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겨울 냄새가 난다. [영화]

글 입력 2021.11.13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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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 중에 겨울의 내음이 섞여 있다. 창가에 서서 숨을 깊게 들이쉰다. 우리는 때로 계절의 온도와는 상관없이 그 순간의 분위기로 계절을 기억한다. 청량한 여름, 따뜻한 겨울과 같이.

 

여름의 더위보다 민소매에 반바지 입고 시원한 과일을 아삭아삭 깨물어 대고, 물과 바다와 파란 것들을 찾아 여행을 떠나는 우리를 기억하는 것이다. 겨울의 추위보다 폭닥폭닥한 옷을 껴입고 서로의 온기를 나누는, 여기저기 붕어빵, 군밤, 호떡, 어묵 등 따뜻한 간식을 한 손에 쥔 채 따뜻한 김 폴폴 풍기는 그 모습을 기억하는 것이다.

 

나는 그렇게 기억해둔 나의 따뜻한 겨울을 사랑한다. 담요로 몸을 돌돌 싸매고 핫초코 한 잔을 손에 쥔 채 하얀 눈이 내리는 모습을 지켜보던 그 날의 분위기와 크리스마스 트리, 꼬마전구로 둘린 거리, 캐롤과 짤랑짤랑 종소리가 들리는 차갑지만 따뜻한 풍경이 소중하다.


나의 사랑하는 겨울, 이 계절을 더 즐겁고 포근하게 보내기 위해서 옆에 끼고 보는 음악과 영화가 있다. 오늘은 이 중 내 겨울이 담겨있는 영화를 소개하고자 한다.

 

 

 

1. 리틀포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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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도심에서의 생활을 내려두고 고향으로 돌아온 혜원은 소꿉친구인 재하와 은숙을 만난다.

 

평범한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어 하는 이 세 청년은 자연이 주는 순한 위로와 함께 사계절을 보낸다. 직접 키운 농작물로 매 끼니를 만들어 먹으면서 한 해를 거슬러 고향에 돌아왔던 겨울을 다시 맞이한다.


리틀포레스트는 겨울에서 시작하여 겨울로 끝을 맺는다. 1년간 자신이 직접 키운 농작물로 배를 채우고 마음을 채운 혜원을 보며 똑같은 겨울임에도 그 온도가 다름을 느꼈다. 추웠던 겨울을 돌고 돌아 자연의 순한 온기를 입은 혜원이의 새로운 겨울은 참 따뜻했다.

 

또 밤 조림, 배춧국, 수제비 등 그 날의 온도와 기분에 따라 척척 음식을 만들어 먹는 모습을 바라보는 재미도 크다.

 

 


2. 소공녀


 

추운 겨울날, 절대 포기할 수 없는 두 가지 담배와 위스키를 위해 집을 포기하는 미소는 대학 시절 함께 했던 친구들에게 찾아간다. 과거에 그들은 모두 미소의 도움을 받은 적이 있지만, ‘그깟’ 담배와 위스키가 뭐라고 정처 없이 떠도는 미소의 생활을 불쌍히 여기고 끝에는 비난하기 바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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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만 없는 미소와 ‘집’만 있는 사람들. 각자의 삶과 무게, 인생의 가치. 우리의 것은 어디쯤 있을까?


내 마음속 집은 무엇으로 채워져 있을까. 위스키 한 잔만 있으면 충분한 미소의 삶은 누구보다 행복해 보였다. 하지만 겨울이 지날수록 미소를 지탱하던 소중한 것들이 떠나가고 하나, 둘 세어버리는 미소의 하얀 머리칼이 ‘그럴 순 없어’라고 말해온다.

 

눈이 내리는 날, 붉은 조명의 바에 앉아 미소를 짓던 미소는 지금 어디에서 무엇을 바라보며 서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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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윤희에게


 

편지 한 통으로 시작된 가슴 뛰는 여행.

 

윤희는 딸 ‘새봄’과 첫사랑의 기억을 가슴에 품고 눈이 쏟아지는 오타루로 향한다. 쌓여있는 눈 만큼 오랜 시간 잊고 지낸 그리움을 마주하고, 새로운 삶에 대한 희망을 얻는다. 나도 내가 부끄럽지 않았으면 좋겠어. 그래, 우리는 잘못한 게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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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사랑도 사랑이고, 저런 사랑도 사랑이라며 포근한 눈처럼 덮어주는 영화.

 

오랫동안 하지 못한 말, 나도 네 꿈을 꿔. ‘사랑은 나이, 국경, 성별 등 모든 장벽을 뛰어넘는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는 임대형 감독의 연출 의도처럼 세상이 인정하지 못한 사랑은 언젠가 반드시 피어난다.

 

 

 

4. 나니아 연대기 - 사자, 마녀 그리고 옷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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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장을 열면 다른 세계가 펼쳐진다? 먼 친척 집에 맡겨진 아이들은 숨바꼭질 놀이를 하다가 마법의 옷장에 들어가게 된다. 그리고 눈 앞에 펼쳐진 눈의 세계, 나니아.  마녀의 마법으로 인해 겨울이 계속되고 있는 나니아에 들어간 아이들은 위대한 사자 아슬란과 함께 나니아를 구하기 위한 모험을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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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판타지? 하면 바로 생각 영화! 나니아 연대기. 특히 1탄은 겨울 내음이 한 가득 담겨 있다. 옷장 속에서 갑자기 눈이 후드득 떨어지고, 그 안에 보이는 눈 덮인 산의 모습은 다시 봐도 환상적이다.

 

또 겨울만 되면 하얀 마녀가 건네어 준 눈처럼 하얀 터키 젤리가 먹고 싶어지는데, 어른용 동화를 찾고 계셨다면 바로 이 영화를 보시길 바란다. 새하얀 화면 속 동화 같은 겨울의 분위기를 전해주는 아이들의 여정을 보며 동심으로 돌아가는 경험을 할 수 있다.

 

*

 

소개해 드린 4편의 영화처럼 계절을 더 깊고 건강하게 즐길 수 있도록 하는 여러 예술작품이 있다. 제철 음식이 있듯이 제철의 예술 작품 또한 꼭꼭 잘 챙겨 먹으며 지내는 것은 분명 일상을 살아가는 힘을 줄 것이다.

 

다가오는 겨울, 몸과 마음 모두 아프지 않고 즐겁게 보낼 수 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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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다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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