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흑인 여성, 패싱(Passing)을 선택하다. [도서]

2021, 패싱
글 입력 2021.11.28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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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싱’은 백인과 유사한 신체적 특징을 지닌 흑인들이 인종 정체성을 숨기고 백인 행세를 하는 것을 뜻한다. 즉 흑인에서 백인의 경계로 진입했다는 단어다.

 

1차 세계 대전 이후 1930년대 미국은 역사상 최대 경제 호황이었다. 기존 가치 규범이 무너지고 흑인들의 목소리가 커지며 표출까지 이어졌다. 이처럼 흑인들의 입지는 기존 과거와 다른 양상들을 보여준다. 흑인 중산층이 증가하고 검은 피부와 가난한 흑인이라는 등식이 깨졌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흰색은 상징적이고 우위를 점위하는 색으로 여겨지는 사회적 증후를 없애기까진 힘들었다.

 

흔히들 흑인과 백인을 구별하는 방법은 피부색으로 결정된다고 알고 있다. 그러나 흑인 사회에서도 백인의 피가 흐르는 흑인들은 백인과 거의 구별되지 않는 피부색을 띠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 누가 인종에 대해서 물어보지 않는 이상 누구나 백인으로 생각될 정도로 색으로 구별할 수 없기에 인종의 특색을 이용해 패싱을 한다고 한다.

 

흑인이지만 백인의 삶 속으로 들어가는 욕망을 펼친 클레어와 똑같은 흑인이지만 태어난 인종의 정체성을 버리지 않고 충성하며 가정의 안정을 유지하고 있는 아이린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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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린은 백인 전용 카페에서 옛 오래된 친구 클레어를 만나게 된다. 흑인이지만 백인 흉내를 내 이득을 누리며 살고 있던 클레어는 그토록 보고 싶었던 아이린을 만나자 반가움을 숨기지 못한다. 그리고선 더 많은 대화를 나누기 위해 아이린을 집에 초대한다. 클레어는 백인 상류층인 존이라는 남자와 결혼을 했다. 결혼 후 원했던 삶의 스케치에 색채까지 입혀 완성을 한 상태였지만 인종을 들킬까봐 걱정되는 옥죄는 마음은 완성된 그림을 편하게 즐길 감상까지 이어주진 못했다.


클레어의 남편 존은 심각한 인종차별주의자였다. 존은 아내인 클레어의 피부색이 점점 까매진다면서 이러다 흑인이 되는 게 아니냐며 도를 넘는 농담을 아이린 앞에서 하게 된다. 이에 아이린은 자신을 배려하지 않는 클레어의 태도를 보며 불쾌함을 감추지 못하고 그녀의 집에서 나온다. 아이린의 시선에서 클레어는 항상 ‘자기만의 방식’이 있었다. 자신이 원하는 것들을 손에 넣어야 직성이 풀리는 클레어는 다른 사람의 감정은 전혀 개의치 않는 뻔뻔한 당돌함이 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그에 반해 아이린은 익숙하고 정다운 것을 지키고 안정감을 주는 삶이야말로 진정한 나로 살아가는 의의에 큰 의미를 두는 여자였다. 그녀 둘은 서로 완벽히 대조되는 삶을 택해 더 이상 접점이 없을 것 같았지만 오래된 친구라는 끈을 아슬아슬하게 잡으며 연락을 하고 지내게 된다.

 

서로의 삶에 갑자기 나타난 이들에겐 미세한 변화의 감지가 일어난다. 아이린에 의해 클레어는 자유분방하게 생활하는 할렘가의 무도회에 계속 찾아와 흑인들과 교류하는 것을 즐기게 된다. 이에 아이린은 그녀가 남편 존에게 들통날 수 있는 상황을 대신 걱정하며 감정이 요동치는 분열을 클레어로 하여금 부여 당한다. 흑인의 정체성을 배반하고 백인의 경계에 과감하게 넘어갔던 클레어의 아찔한 욕망에 경멸을 하고 비난하지만, 한편으론 그녀를 부러워하며 존에게 클레어의 인종이 들통나지 않도록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하며 혼란스러운 감정에 흔들리는 상황을 지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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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pg- 클레어 曰

“있잖아, 난 늘 궁금했어. 더 많은 흑인 여자애들이 왜 절대로 백인 행세를 안 하는지 말이야. 그건 정말 엄청나게 쉬운 일이거든. 그럴 수 있는 유형에 속할 경우 약간의 용기만 있으면 되거든.”

 

 

안정을 1순위로 추구하는 아이린도 때에 맞춰 패싱을 선택해 백인의 혜택을 누리긴 했지만, 삶의 모든 순간을 익숙하고 정다운 것들과 단절된 채 우호적이지 않은 환경에 승부를 걸어야 하는 위태로운 상황을 택할 수는 없었다.

 

사실 패싱을 권유한 클레어도 아이린의 삶을 갈망하긴 마찬가지다. 말은 백인의 우월함을 통해 얻는 풍족함이 많다고 얘기해도 그녀의 몸은 계속 흑인들이 존재하는 할렘가를 오고 싶어 한다. 하나의 소속된 테두리를 택하지 못하고 흑인과 백인이라는 경계에서 이도 저도 아닌 확실함을 가지지 못한 채 인생을 방황한다. 이처럼 패싱은 굉장히 모호하다.

 

사실 삶이라는 궤도 자체가 모호한 것들의 투성이다. 인간이 만든 법체계도 정의롭고 무조건 정답이라고 말할 수 없는 세상에서, 개인이 주장하는 최선의 방법을 감히 어떤 누가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을까. 이는 패싱이라는 단어 안에 어딘가 작고 조용히 내재화되어 있는 소견이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사회가 암묵적으로 제시했던 백인의 우월하다는 분위기를 탓하며 더 개선하려는 의지를 가지고 뿌리부터 뽑기란 역부족이어서 그랬던 것일까. 그래서 본질적인 문제는 눈에서 멀리 날아가 버리고 수많은 선택을 하게 조정되어 있는 한 인간의 선택에 부당함을 비판하는 것으로 취해쳐서 서로를 비난하는 것에 취중 되진 않을까 걱정이 되기도 한다.

 

이처럼 <패싱>은 '클레어의 인생이 맞다.' '아니다 아이린의 인생이 맞다'라고 판단해달라는 소설이 아니다. ‘당신이라면 어떤 삶을 선택하는 게 옳다고 생각하나?’의 단순한 질문을 던져주는 소설과는 저 멀리 떨어져 있다. 결국 이 소설은 이 두 명의 삶은 서로 반대되는 두 명제에 각자가 판단한 합리적 근거를 보여주되, 완벽하고 행복하고 자유로우며 안전한 사람은 없다는 정확한 사실 하나만을 공고한다.

 

작가 넬라 라슨의 책 <패싱>을 원작을 토대로 감독 리베카 홀이 메가폰으로 잡은 영화 <패싱> 또한 함께 보면 좋을 것 같다. 활자에서 그녀들을 그린 표현과 영상에서 그녀들의 입체적인 사실 묘사는 소설 원작이 영화라는 2차 콘텐츠로 만들어질 때 매력이 한층 돋보인다. 또한 소설에서 느낀 전체적인 상황에 자신이 상상했던 그대로 영화에서 그 장면을 찾게 된다면 잊을 수 없는 콘텐츠 감상법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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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우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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