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네게 비친 나의 상처 - 기미킴 '아킬레스(Achilles)' [미술/전시]

글 입력 2021.11.26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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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킬레스(Achilles)》는 지극히 일상적이지만 사람들이 일상으로 느끼지 못하는 대상에 주목하는 작가 기미킴(gimi Kim)의 첫 번째 개인전이다. 작가는 〈Self-Harm Project〉, 〈About Women〉, 〈Achilles〉라는 세 주제를 통해 소외된 이들의 상처를 들여다보고, 연대와 회복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Self-Harm Proje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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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자해 경험이 있는 스무 명가량의 사람을 만나 인터뷰하고 촬영을 진행했다. 이들은 신체를 훼손하거나, 파괴적인 관계를 맺고, 스스로를 착취하는 일에 동조한다.’

 

- 전시 서문 중

 

 

‘자기 몸을 스스로 다치게 함.’

 

자해의 사전적 의미이다. 우리가 스스로를 다치게 하는 방법은 안타깝게도 아마 수십수백 가지일 것이다. 단적으로 낮에 열심히 무언가를 한 것에 대한 보상심리로 피곤한 걸 알면서도 자지 않는 것 또한 어쩌면 자해의 일종일지 모른다. 그러나 우리는 ‘자해’라는 말을 들으면 보통 물리적 자해만을 떠올린다. 이 프로젝트를 알기 전까지는 나 또한 그랬다.


사회에서는 자해하는 이들을 보는 시선이 썩 곱지 않다. 하지만 앞서 말했다시피 정신적이든 물리적이든 그 빈도가 잦든 드물든 우리는 모두 자신을 해치는 습관을 분명 하나쯤은 가지고 있다. 이는 ‘에이, 내 주변에도 자해하는 사람이 있겠어?’라는 말이 통하지 않음을 뜻한다. 어쩌면 그 사람이 나일지도 모르니까.


 

‘프로젝트의 취지는 자해에 대한 고찰에서 시작됐지만, 마무리가 되어갈 시기에는 고찰을 넘어서 나를 되돌아보는 기회가 되었다.’

 

- 작가 노트 중

 

 

이처럼 〈Self-Harm Project〉는 내가 이 작품들을 보고 '나도 어쩌면 나에게 상처를 주고 있었던 건 아닐까?'라고 생각했던 것처럼 작가 또한 타인으로서 바라본 누군가의 모습이 실은 자신과 다르지 않았음을 느끼지 않았을까 했던 섹션이다.

 

 

 

〈About Wom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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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개인은 여성으로 태어나지 않는다. 여성으로 형성된다.”

 

- 시몬 드 보부아르

 


이 섹션에서 작가는 턱에 쉐이빙 크림을 바르고 면도를 하는 여성, 미용 목적의 다이어트가 아니라 건강을 찾기 위해 운동을 하는 여성 이미지 등을 보여주며 뿌리 깊은 사회적 여성성과 거리를 둔다.


특히 단연 눈에 띄는 작품은 앞서 인용한 시몬 드 보부아르의 새빨간 문장이 쓰인 생리대를 붙이고 정면을 응시하는 인물이 담긴 〈왜 소녀들은 생리대를 숨기는가〉이다.


언제 한 번 드럭 스토어에서 생리대를 구매했더니 보물이라도 든 것 마냥 포장에 포장을 더한 종이봉투를 들고나왔던 경험이 있다. 이때 처음으로 그런 생각을 했다. ‘이걸 이렇게까지 숨길 일인가?’ 이때까지 너무나도 당연히 숨겨야 하는 것인 줄 알고 살았는데, 겹겹이 쌓인 그 포장을 보는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아마 여성들이라면 이 일에 대부분 공감할 테지만, 막상 생리대를 숨기는 이유를 물으면 쉽게 답하지 못할 것이다. 그냥 암묵적으로 그렇게 배웠으니까. 남들도 다 그렇게 하니까. 다른 사람들이 알면 부끄러우니까. 그다지 큰 이유는 없다.


큰 이유가 없기 때문에 ‘이걸 왜 숨겨야 하지?’라는 생각을 한번 하면 왠지 모를 이질감이 조금씩 느껴지기 시작한다. 〈About Women〉은 이처럼 ‘이질감이 드는 여성의 행동’을 보여줌으로써 관람자들이 ‘과연 여성이란 무엇인가?’라는 사유를 할 수 있도록 한다.

 

 

 

〈Achill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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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의 사진이 이후 작업의 원동력이 되었다.”

 

- 기미킴

 

 

이 섹션을 구성하는 작품들은 작가의 아킬레스건과도 같다. 치명적인 약점이면서도 인간의 움직임을 주도하는 것. 이것이 바로 아킬레스건의 역할이다.


우리는 가끔 열등감을 원동력 삼는다는 사람을 보곤 한다. 즉 타인에 비해 뒤처지는 것 같은 내 모습에 빠져드는 것이 아니라 이 약점을 ‘나보다 더 나은 대상’인 그를 뛰어넘는 무기로 사용하는 것이다.


이처럼 작가가 가장 위태로웠던 순간에 찍은 이 필름들은 오히려 그에게 바라보는 것조차 힘들었던 상처를 다시 들여다볼 수 있는 용기를 주었다. 더 나아가 첫 개인전의 제목이자 주제가 되어 많은 관람객의 마음에 위로가 되어준다.


작가는 자신의 상처를 다르게 바라보고, 보듬어주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Achilles〉는 그를 담담히 드러내며 비로소 타인들의 상처도 해소해줄 수 있는 용기가 담긴 섹션 같아 가장 기억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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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소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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