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101%의 어떤 것: 앙상블 더 브릿지 제7회 정기연주회

글 입력 2021.11.20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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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1월 20일은 간만에 중국발 미세먼지가 자욱하게 서울을 뒤덮은 날이었다. 다음주부터는 확연히 겨울 기온으로 떨어지기 때문에 이번 주말에는 올해의 마지막 가을을 조금 더 즐기고 싶었는데 그런 의욕을 전부 꺾는 기상 상태였다. 미세먼지로 가시거리가 충분히 확보되지 않는 걸 19일 금요일에도 느꼈는데 20일 토요일이라고 해서 크게 날씨가 나아지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 만약 평상시 같았다면 집 밖으로 절대 나가지 않고 그냥 가만히 집 안에서 시간을 보냈을 것이다.


평상시 같았다면 하고 가정을 덧붙인 이유는 11월 20일이 아무 일정 없는 토요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20일 14시에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앙상블 더 브릿지의 제7회 정기연주회가 예정되어 있었기 때문에 무조건 밖으로 나서야 했다. 미세먼지는 원하던 바가 아니었지만, 이 음악회는 11월을 버티게 해 준 동력이었기에 기꺼이 집을 나섰다. 1년 동안 앙상블 더 브릿지가 얼마나 더 음악적으로 풍부해졌는지 이번 무대에서 직접 보고 듣고 느껴보고 싶었다.


 



PROGRAM


E. Elgar Serenade for Strings in e minor, Op. 20

I. Allegro piacevole

II. Larghetto

III. Allegretto


F. Mendelssohn Violin Concerto in d minor

Solo Violin 성경주

I. Allegro molto

II. Andante

III. Allegro


INTERMISSION


P. I. Tchaikovsky “Souvenir de Florence” Op. 70

I. Allegro con spirito

II. Adagio cantabile e con moto

III. Allegretto moderato

IV. Allegro vivace

 




오프닝은 예정되었던 대로, 엘가의 현을 위한 세레나데 마단조였다. 앙상블 더 브릿지가 이번 무대에서 연주한 작품 중에서 가장 러닝 타임이 짧은 곡이다. 그러나 이 작품은, 엘가에게 작곡가로서의 명성을 쌓아 종국적으로 그가 준남작의 작위를 수여받는 여정의 출발점에 있는 작품인 만큼 결코 가볍지 않다. 현을 위한 세레나데 마단조는 엘가의 초창기 작품인 만큼 작곡가의 참신함이 녹아있는 동시에 후기 작품들에 담긴 성숙함도 엿볼 수 있는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엘가의 작품을 연주하기 위해 바이올리니스트 문지원, 김소정, 옥자인, 김서진 정민지, 권그림, 임누리, 변예진이 나섰다. 비올라 연주자로는 이신규, 조재현, 유지숙, 노원빈이 나섰고 첼리스트 장우리, 조현지, 조연우와 함께 콘트라베이시스트 조재복까지 무대에 올랐다. 인원이 많은 만큼 다른 실내악 무대에 비해 연주자들이 무대로 나오는 시간도 조금은 소요되었던 듯하다. 그렇게 무대 위로 나선 열여섯 현악 연주자의 손끝에서 드디어 엘가의 작품이 연주되었다.


공연 전에 혼자서 이 작품을 들어보았을 때에도 유려하다고 느꼈지만 역시나, 홀에서 들으니 더더욱 부드럽고 아름다운 작품이었다. 엘가가 아내에게 선물한 작품이라는 배경 때문에 더욱 그렇게 느꼈던 것 같다. 집에서 음악을 들을 때에는 1악장이 특히 마음에 들었는데, 현장에서 실연되는 음악을 들으니 1악장도 좋지만 생각보다도 2악장이 더 아름다웠다. 정교한 선율 속에서 감출 수 없는 감동이 밀려왔다. 3악장에서 1악장의 주제가 재현되는 것은 현장에서 들어도 짜릿했다. 피날레 특유의 화려함은 없지만 부드러운 끝맺음으로 가득한 엘가의 3악장은 무언의 사랑이 그려지는 듯했다. 아름다운 연주였다.


*


첫 곡이 끝나고, 두 번째 무대에서는 비올리스트와 첼리스트가 각각 한 명씩 빠졌다. 두 번째 무대인 멘델스존의 바이올린 협주곡 라단조에서는 열네 명의 연주자들이 현악 오케스트라로 자리잡고, 솔리스트로 예술감독이자 현재 교수인 바이올리니스트 성경주가 무대에 올랐다. 멘델스존의 바이올린 협주곡으로서 이 작품이 흔하게 연주되지는 않으니까 정말 탁월한 선곡이었다고 생각한다. 다만 한 가지 아쉬움이 있다면 프로그램 북에는 바이올린 협주곡 라단조, 이번 무대에서 연주되는 이 작품이 아니라 멘델스존의 바이올린 협주곡으로 가장 널리 연주되고 있는 마단조 작품에 대한 해설이 들어가 있었다는 점이다. 기획사 측에서 준비하는 과정에 착오가 있었던 듯하다.


그러나 연주에는 전혀 아쉬움이 없었다. 바이올리니스트 성경주가 솔리스트로서 무게감을 잡고 확실하게 분위기를 형성해 나갔다. 원래 도입부에서는 솔리스트가 같이 연주하지 않는데, 바이올리니스트 성경주는 함께 1바이올린의 선율을 연주하며 시작했다. 1악장 알레그로 몰토에서는 특히 솔리스트가 끊임없이 아르페지오를 연주하는 기교가 여러번 반복된다. 바이올리니스트 성경주의 손끝도 끊임없이 바이올린의 넥을 두드렸다. 계속해서 일렁이는 게 마치 그 손끝이 춤추고 있는 것 같이 느껴졌다.


1악장에서 솔리스트의 기교가 두드러졌다면 2악장에서는 안단테로 서정적인 면을 부각시켜 보여주었다. 특히 완전한 독주 대목에서 바이올리니스트 성경주가 보여준 완급조절과 뜨거운 표현력은 그야말로 인상적이었다. 본인의 독주를 이어나가는 동시에 오케스트라와 함께 호흡해야 하기에 끊임없이 1바이올린과 첼로 쪽과 교감하는 모습이 보였다. 그래서인지 한 호흡으로 정말 아름다운 멘델스존의 낭만을 생생하게 전해주는 2악장이었다.


멘델스존의 바이올린 협주곡 라단조는 1악장에서는 기교를, 2악장에서는 서정성을 보여준다면 3악장에서는 이를 한꺼번에 보여준다. 솔리스트 성경주가 도입부부터 익살스럽고 재치있는 선율을 시작하는데, 여기서 발전되어 나타나는 3악장의 카덴차는 기교와 열정이 가득하다. 격정적으로 선보여야 하는 기교와 다이나믹한 감정의 변화는 그야말로 화려하다. 여기서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이를 안정감 있게 전해주는 바이올리니스트 성경주 덕분에, 피날레가 화룡점정이었다. 그 완벽한 앙상블에 객석에서 브라보가 터져나왔다. 1악장에서도 100% 좋았는데, 바이올리니스트 성경주의 합류로 앙상블 더 브릿지의 연주가 101%가 된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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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곡과 두 번째 곡에서 바이올리니스트 성경주의 무게감과 존재감이 얼마나 큰 지를 느끼고 나니, 마지막 곡에도 그가 나와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인터미션 동안 머릿속에 가득했다. 차이코프스키의 피렌체의 추억은 이번 정기연주회 무대에서 가장 대곡이기 때문에, 그가 이 장엄하고 강렬한 곡 속에서 무게감을 가지고 분위기를 형성해 가야 할 것 같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아마도 이렇게 생각할 관객이 있을 것이라는 걸 앙상블 더 브릿지는 예측한 게 분명하다. 마지막 곡의 무대에 바이올리니스트 성경주가 수석 바이올린 주자로 나섰기 때문이다.


차이코프스키의 피렌체의 추억은 강강강강으로 이어지는 작품이다. 물론 연주되는 와중에 셈여림이 단 한 번도 약으로 바뀌지 않는 건 아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각 악장 속에 녹아들어 있는 정서는 강렬하다. 러시아적인 비장함과 격렬함이 선율 곳곳에서 묻어난다. 이를 더욱 극대화하여 전달하고자 했는지, 앙상블 더 브릿지는 이 작품을 현악6중주가 아니라 현악 오케스트라로 전해주었다. 첫 곡을 연주했던 연주자들에 더하여 첼리스트 이성빈과 수석 주자 성경주의 합류로 총 열여덟 명의 연주자들이 무대를 꾸몄다.


피렌체의 느낌을 찾기는 어려울 정도로 강렬한 러시아적 낭만이 순식간에 홀을 감쌌다. 바이올리니스트 성경주는 솔리스트였던 때와는 또 다른 존재감으로 앙상블에 녹아들어서 무게감을 잡아주었다. 비장하고 화려한 1악장을 지나 2악장에서는 다소 부드러운 듯하기도 하다. 왜냐하면 1바이올린을 제외한 모든 파트가 피치카토로 연주하는 대목이 있기 떄문이다. 그러나 이는 극적인 리듬으로 다시금 변모하며 다시금 강렬한 분위기로 전환된다. 3악장 역시 스케르초악장답지만 강렬한 무언가가 여전히 느껴졌다. 피날레에서는 차이코프스키표 푸가토를 들으며 이 복잡하고 조화로운 선율이 수없이 얽히고 섥히는 아름다움에 두 손을 다 들어버렸다. 빠른 템포 속에 묻어나는 강렬함과 함께 대곡의 여정이 마무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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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본 무대가 끝나자 객석에서 뜨거운 박수가 쏟아졌다. 2부가 온전히 차이코프스키의 놀라운 작품 한 곡에 할애되어 있었고 앙상블 더 브릿지 역시 이 작품을 열연한 만큼, 관객들의 몰입도가 높았기 때문에 크게 호응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에 화답하여 앙상블 더 브릿지는 앵콜로 엘가의 '사랑의 인사'를 연주해 주었다. 이번 연주회의 첫 곡이 엘가의 작품이었다는 점에서도, 그리고 엘가의 작품 이후 두 곡이 모두 강렬하고 열정적인 작품들이었다는 점을 고려해서도 완벽한 앵콜곡이었다. 휘몰아치는 격정 속에서 마지막에 다시금 부드럽게 이완시키는 아름다운 선율은 언제나 옳은 법이니까.


2016년 12월에 창단하여 이제 곧 만 5년을 채우는 앙상블 더 브릿지는 이번 7회 정기연주회를 통해 낭만의 격정을 전해주었다. 기교와 드라마 그 어느 것 하나 놓치지 않고 풍성하고 생동감 넘치게 전해준 덕분에, 음악당을 나서는 순간에도 그 충만한 감성이 여전히 마음 속에 뜨겁게 자리하고 있었다.


세상에 100%를 넘어서는 101%의 어떤 것이 있다면, 그것은 오늘 앙상블 더 브릿지가 보여준 뜨거운 음악같은 것이리라는 생각이 든다. 좋다는 만족감을 넘어 더 말할 나위가 없는 만족감을 느낀 음악적 순간이었다. 그들이 추후 보여줄 또 다른 무대들이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석미화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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