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세상의 수많은 이지안에게 - 나의 아저씨 [드라마/예능]

가슴 깊이 와 닿는 나의 아저씨의 대사들
글 입력 2021.11.11 2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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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를 그리 즐겨보지 않는 나에게 몇 안 되는 인생작이 있다. 특히 요즘 날씨처럼 찬바람이 불어오면 잊지 않고 생각나는 쓸쓸하지만 따뜻한 드라마, 바로 아이유와 이선균이 출연했던 tvN 방영 드라마 <나의 아저씨>이다.

 

이 드라마가 가장 기억에 남는 이유는 마음 한구석을 자극하면서도 진한 여운을 남기는 대사들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또한 드라마에 등장하는 인물들도 주변을 돌아보면 존재할 것 같은 지극히 평범한 이웃의 모습이자 평범한 나의 모습을 연상시킨다.

 

드라마 ‘나의 아저씨’에서 보여주는 특별함 없이 고단한 삶을 견뎌내고 있는 일상들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한껏 위안으로 다가오기 때문에, 지금까지도 많은 이들에게 인생 드라마로 회자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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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이선균이 맡은 역인 ‘박동훈’은 대기업에 다니며 남부러운 것이 없어 보이지만, 드라마 내내 웃는 모습을 잘 찾아볼 수 없다. 똑같이 반복되는 일상에 그저 살기 위해 살아가는 것에 지나지 않았다.

 

마찬가지로 아이유가 맡은 ‘이지안’이라는 인물도 드라마 내내 거의 낯빛이 회색빛으로 덧칠된 것 같은 표정만 짓고 있을 뿐이었다. 그래서 이 드라마를 아직 보지 않은 사람들은 분위기가 음울하다며 보기를 꺼리기도 한다.

 

그러나 나는 이 드라마를 보고 난 뒤 평범한 일상에 감사했고, 나를 위해주는 평범한 사람들에게 고마움을 다시 느끼게 되었다. 아래의 몇 가지 대사들만 보아도 이 드라마를 꼭 봐야 할 이유가 생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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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내 과거를 잊고 싶어 하는 만큼 다른 사람의 과거도 잊어주려고 하는 게 인간 아닙니까?”

 

“회사는 기계가 다는 데입니까? 인간이 다니는 데입니다!”

 

 

이지안의 어두운 과거를 들춰내 회사에서 쫓아내려 하자 박동훈 부장이 받아친 대사이다. 누구나 지우고 싶은 과거가 있고, 들키고 싶지 않은 기억이 존재한다. 생각해보면 다른 사람의 과거를 본인 아닌 어떤 누군가의 입에서 들었던 적이 많았던 것 같다.

 

내가 잊고 싶은 기억들은 누군가의 입에 의해서 재생 버튼이 눌러지고 만다. 과거의 자물쇠를 채우기 위해 무던히 세월은 흐르고 있지만, 그 세월이 무색하게 상처는 다른 누군가에 의해 덧나고 결국에 상처는 두껍게 퇴적되고야 만다.

 

이 대사처럼 내가 내 과거를 잊고 싶어 하는 만큼 다른 사람의 과거도 잊어주는 것이 인간인데, 어쩌면 기계만도 못한 사회 안에서 인류애를 잃어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회의감이 들었다. 그런 점에서 그간 스스로를 돌아보면, 나도 아직 허우대만 어른의 모습을 한 아이에 불과할 뿐이었다.

   

 
“네가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이면 남들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해. 네가 심각하게 받아들이면 남들도 심각하게 생각하고. 모든 일이 그래. 항상 네가 먼저야. 옛날 일 아무것도 아니야. 네가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하면 아무것도 아니야.”
 

 

박동훈은 어두운 과거를 가진 스물한 살 이지안에게 이렇게 말한다. 그까짓 과거, 네가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하면 아무것도 아닌 일이 된다고.

 

하지만 그게 말처럼 정말 쉽지 않은 일이란 걸 잘 안다. 이 말을 전했던 박동훈도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하기에는 버거운 일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마치 자신에게 하는 말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삶은 모두가 누군가에 의해 숨기고 싶었던 과거가 들통 나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연습을 하고, 다른 누구도 아닌 내가 우선이 되는 삶을 연습하는 것의 연속인 것 같다. 그러다 보면 남이 하는 말들은 진정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이는 날이 오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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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좋은 인연이다. 귀한 인연이고. 가만히 보면 모든 인연이 다 신기하고 귀해. 갚아야 돼. 행복하게 살아. 그게 갚는 거야.”
 

 

이 대사가 가슴 깊이 와 닿는 이유는 실제로 내가 인연이 소중하다고 느껴서일 것이다. 그냥 옷깃을 스쳐 갈 인연이 될 뻔했을지도, 세상에서 서로의 존재를 모르고 살아갔을지도 모름에도, 지금 내 옆에는 그런 사람들이 소중한 인연이 되었다는 게 정말 이 대사처럼 신기하고도 귀한 일이다. 오늘도 내가 힘들 때 누군가 따뜻한 말 한마디를 건네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에 감사한 마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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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가끔 평범함이 곧 행복이라는 것을 망각하고는 한다. 더 높이 올라가기를 바라고, 인간의 욕심에 지배당하기도 하면서 평범한 행복의 끈을 놓치고서야 후회할 때도 많다. 성공하고자 하는 욕심이 절대 나쁜 것은 아니지만, 성공이 곧 행복을 가져다줄 것이라는 식이 반드시 성립되지 않을 때도 있다는 것을 꼭 명심해야 한다.

 

삶의 성공 요소가 꼭 명예, 돈과 같은 물질적인 것이 다가 아닐 때가 많다. 나를 반겨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 힘들 때 털어놓을 사람이 있다는 것. 내일을 또 한 번 살아가는 용기를 가진 사람이라는 것. 이것들이 삶의 행복 그 자체라는 것을 잊지 말자.

 

글 몇 자로 이 드라마의 모든 것을 담아내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반복되는 일상과 힘겨운 삶을 견뎌내고 있는 수많은 이지안에게 이 드라마를 꼭 추천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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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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