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공예가 가진 무한함 : 2021 공예트렌드페어

글 입력 2021.11.27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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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16회를 맞이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공예 축제 2021 공예 트렌드 페어가 지난 11월 19일부터 21일까지 코엑스에 개최되었다. ‘형형색색’이라는 주제로 300여 개의 참가사가 함께하는 공예트렌드페어는 공예의 가치를 발견하고 미래지향적 발전을 통해 공예 문화의 대중화와 산업화를 이끌 전문 박람회이다.

 

이미 필드에서 활동하고 있는 작가나 공방부터 아직 배우고 있는 학생들까지 공예 분야의 전방위적 참여로 누구나 향유할 수 있도록 했고, 이에 따라 전시는 주요 갤러리가 참여하는 ‘아트&헤리티지관’과 스튜디오, 브랜드, 기업, 공방들이 참여하는 ‘브랜드관’ 및 ‘창작공방관’, 학생들의 작품으로 구성된 ‘대학관’, 공진원의 사업 결과물을 선보이는 ‘KCDF 사업관’으로 총 6개 관으로 구성된다.

 

 

“다양한 배경과 연령대의 공예작가들이 만들어내는 다양한 재료, 형태, 기법, 색감을 가진 작품의 향연을 보여주고자 한다.”

 

- 2021 공예트렌드페어 총감독 정구호 디렉터
 


코엑스 C홀은 코로나 발발 전에 갔던 북 페어 이후로는 처음이었다. 꽤 오래된 기억이지만 그때도 입장하자마자 눈앞에 펼쳐진 전시장의 규모에 압도당했던 기억이 있다. 광활하다. 적절한 표현일지 모르지만 나에게 그 전시장은 광활함 그 자체였다. 굳이 코엑스에서 열리는 페어가 아니더라도 언제나 페어에 가면 드는 고민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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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부터 봐야 할까?

 

일반 전시처럼 출입구가 다른 것도, 기승전결의 서사로 이루어진 것도 아닌 개개인이 하나의 기조로 모인 페어에서는 언제나 방향성이 모호하다. 그것이 매력이기도 하지만 코엑스처럼 큰 곳에서는 뒤로 갈수록 힘이 빠지기 때문에 처음 마주하는 작품들이 중요하다. 그것이 페어의 첫인상이 되기 때문이다.

 

무작정 발길이 닿는 대로 들어섰는데, 지금 돌아보면 잘한 결정인 것 같다. 반대쪽으로 갔어도 후회는 없었겠지만 내가 향한 방향에 좀 더 젊은 감성의 부스들이 많아 가벼운 마음으로 들어설 수 있었고, 반대편으로 갈수록 이미 전문 작가로 활동하는 분들의 큰 규모의 전시들이 많았기에 더욱 좋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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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장히 많은 부스들이 있었는데 각자가 가진 개성이 너무도 뚜렷해서 어느 것이 좋다, 별로다 말할 것 없이 그저 취향 차이라고 느꼈다.

 

작품이 가진 감성과 느낌에 따라 부스를 꾸미는 방식도 제각각이었다. 누군가는 깔끔함을 추구하는 반면, 누군가는 자연을 그대로 재현하거나, 무수한 장식들로 공예를 빛내기도 했다.

 

이런 페어의 장점은 작품을 대면하는 것에 더불어 작가들을 만날 수 있다는 점이다. 신기한 작품들을 감상하고 궁금한 점을 묻고, 작가는 작품을 소개하고 관람자들은 경청한다.

 

그 속에서 전해지는 작가들의 노고와 이를 보답하는 반응들이 부딪혀 피어오르는 열기가 큰 코엑스 홀을 가득 메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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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페어들도 많이 가봤지만 공예 페어가 가진 가장 매력적인 점은 세대를 아우른다는 점이었다. 일러스트 페어나 북 페어 등 디자인 페어들을 많이 가봤는데 아무래도 유행에 민감하다 보니 대부분 젊은 작가들로 이루어져 있다. 기성세대라고 한들 MZ 세대로 묶일 수 있거나 아주 조금 벗어난 정도다.

 

공예 페어는 그 세대의 폭이 훨씬 넓었다. 전통을 자랑하는 누가 봐도 오랜 장인의 세월이 느껴지는 부스 옆에 개성이 뚜렷한 요즘 감성을 가진 젊은 작가의 부스가 나란히 있었다.

 

거쳐온 세월의 무게도, 지향하는 가치와 작업 방식도 다를 무수한 이들이 뭉친 까닭은 단 하나, 그들이 사랑하는 공예 덕분이다. 세대의 간극을 무르고 모두가 하나 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었다는 것이 공예가 가진 굉장한 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페어를 통해 얻은 것은 공예에 대한 나의 시선이 코엑스 홀만큼 확장되었다는 점이다. ‘공예’하면 흔히 떠오르는 심상은 아주 정적이고 고요한 것이었다. 도자기와 청자 같은 역사와 장인 정신을 발휘하는 것들로 출발해서 내가 전시장에 들어서기 전, 나의 ‘공예’는 그릇이나 컵 등의 식기류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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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짧은 식견이 얼마나 터무니없었는지 여실히 느꼈던 시간이었다.

 

내가 예상했던 예쁜 생활용품들도 물론 있었지만, 설치 작품으로서 작가들의 말랑말랑한 아이디어들을 모아 굳힌 공예품들에 감탄하기도 했다. 아주 세밀하고 정교한 작업물들은 보는 것만으로도 탄성이 나왔고, 투박한 것은 투박한 대로 그 자체가 가진 제멋대로의 질감과 외형이 재미있었다.

 

또 한 가지 공예의 매력은 내가 관람하는 그 자리에 계속 존재한다는 것이다. 매체의 발전과 다양화에 따라 예술은 화면 너머 가상공간 속으로 멀어지고 있는 요즘, 공예품들은 꿋꿋이 현실 세계에 버티고 있다.

 

내가 보고, 만져보고, 만지면서 나는 소리들을 들을 수 있다는 것은 작품들을 살아 있게 만든다. 깨질까 하는 걱정을 담고 조심스럽게 내민 손가락에 무언가 닿았다는 것이 주는 생생한 쾌감이 있다.

 

코로나로 시각과 촉각의 예술이 억압당했던 시절을 겪은 내게 이 페어는 ‘자유’와도 같았다. 비록 내게 공예는 친숙한 분야는 아니었으나, 내가 사랑하고 좋아했던 예술은 직접 보고, 듣고, 만져보는 것들이다. 그 갈증을 해소해 준 공에 트렌드 페어에 깊은 감사함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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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연령과 작업을 품은 공예는 어떤 관람자든 품을 수 있는 포용성을 가졌다.

 

공예를 좀 아는 사람들은 본인이 배우고, 만들고, 나누던 공예의 매력을 감상하고 좀 더 전문적인 시선으로 순수미술 작품들을 비평할 수도 있고, 공예를 모르더라도 생활 속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그릇이나 컵 같은 생활용품들을 보며 실용성을 판단할 수 있다.

 

이번 박람회에서 나는 공예가 가진 무한한 스펙트럼에 경외심을 갖게 되었고, 쉽게 다가갈 수 있지만 한계가 없어 어려운, 그래서 더 많은 것들을 알고 싶게 되는 공예의 매력에 흠뻑 취해볼 수 있었다.

 

 

[오수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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