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우리 곁에, 판소리! - 힙하게 잇다 조선 판소리

글 입력 2021.12.09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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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범 내려온다” 영상을 소위 대박을 터트리면서 누구나 한 번쯤 이 가락을 들어봤을 것이다. 필자도 이 영상을 접했을 때, 판소리의 위치가 바뀌어 감을 느꼈고 엄청난 인기를 누리고 있다는 사실에 놀랐던 기억이 난다.

 

판소리는 필자에게도 그러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낯선 장르로 인식된다. 판소리를 한국의 예술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우리는 한국인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것보다는 서양의 것에 더 익숙하며, 그러한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이 책은 ‘판소리’라는 장르가 얼마나 우리 곁에 가까이 있는지, 그리고 결코 고리타분한 것이 아님을 설명하고 있다. 책의 전개방식 또한 마치 개인 에세이와 유사하여 판소리가 낯선 사람도 쉽게 읽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덧붙여 판소리가 현대에서도 이질적인 것이 아니며, 지금의 시대에서 충분히 재창작되고 해석될 수 있음을 말하고 있다.

 

 

 

5대 판소리의 재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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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립극장

 

 

5대 판소리에는 <수궁가>, <흥부가>, <춘향가>, <심청가>, <적벽가>가 있다. 저자는 각 판소리를 현대적 관점에서 해석하며 판소리의 매력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수궁가에 대한 작가의 말이다.

 

 

우연히 만난 별주부의 달콤한 제안에 호의호식하며 살고자 수궁으로 들어갔건만 죽음의 위기가 닥치고, 기어코 살아 나왔더니 죽음의 위기가 닥치고, 기어코 살아왔더니 죽음의 위기는 끝이 없더라는 이야기. 우리가 살면서 매일 만나는 ‘존버의 삶’, ‘가슴속에 품고 다니는 사직서’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입니다. 마치 바위를 언덕 위로 굴려올리는 벌을 받은 시지프스처럼 떨어진 돌을 굴려올려놓으면 다시 떨어지고, 또다시 굴려올려야 하는 숙명으로 살아가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고요. 그러기에 위기의 순간마다 재간을 발휘하는 토끼를 보는 것이 우스꽝스러우면서도 한편으로 퍽 슬픈 블랙코미디 같습니다.

 

 

다른 판소리는 현대적으로 재해석된 것을 본 적이 있는데 수궁가가 이렇게 해석된 것은 처음 보아 다른 것에 비해 흥미로웠다. 이런 식으로 우리와 동떨어진 이야기 또는 먼 옛날의 이야기 같지만 ‘고전’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사람들에게 공감과 연민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작품이다.

 

이처럼 고전문학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 판소리는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웃음을 불러일으키거나 공감을 유발할 수 있으며 더 나아가 교훈적인 메시지 또한 전달할 수 있는 것이다.

 

 

 

NO 한(恨) BUT 해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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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서편제>의 한 장면

 

 

보통 판소리 또는 한국의 전통 예술 하면 ‘한’이라는 정서가 떠오른다. 하지만, 이는 일제 시대의 산물이다. 일제는 ‘한’이라는 정서로 한국인의 전통문화를 국한시켜, 다채로운 매력을 발산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물론 한이라는 정서도 우리 문화에 있지만, 이렇게 구슬픈 감정뿐 아니라 해학과 풍자의 정서 또한 있다.

 

저자 또한 “우아하며 숭고하지만 웃음을 잊지 않는 이런 골계미가 복합적으로 드러나는 것이 우리 문화/예술의 정서이자 아름다움이 아닐까”라며 말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5대 판소리의 내용만 떠올려봐도 슬픔의 감정보다는 웃음이 생각난다.

 

 

 

'국악'이라는 말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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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우리는 우리 음악을 '국악'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과연 그 표기가 옳은 것일까? 며칠 전 전통연희에 대해 공부하다가 '국악'이라는 단어 때문에 골치를 겪었던 일이 기억난다. 흔히 국악이라고 하면 판소리와 동일하게만 여겨왔는데 그렇다고 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국악이라는 것은 우리 한국 음악만을 나타내는 말이라고 할 수 없다는 문제점 또한 있다. 국악은 말 그대로 '나라의 음악'이라는 뜻이기 때문이다. 이 맥락에서 판소리가 우리의 유일한 음악이라고 할 수 있느냐라는 문제에 있어서도 그렇다고 대답할 수는 없다.

 

저자 또한 이 문제를 도입부에 다루고 있으며 아직까지 해결되지 않은 문제임을 밝히고 있다.

 

 

민속음악이든, 정악이든 구분이 뚜렷한 음악들을 그냥 국악으로 퉁치기에는 우리가 가진 수많은 개성있는 전통 음악이 한 장르에 모두 담기지 못하는 겁니다. 이것이 복합적이고 다양했던 한국 전통문화를 단순화/축약화했던 일제 치하의 흔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정확히 말하면 그 시기에 수많은 장르명이 탈락되어버린 거지요.

 

 

이 책을 통해 수많은 우리의 음악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런데 '국악'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게 되면서 대표적인 것들만 인식되고 나머지 것들은 인식되지 못하고 있다. 저자가 제기하는 것처럼 한국의 전통음악을 지칭하는 단어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점이 필자에게도 크게 다가왔다.

 

책을 읽으면서 ‘왜 지금까지 한국인임에도 불구하고 판소리가 낯설다고 느꼈을까’를 생각해 보았다. 생각보다  판소리를 이론적으로 접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지금까지 필자는 판소리를 실제로 들은 것이 한두 번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하지만 판소리가 무엇이냐라는 질문에 대답은 할 수 있다. 즉, 현장성이 결여된 이론성만 갖추고 있었던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판소리가 이토록 일상과 가까웠구나를 느끼고 스스로에게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다. 책의 마지막 장을 넘기는 순간, 판소리가 듣고 싶어졌고, 판소리 공연을 보러 가고 싶어졌다.

 

 

[김소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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