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순간의 빛 [미술/전시]

메리 코스: 빛을 담은 회화
글 입력 2021.11.12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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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반짝하다. ‘작은 빛이 잇따라 잠깐씩 조금 세게 빛났다가 사라졌다가 하는 상태’라는 뜻이다. ‘반짝거림’은 특정한 색도, 모습도 없으나 단조로운 일상 속에서 우리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하지만 반짝거리지 않는 상태의 빛은 어떨까? 사실 빛은 시신경을 자극하여 물체를 볼 수 있게 하는 일종의 전자기파다.

 

우리는 항상 빛 속에 있지만 평소에는 인식하지 못하다가 주로 빛이 ‘반짝’할 때 ‘아, 빛이 있구나’라고 인지한다. 단조로운 일상 속에서 반짝이는 자극을 찾는 삶에 익숙한 사람에게 《메리 코스: 빛을 담은 회화》는 세상엔 다양한 형태의 자극이 존재하며, 그것을 개인이 어떤 시각으로 인식하느냐 하는 문제를 깨닫게 해준다.

 

회화에서 ‘빛’을 주인공으로 삼기 위한 작가의 노력을 담은 이번 전시는 관람자의 시선과 인식에 따라 다르게 보이는 화면을 통해 주관성과 빛을 재료로써 탐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입사한 광원을 그대로 되돌려 보내는 유리 마이크로스피어, 점토, 라이트 박스 등 다양한 방법을 사용한 대형 작품을 감상할 수 있어 빛의 존재를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다. 또 평면적이지 않은 작품의 표면은 전시실의 빛을 다양한 각도로 굴절시키고 반사시켜 작품이 위치한 환경에 대해서도 인식하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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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인 회화 전시와 달랐던 것은 작품의 표현 방식이다. ‘빛’이라는 동일한 주제 안에서 표현방식에 지속적으로 변화를 주며 작업을 이어 나가면 감상자가 받아들이기 쉽고 다양한 재밌는 것들을 발견할 수 있다. 작가는 초기에 흰색만 사용하여 작품을 제작하다 1973년부터 <검은 빛 시리즈>를 제작한다.

 

사실 검은 어둠은 빛을 소재로 삼는 작가에게 필연적으로 관심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다만 이를 검은 ‘빛’으로 만들어 낸 것이 작품 감상의 요점이었다. 작가는 검은 색 아크릴 물감에 아크릴 조각과 아주 작은 유리구슬인 유리 마이크로스피어를 혼합해 캔버스를 채색함으로써 빛을 흡수함과 동시에 반짝이는 표면을 만들어 냈다. 이를 통해 빛과 어둠은 공존할 수밖에 없음을 생각해 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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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1989년부터 검은색과 삼원색을 활용한 <아치 시리즈>가 제작된다. 검은색은 건조하게 채색함으로써 흡수하는 이미지를, 빨강색은 유리 마이크로 스피어를 섞어 반짝이게 표현함으로써 발산하는 듯한 이미지를 주어 관람객의 시선을 아치 안쪽으로 유도한다. 작품에 동일하게 주어지는 빛을 표현 기법에 차이를 둠으로써 특정 방향으로 유도할 수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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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작품을 완성하는 것은 보는 이의 인식이다. <검은 빛 시리즈>, <아치 시리즈> 모두 커다란 캔버스 앞을 천천히 움직이다 보면 아크릴 조각이나 유리 마이크로스피어로 인해 빛이 다양한 방향으로 흩어져 위치와 방향에 따라 새로운 느낌을 얻을 수 있다.

 

이러한 작가의 시도들이 같은 주제를 지루하지 않게 즐길 수 있는 좋은 방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 “예술은 벽에 걸려있는 작품이 아니라 관람자의 인식”이라는 작가의 말도 저절로 이해하게 된다. 관람객의 위치, 그리고 인식에 따라 작품이 다르게 보임을 직관적으로 나타냄으로써 관람객의 ‘주관성’을 강조하는 것이다.

 

예술작품의 복제가 얼마든지 가능한 시대에 원본은 어느 정도의 가치를 가지는가에 대한 고민이 꾸준히 있었다. 그리고 이번 전시를 통해 완벽한 복제 기술도 해낼 수 없는 것을 발견했다. 바로 ‘일회성’이다. 특정 장소에 있는 작품이 주는 ‘지금, 여기’라는 경험은 어떠한 복제기술도 구현해내지 못한다. 작가는 ‘빛’이라는 자극을 주관적으로 인식하는 개인에 집중하여 하나의 구체적인 경험을 선사한다. 복사본을 만든다 하더라도 결코 원본에 도달할 수 없도록 작품의 핵심을 거대한 크기와 소재에 두었다.

 

작품은 디지털 화면이 아닌 전시장에서 직접 마주해야 함을 일깨워 준 것이다. 이를 통해 어떠한 작품이든 해당 작품에서 얻어지는 ‘주관적’인 ‘경험’이 있으며 이를 인식하고 각자의 삶에 적용시키게 돕는 것이 예술의 역할이라는 생각이 든다. 《메리 코스: 빛을 담은 회화》는 2022년 2월 20일까지 계속된다. 예술을 통한 직관적인 경험과 일상 속에서 빛을 새롭게 경험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신유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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