그때 그 시절, 나의 싸이월드에는 과연 어떤 BGM들이 흘렀을까?

 

오래된 기억을 더듬어 사계절을 주제로 나의 싸이월드 BGM을 소개해본다.

 

 

 

봄 :: 박지윤, "봄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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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은 봄눈 되어 하얗게 덮인 거리

겨우내 움을 틔우듯 돋아난 사랑

 

 

"봄눈"은 가수 박지윤이 6년이란 공백을 깨고 싱어송라이터로서 첫 시작을 알린 7집 앨범 [꽃, 다시 첫 번째]에 수록된 곡이다.

  

박지윤 7집은 그녀가 직접 작사/작곡에 참여하고, 사진을 촬영하고, 프로듀싱함으로써 자신이 표현하고 싶었던 음악과 이야기를 고스란히 담아냈다. 또한 이 앨범 자체가 '봄'이라는 컨셉에 맞춰 어쿠스틱한 사운드를 기반으로 제작됐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수록곡 전체에서 봄의 기운을 물씬 느낄 수 있다.

 

특히 "봄눈"은 가수 루시드폴이 작곡한 곡으로, 같은 연도에 발매된 루시드폴의 [레 미제라블(Les miserables)] 앨범에서도 동일한 곡을 들어볼 수 있다. 같은 곡을 피아노와 기타, 여자와 남자 등과 같이 비교해서 들어보는 재미가 있으며 무엇보다 화자가 청자에게 말을 걸듯이 시작하는 도입부가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곡이다.

 

동시에 수줍게 움을 틔운 사랑을 고백하고 떨어지지도, 시들지도 않을 자신의 마음을 조심스럽게 전하는 멜로디와 가사는 마치 하늘에서 떨어지자마자 땅으로 녹아 내리는 "봄눈"의 모습과 닮았다.

 

 

 

여름 :: 이승기, "추억속의 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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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돌아올 수 없는 사랑에

홀로 돌이켜본 추억은 다만 아름답던 사랑뿐



시원하게 부서지는 파도 소리로 시작하는 인트로가 인상적인 이승기의 "추억속의 그대"는 2008년 발매된 [남자가 여자를 사랑할 때 Vol. 2] 앨범에 수록된 곡이다. 이 앨범은 "추억속의 그대"외에도 박효신의 '동경', 윤상의 '이별의 그늘', 조규만의 '다 줄꺼야', JK김동욱의 '미련한 사랑' 등과 같이 남자가수들이 부른 사랑 노래로 구성된 리메이크 앨범이다.

 

기존 가수들과 다르게 이승기만의 감성으로 재해석된 곡들을 듣다 보면 원곡 가수는 잠시 잊힐 만큼 완벽하게 자신의 노래로 소화했음을 느낄 수 있다. 리메이크 앨범이라는 게 자칫 독이 든 성배가 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승기가 보여주는 개성과 섬세함이 놀라울 뿐이다.

 

그중에서도 "추억속의 그대"는 가수 황치훈의 원곡을 리메이크한 곡으로 원곡보다 더욱 리드미컬하고 세련된 편곡이 돋보인다. 특히 다이나믹하고 두툼한 베이스 선율이 이승기의 보컬과 어우러져 좀 더 남성적이고 강렬한 느낌을 준다.

 

물론 가사 어디에도 '바다'나 '여름'에 관한 이야기는 없지만, 노래의 시작부터 뇌리에 박힌 파도 소리와 이승기의 거친 듯 청량한 목소리만으로도 나에겐 이미 최고의 여름 노래였다.

 

 

 

가을 :: 성시경, "Try to Rememb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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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y to remember the kind of September

When life was slow and oh, so mellow

 

   

가을이 되면 생각나는 노래가 있다. 노래의 시작부터 9월을 추억해보라고 외치는 이 노래가 가을에 떠오르는 건 어쩌면 너무 당연할 일인지도 모른다.

 

"Try to Remember"는 뉴욕의 오프 브로드웨이에서 1960년 개막한 뮤지컬 'The Fantasticks'의 히트 넘버로 우아하고 부드러운 왈츠풍이 돋보이는 발라드곡이다. 하지만 내가 이 노래를 처음 알게 된 것은 1999년 '이소라의 프로포즈'에서 중국의 남자배우 여명이 노래하는 모습을 시청하고 나서였다.

 

당시 여명의 순수하고 따뜻한 목소리와 잘 어울리는 노래라고 생각하긴 했지만, 그 이후에 특별히 기억에 남지는 않았었다. 하지만 2003년 가수 성시경이 리메이크한 "Try to Remember"를 듣고 나서 비로소 이 곡의 진가를 알게 되었다. 특히 기타 반주와 어우러지는 성시경 특유의 부드러운 음색과 영어 발음은 어느새 나를 가을의 중심으로 데려다 놓곤 했다.

   

흥미로운 점은 이 곡이 포함된 앨범이 정규 앨범이 아니라, 평소 성시경이 방송에서 즐겨 불러서 많은 사랑을 받았던 곡들을 모아놓은 편집 음반이라는 점이다. 굳이 앨범으로 발매될 만큼 이 노래가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았다는 건 그만큼 그의 목소리와 "Try to Remember"가 더없이 잘 어울린다는 뜻이 아닐까.

 

 

 

겨울 :: Julie London, "Fly me to the m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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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other words, hold my hand

In other words, baby kiss me

 

 

재즈곡 중 가장 대중적이고 대표적인 곡을 꼽으라면 아마 "Fly me to the moon"일 것이다.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였던 바트 워하드(Bart Howard. 1915~2004)가 작곡한 곡으로 지금까지도 많은 이들에게 다시 불리고 사랑받는 명곡이다.


실제로 이 곡을 누가 먼저 불렀는지에 대해서는 정확하지도 않고 확인할 수도 없다고 한다. 하지만 각자가 좋아하는 방식으로 오래도록 불리고 즐겨져 왔다는 자체만으로도 그 매력을 충분히 알 수 있다.


"Fly me to the moon"은 내가 싸이월드에서 처음으로 도토리를 충전해서 구매한 곡이기도 하다. 이 노래를 구매했던 시기가 겨울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그다지 정확하지는 않다. 하지만 싸이월드 BGM 리스트 중 유독 겨울에 많이 걸어두었던 노래임은 틀림없다.

  

한참 음악적 취향을 탐색하던 시기였고, 그 탐색지가 막 재즈로 안착하던 때였기 때문에 주저 없이 이 곡을 선택했었다. 아마 우주와 별을 주제로 한 로맨틱한 가사가 겨울과 제법 어울린다고 생각했던 것도 같다. 그때 나의 겨울은, 이 로맨틱하고 아름다운 노래 덕분에 조금 더 따뜻할 수 있었다. 그래서 앞으로도 "Fly me to the moon"을 듣는 많은 사람들의 겨울이 나처럼 따뜻해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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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은해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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