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그냥, 그냥 살아가는 거야 [사람]

글 입력 2021.11.26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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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 보면 한 번씩 삶 자체에 대한 의문이 생긴다. ‘난 왜 사는 걸까, 무엇을 위해.’ 무의식에 나를 살리는 숨결 하나, 심장 박동 하나에 집중하며 의미를 찾는다.


내뱉는 숨은 가볍기만 한데 나를 짓누르는 삶의 무게는 한없이 무겁다. 지나가는 사람들의 표정을 들여다본다. 가족들의 눈을 바라본다. 다들 왜,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 걸까? 어떤 이유로 내일을 계속 그리는 것일까.


그렇게 삶에 대한 끝없는 질문을 부여잡고 삶에 대한 고찰과 회의감에 빠져 있을 즈음, 오랜만에 존경하는 선생님을 뵈었다. 선생님께서는 내 이야기를 묵묵히 들으시곤 ‘그냥 살아가는 거야’라고 하셨다. 태어났으니 사는 거라고. 그러니 이왕 사는 거 행복하게, 후회 없이 살아가자고.

 

내가 원하는 명확한 답은 아니었지만, 체증이 확 풀리는 느낌이 들었다.


그냥. 그냥 살아가는 거야.

 

 

나무.jpg

 

 

그 말을 듣고 길을 걸으며 내리쬐는 햇빛을 쳐다보려 애썼다.

 

눈을 찌푸린 채로 햇살을 있는 그대로 받아먹었다. 따뜻했다. 나무 사이로 삐져나온 햇살에 나뭇잎이 반짝였다. 그날따라 고양이가 많이 살고, 나무와 꽃으로 뒤덮인 아파트 단지가 유난히 예뻐 보였다. 고민에 빠져 지나쳐 온 순간의 풍경은 참 아름다웠고 따스했다.


집에 들어와서는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키고, 블루투스 스피커로 노래를 틀었다. 한적한 오후에 혼자 앉아 멍을 때리는데 나른한 그 기분이 좋았다. 사소한 행복과 시간의 흐름이 삶의 의미보다 더 중요하게 느껴졌다. 살아봤자 얼마나 살아봤다고 의미를 찾고 있었는지.

 

일단은 그 질문은 내려놓고 현재의 내 감정과 상태에 더 집중하기로 했다.

 

 

햇빛.jpg

 

 

오늘은 길을 걷다 과거의 풍취가 감도는 향기를 맡았다.

 

지나간 기억들은 자동으로 미화가 되어 그 자체로 반짝이는 추억으로 남는다. 그냥 살아가던 그때의 일상은 어느 순간 무형의 모습으로 다가와 나를 간지럽힌다. 단편적으로 흘려보낸 과거의 이미지들이 불어올 때의 감정들은 정말 애틋하다.


길을 지나다 문득 어렸을 적 다닌 피아노 학원 냄새, 어린이집 냄새, 고등학교 기숙사 냄새와 비슷한 향취를 맡으면 한없이 좋아서 그 자리에 가만히 서서 킁킁거리곤 한다. 그때엔 일상이었기에 지금 더 소중한 기억과 이미지. 그 안에 담긴 감정들.


비록 조각난 기억일지언정 일관된 감정이 흘러 그 찰나의 순간만이라도 그들 자신의 온전함을 느끼길 바라는 마음. 난 내 인생과 내 존재의 느낌을 더 짙게 간직하고, 그것으로부터 위로를 받고 싶었나 보다.

 

결국 지금의 일상도 그냥 살아가다 보면 나의 과거가 내게 남기는 위로처럼 한 의미가 되지 않을까. 그렇게 내 기억과 추억은 나를 위한, 나만의 위로가 되어 돌고 또 돌 것이다.


 

 

에디터_정다은.jpg

 

 

[정다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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