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전원을 끄고 갖는 나만의 시간 [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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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 주 금요일 갑자기 휴대폰과 아이패드의 전원을 몇 시간 동안 끄고 있었다. 나에게만 집중할 시간이 필요했다. 희한한 일이었다. 사실 대부분의 시간을 혼자서 보내는데 그것과는 다른, 진짜 내 시간을 원했다. 완전한 오프라인의 상태에서 나의 현재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그런 나만이 시간이 필요했다.
휴대폰의 전원을 끈 건 정말 오랜만이었다. 배터리가 3%까지 닳아도 꺼지기 전에 충전했기 때문에 휴대폰의 전원은 거의 항상 켜져 있었다. 노트북이나 컴퓨터는 다 쓰고 나면 전원을 껐다. 하지만 휴대폰은 다음 날 알람을 울려야 하는 중대한 임무를 맡고 있었기에 24시간 매일 켜져 있는 상태였다.
금요일 날 휴대폰 전원을 몇 시간 동안 꺼보기로 했다. 그저 좀 정신 사나웠던 것 같다. 아무도 나를 건드리지 않는데 나를 내버려 두면 좋겠다는 마음이었다. 마음이 난잡하게 흩어져있어 혼자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다. 외부의 자극을 완전히 차단해버리고 싶어서 휴대폰 전원을 그렇게 충동적으로 꺼버렸다.
처음에는 되게 이상하고 낯설었다. 전원이 꺼져있는 동안 급한 연락이 오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렇게 전원을 끄고 있어도 되나 하는 의문과 어색함도 조금 있었다. 하지만 곧 이 잠깐의 단절에 익숙해지면서 점점 편안해졌다.
연락이 닿을 수 없는 완전히 다른 시공간에 날아온 것 같았다. 완벽하게 안전한 공간에 온 것 같은 기분이었다. 나를 건드릴 수 있는 외부 요소를 완전히 차단해놓은 것이나 마찬가지였으니, 내가 당장 해야 하는 일에 온 신경을 집중할 수 있었다. 그렇게 몰입하는 경험은 오랜만이었다.
전원을 꺼보니 그렇게 중요하지도 않은 가벼운 알림들이 내 생각보다도 더 많이 나를 신경 쓰이게 하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휴대폰은 자질구레한 알림이 정말 많았다. 카톡, 광고, 앱 업데이트, 주식정보, 광고성 메시지 등…. 크게 방해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가느다란 실이 이어진 것처럼 은근히 방해가 되고 있었다.
신경 쓸 필요 없는 작은 것까지 신경을 쓰게 된다면 당연히 중요한 것에 집중하기 어렵다. 그렇기에 이렇게 냉정하고 분명하게, 휴대폰과 패드의 전원을 끄고, 내가 내 것에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읽고 있던 김유진 변호사님의 책 <지금은 나만의 시간입니다>에서 비슷한 내용이 담겨 있었다.
p.21/
“하지만 나는 곧 해결책을 찾았다. 매우 간단했다. 눈을 딱 감고 핸드폰을 무음으로 돌려버린 것이다. 그리고 핸드폰을 보이지 않는 곳으로 치워버렸다. 그러자 상대방에게 싫은 내색을 할 필요가 없어졌다. 바로 회신을 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느껴지지 않았다. 타인의 행동을 불편해하는 것은 나 자신이다. 억지로 답장을 보내 선의에서 비롯된 행동을 지적하고 일방적으로 나를 배려해 주길 요구하기보다는 지금 이 순간만큼은 스스로 혼자가 되기를 선택하는 게 더 합리적인 방법이었다. 이 간단한 이치를 깨닫자 마음에 평화가 찾아왔다“
p.30/
“여기까지 읽으면 ”저는 매일 혼자 다니는데요?“라고 반문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이 있다. 나만의 시간을 가진다는 것은 단순히 어떤 공간에 홀로 있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 오늘만큼은 외부의 소음을 잠시 차단하고 스스로에게 시간을 선물해보자.”
완전한 쉼, 완전한 몰입, 완전한 내 시간. 김유진 변호사님이 말한 ‘나만의 시간’을, 나는 스마트폰과 패드의 전원을 끄면서 경험할 수 있었다. 외부와 잠시 단절된 어떤 공간에서, 온전히 나에게 몰두하는 시간은 사납게 흩어져있던 내 정신을 수렴해 주었다.
많은 현대인이 휴대폰을 항상 켜두고 살아간다. 그런 현대인들에게 한번 휴대폰의 전원을 꺼보기를 제안해본다. 회사에 지원하거나, 중요한 전화를 받아야 할 시기가 아니라면 한번 해볼 만한 일이 아닌가. 스마트폰이 없었을 때도 우리는 재밌게 잘 살았다. 몇 시간 동안 스마트폰이 없는 사람처럼 전원을 끄고 ‘나만의 시간’에 빠져보기를 추천한다.
조용히 자신에게 몰입하는 순간이 가져다주는 변화에 대해 더 알고 싶다면, 따뜻하고 솔직하게 적힌 책 <지금은 나만의 시간입니다>를 함께 읽어보기를 권한다.
[이진교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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