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무대 위 여러 가지 방식으로 표현되는 경계 - 연극 보더라인

글 입력 2021.11.13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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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레지덴츠테아터와 한국의 크리에이티브 VaQi, 그리고 프로듀서그룹 도트가 공동제작한 연극 <보더라인>은 통독 이후 독일 사회의 모습, 한국의 분단 현실, 그리고 난민 이슈를 통해 ‘경계(보더라인)’에 대한 감각을 확장한다. 북한을 탈출해 남한에 온 사람, 정치/환경적 이유로 난민이 되어 타국에 온 사람 등, 물리적/정치적/사회문화적/심리적 경계를 넘어 새로운 사회에 들어와 타자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통해 ‘경계’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공연이다.

 

“보더라인(border line)”의 정확한 의미는 두 가지 성격 조건 사이의 경계, 두 개 사이의 경계선을 의미한다. 즉, 어느 한 쪽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두 개의 것에 ‘걸쳐’ 있는 것이다. 이것이 정체성으로 확장되면, 하나의 정체성이 아닌 두 개의 정체성을 가지고 있어 그 사이에서 계속해서 왔다 갔다 하며 방황하고 있는 상황을 의미하게 된다. 이러한 측면에서 본 공연은 탈북민(새터민)과 동독인의 모습을 통해 이 경계선에 발을 딛고 서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그린다.


극은 (영상에서) 한 남자가 3.8선 앞에서 분필로 경계선을 따라 바닥으로 하나의 경계선을 따라 선을 그리면서 시작된다. 그 남자는 막대기에 분필을 묶어 분필로 땅에 선을 그으며 임진강을 건너 서울 종로까지 오고, 그리고 마침내 공연이 이루어지는 공연장의 무대까지 들어온다. 무대에 들어와서는 원을 두 번 정도 그리고 유유히 퇴장한다. 그 경계선이 그려지고 소현은 그 경계선을 빠르게 뛰며 회전한다. 이는 탈북민인 소현이 누군가 그어 놓은 경계선 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쳇바퀴 같은 삶을 살고 있는 존재임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1. 민족 간의 경계


 

독일과 한국의 공통점은 ‘분단’이라는 아픔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독일은 통일되었지만, 갑작스럽게 이루어진 통일에 의해 서독과 동독 사이의 차별과 경멸이 심했고, ‘오시(Ossi)’, ‘웨시(Wessi)’라는 단어가 생겼다. 한국은 아직까지도 분단국가이며 우리는 탈북민에 대해 색안경을 끼고 있다.

 

탈북민이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동독인도 자신의 이야기를 한다. 그들이 공통적으로 말하는 것은 단 하나.

 

 

“내가 어디에 속해 있는지 모르겠어요. 내가 살아가는 곳에서 나를 생각하면 나는 남한/독일 사람인데, 가족이나 과거를 회상하면 나는 북한/동독 사람이에요.”

 

 

이 대사가 그들이 경계선에 서 있는 존재이며, 그 때문에 두 개의 정체성을 계속해서 오간다는 것을 명백하게 보여준다.

 

탈북민과 동독인이 느끼는 경계선은 난민이 느끼는 경계선으로 연결된다. 개인적으로 이 부분의 전환(흐름)을 따라가기 힘들었다. 개인적으로 한국에서 느끼는 탈북민과 난민에 대한 개념은 꽤 차이가 있고, 독일이 통일된 만큼 동독인을 과연 ‘난민’이라는 카테고리 안에 넣을 수 있는가라는 범주화의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북한은 현재는 다른 나라로 인식되지만, 분명 우리와 같은 민족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그들을 ‘난민’이라고 보지 않는다. 우리에게 ‘난민’은 제3세계에서 온 사람들로 대개 인식된다. 그만큼 갑자기 난민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 의아했다. 물론, 난민의 일반적인 의미는 생활이 곤궁한 국민, 전쟁이나 천재지변으로 곤궁에 빠진 이재민을 말하긴 하지만 말이다.

 

 

 

2.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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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와 콘솔의 경계가 없었다. 무대 위에 콘솔이 설치되면서 콘솔이 관객에게 그대로 노출되었다. 그리고 배우(소현)가 등장하는데 암전 되지 않았다. 배우는 등장해서 계속 무엇인가를 설치한다. 빔 프로젝터, 그리고 카메라, 텐트를 말이다. 그 시간 동안 암전 되지 않으며 관객은 그저 그녀의 행동을 지켜볼 뿐이다.

 

그 순간 왜 미리 무대 세팅을 하지 않고, 굳이 공연이 시작한 후에 하는 것일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그리고 내린 답은 이것이다. 빔 프로젝터는 무대 위에 존재하는 배우가 아닌 다른 배우들이 영상으로 등장하고, 독일에 있는 배우가 등장한다. 바로 독일과 한국이 연결되는 그 시간을 무대 위에서 표현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빔 프로젝터를 통해 독일에 있는 배우가 무대라는 공간에 존재하게 되고, 한국인 배우들과 계속해서 이야기를 나누며 자신의 이야기를 하기 때문이다.

 

즉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연결이다. 동시에 무대 위에 유일하게 직접적으로 등장하는 소현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계속해서 넘나들며 그 경계에 있다. 그녀는 자신의 이야기를 할 때 그냥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카메라 앞에 앉아서 이야기하며, 그것은 동시에 이전에 설치된 빔 프로젝터를 통해 관객에게 보여진다. 즉, 배우가 관객을 보고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카메라를 보고 이야기를 하고 관객은 2차적으로 배우를 보게 된다.

 

 

 

3. 다큐와 연극의 경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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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공연은 프로젝터를 사용하면서 고전적인 무대 법칙을 완전히 파괴한다. 그리고 그 영상 안에서 배우들이 각자 자신의 이야기를 하기 때문에 연극을 보고 있는 것인지 다큐멘터리를 보고 있는 것인지 관객으로 하여금 의문스럽게 한다. 또한, 촬영 기법 또한 드라마/영화보다는 다큐멘터리에 가깝다. 배우들이 영상 속에서 부분적으로 연기를 하고는 있지만, 이 또한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연기적인 측면일 뿐 정통적인 연기라고 보기에는 어렵다.

 

하지만, 마지막에 탈북민으로서 자신의 역할을 하던 배우가 실은 탈북민이 아니라 그냥 한국인 배우라는 것이 밝혀진다. 이때 관객은 충격을 받는다. 자신의 이야기를 하던 배우가 실은 그렇게 연기한 것에 불과한 것이었다. 이때, 다큐와 연극의 경계는 무엇인가라는 생각이 든다. 다큐는 ‘사실’이고 연극은 ‘허구’이다. 절대 섞일 수 없을 것 같은 두 속성이 섞이고 곧 연극이 연극다울 수 있게 해주는 특징에 대한 경계선에 대한 반성이 이루어진다.

 

 

 

4. 언어의 경계 : 독어와 한국어


 

무대 위에 등장하는 한국 배우는 독일인 친구들과 대화하기 위해 독일어를 배운다. A(아), B(베), C(체) 등으로 시작하여 간단한 안부 인사 및 자기소개까지 한다. 그리고 한국 배우가 말하는 모든 문장은 독어로 번역되고, 독일 배우가 말하는 모든 문장은 한국어로 번역된다. 두 개의 언어가 말해지면서 이 두 언어 간의 왔다 갔다 함이 존재하고, 관객이 두 언어를 번갈아 듣는 경계에 서 있게 된다.

 

하지만, 독어와 한국어 간의 번역이 썩 매끄럽지 않았다. 심지어 오역이라고 생각될 만한 부분도 있었다. 이러한 매끄럽지 못함이 의도된 것인지 그렇지 않은 것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의도에 의한 작업이라는 가정 하에 생각해 본다면, 경계선 위에 서 있는 사람이 자신의 모국어와 자신이 이주해온 땅의 언어 사이에 서 있는 불완전한 상태에 있음을 나타낸다고 할 수 있다.

 

*

 

본 공연의 소재였던 ‘난민’뿐 아니라 무대 위의 여러 장치들과 실험적인 시도를 통해 다양한 ‘경계’를 표현하려 했던 점은 인상적이다. 하지만, ‘경계’라는 소재에 조금 더 중점을 두었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개인적으로 ‘경계’에 대한 논의를 난민에만 초점을 맞춘 것이 아쉽다. 난민이 아니어도 우리는 매 순간 경계선에 있다고 할 수 있지 않은가? 경계라는 말은 어찌 보면 ‘구분 짓기’라는 단어와도 자연스럽게 연결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인간은 끊임없이 무엇인가를 구분하며 살아간다. 우리는 자신과 타인을 구분하며, 어떤 물체와 다른 물체를 구분한다. 인간이 ‘인식’을 한다는 것은 어떤 것과 어떤 것을 구분한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계속해서 무엇인가가 된다. 그만큼 우리는 ‘경계’에서 벗어날 수 없는 존재이기도 하다.

 

 

[김소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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