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K-Pop은 나를 끊임없이 공부하게 만든다 [음악]

K-Pop 백만배 즐기기:아는 만큼 보인다
글 입력 2021.11.09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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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서부터였던가 K-Pop의 매력에 흠뻑 빠졌다. 후크송이 한창일 때에는 또래의 유행을 따라갈 겸 적당히 즐겼다. 애써 노력해서 받아들이지 않아도 귀에 박히는 반복되는 ‘텔미텔미’ ‘지지지지 베이베베베’ ‘링딩동 링딩동’의 중독성을 이겨낼 수 없었다. 귀가 어쩔 수 없이 굴복했다는 사실을 제외하면 그렇게까지 매력적으로 다가오지는 않았다.

 

소녀시절엔 멋진 오빠들에게 열광하기보다는 수줍게 동경했다. 고등학교 진학 후 처음으로 좋아한 아이돌의 앨범을 사고, 그 앨범의 전곡을 듣고, 종종 브이앱을 챙겨본 기억은 있으나, 오래 가진 않았다.

 

K팝 세계는 화려한 외모와 뛰어난 재능을 가진 이들의 짧은 4분짜리 ‘그사세’라고 생각했는데, 좀 더 시간이 흐른 후 모든 콘텐츠마다 묻어있는 치밀하고 기획력을 알아본 이후로 나도 모르게 누구보다 열광하고 있었다. 제대로 즐기려면 공부까지 수반되어야 하는 정교한 세계라는 사실을 사람들은 얼마나 알고 있을까. 내가 매료된 K-Pop의 요소들을 예시를 들어가며 K-Pop을 향유하는 많은 방법들을 소개해보려 한다. 세부적인 ‘음악적인’ 요소부터, ‘비음악적인’ 요소들까지 싹 다.

 


0. 프로모부터 철저하게

 

그들의 콘셉트를 암시하는 사진과 영상이 하나씩 뜰 수록, 미궁 속의 퍼즐이 하나씩 맞춰져 가는 과정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최근 제일 감탄한 NCT 127의 STICKER 활동 당시 프로모션.

 

 

 

 

탄탄한 스토리라인과 그에 걸맞은 사진, 영상까지. 펜들은 때로는 감칠맛 나게, 조금씩 나오는 콘텐츠에 애타기도 하고, 때로는 쏟아지는 콘텐츠에 허우적거리기도 한다. 두근거림은 K-POP의 팬이라면 누구나 가질 수 있는 특권이다.

 

 

1. 음악 그 자체

 

K-Pop은 굉장히 정교하게 짜인 음악이다. 대중들의 귀를 짧은 시간 내에 빠르게 사로잡아야 하기 때문에, 그동안 노련하게 쌓아온 기획자들의 노하우를 쏟아부어 남다른 퀄리티의 음악을 다량으로 쏟아낸다. 음악성과 중독성, 모두 놓치지 않는다. 전 세계 유행을 발 빠르게 따라가고, 한 스타일에 국한되지 않는다.


아무렴 대중적이지 않으면 어떨까. 그들만의 색깔이 짙은 음악 세계에 마니아층을 형성한다. 하나의 앨범은 그들의 메시지를 전체적으로 아우르며, 앨범을 트랙 순서대로 들으며 찾는 유기성도 느낄수록 좋다.

 

 

 

 

한 편의 동화를 읽은 듯한 느낌을 주었던 강승윤 1집 앨범 의 타이틀곡 아이야. 뮤직비디오가 앨범의 요약본같다.

 


2. 스토리라인 - 세계관에 매료된 이야기

 

대부분의 아이돌에겐 그들만의 ‘세계관’이 존재한다. 요즈음 아이돌은 세계관 싸움이라는 말도 있다. SM 엔터테인먼트의 신인 걸그룹 에스파는 노래에 본인들의 세계관이 담긴 곡들로 활동해 그들만의 정체성을 형성하고 있다.

 

 

 

 

아이유의 [시간의 바깥] 또한 8년 전 활동곡 [너랑 나]에 대한 답장이고, 뮤직비디오에도 이어지는 서사가 나타난다.

 

 

 


  


또한 깊이 있는 철학이 앨범에 녹아들어 가기도 한다. 방탄소년단의 앨범에는 칼 융의 심리학이 담겼다. 아이돌 앨범에 꽤나 심오한 메시지가 담겨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놀라웠고, 실제로 방탄소년단의 궁극적인 메시지를 깊게 이해하고 싶어서 융의 저서를 읽는 것을 시도한 적이 있다. 방대한 양에 얼마 안 가 굴복해 버렸지만. 그러나 그들 덕분에 칼 융이라는 심리학자도 알게 되었고, 그의 사상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다름 아닌 K팝 아이돌이라는 사실은 짚고 넘어갈 만하다.

 

 



3. 패션

 

K팝을 완성하는 중요한 비주얼 요소에 코디를 빼놓을 수 없다. 패션은 아이돌과 그들이 표현하려는 바를 더욱 극대화시켜주는 효과적인 시각적 요소이고, 그들이 무대에서 입고 나온 의상으로부터 비롯된 스타일은 전국적으로 유행을 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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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급스러운 코디가 눈길을 끌었던 로제의 [On the Ground]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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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니의 [SOLO] 활동 스타일링. 차세대 패셔니스타로 떠오르고 있는 그녀의 매력을 십분 발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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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가장 강한 임팩트를 주었던 패션은 f(x)의 첫 사랑니 활동에서의 테니스 스커트이다. 8년이 지난 지금 봐도 전혀 촌스럽지 않은 스타일링이다. SM 엔터테인먼트의 세련됨은 시간이 지나면서 빛을 발하고 재평가되는 경우가 많다. 물론 그 당시에도 팬들 사이에서 화자 됐던 세련 그 자체의 콘셉트이었지만.

 

 

4. 뮤직비디오 및 앨범

 

시각적인 효과와 곳곳에 배치된 아이템에 어떤 메타포가 숨어있을지는 보면 볼수록, 알고 있는 것이 많을수록 보인다. 직관적인 표현을 통해 쉽게 발견할 수도 있지만, 고전 미술과 표현법에 대한 깊은 배경지식이 있어야만 의미를 파악할 수 있는 작품도 존재한다. 4분이라는 짧은 시간 속에도 기승전결이 살아있는, 뚜렷하고 탄탄한 스토리라인을 읽어보자.

 

 

 

 

에스파의 [Savage] 뮤직비디오에서는 눈길을 끄는 애니메이션 효과가 삽입되어있고, 그들의 부캐인 ae가 함께 나와 안무를 함께 맞추기도 한다.

 

 

 

 

온앤오프의 [Complete] 뮤직비디오 촬영엔 라라랜드의 촬영감독이 참여했다. 영상미가 참 좋다.



5. 자체 컨텐츠, 리액션, 무대

 

음원과 무대를 듣는 맛은 따로 있기 마련이다. 듣는 음악과 보는 음악은 받아들이는 주요 감각이 다른 만큼 그로 인해 파생되는 느낌 또한 꽤나 많은 차이를 보인다. 짧은 4분 동안 아티스트는 곡의 주인공이 되어 짧고 강렬한 연기를 선보인다. 시시때때로 바뀌는 표정 연기도, 무대마다 바뀌는 제스처를 확인하며 팬들은 열광한다.

 

같은 노래, 같은 춤도 멤버들의 각기 다른 성격과 해석 방식 등에 따라 다르게 표현되는 포인트를 인식해보자. 멤버별로 같은 춤 다른 춤선을 보기 위해 그룹의 무대에 더불어 1인 직캠을 멤버 별로 모두 보는 것도 요즘 시대에서는 필수이다.

 

 

 

같은 춤 다른 느낌의 엔시티드림 지성-해찬의 Boom 직캠

 

 

6. 무대 이외 자체 컨텐츠

 

요즘에는 아티스트의 활동기 콘셉트에 맞는 자체 콘텐츠를 내보인다. NCT 127의  [Favorite] 활동에서의 Vampire House, [Punch] 활동에서의 Late Night Punch Show 등 곡의 콘셉트와 제목을 활용한 자체 콘텐츠는 팬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인상 깊게 본 레드벨벳 아이린&슬기의 유닛 활동 자체 콘텐츠 그림자놀이

 

 

아티스트의 브이로그, 녹음 촬영, 그리고 이제는 아이돌 팬들의 필수 시청 요소가 되어버린 [문명특급]까지. 이밖에도 콘텐츠가 넘쳐나는 시대인 만큼 한 활동에 챙겨볼 것들도 넘쳐난다. 덕질도 부지런해야 할 수 있는 바쁜 현대사회이다. 뿐만 아니다. 컴백 직전 이루어지는 카운트 다운 라이브에서 곡에 대한 대략적인 설명과 멤버들이 조금씩 흘려주는 스포일러를 통해 기대를 상기시키고, 뮤직 비디오 및 음악 방송 비하인드를 통해 활동이 끝나도 여운을 이어간다. 4분가량 정도 되는 한 곡에 즐겨야 할 거리가 이렇게 산더미다.

 

단순히 음악으로 승부 보는 시대는 지나갔다. 하나의 활동곡으로도 여러 번 음미할 수 있다. 엔터 산업이 점점 커져가는 시점에서, 앞으로 즐길 수 있는 콘텐츠는 더더욱 늘어날 것이다. 아티스트를 사랑하는 마음을 유감없이 발휘할 수 있는 시대이다.

 

이렇게 나는 K-Pop음악을 진심으로, 깊게 즐긴다. 한번 파면 끝장을 보고 완벽하게 알아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 때문인 것 같기도 하다. 친구들과 다 함께 K팝을 즐길 수 있었던 소녀 시절을 지나 20대의 중턱을 넘어가고 있는 지금에서야 더욱 잘 즐기게 된 건, 본격적인 깊이 있는 공부를 접하게 되는 대학 생활을 충분히 겪은 후여서인 것 같기도 하다.

 

아는 만큼 보인다. 스스로 아직은 새파랗게 어린 나이라고 생각하지만 나이를 먹어가면서 더욱 뼈저리게 느끼는 바이다. 오히려 어렸을 땐 스스로를 똑똑하다 생각했는데, 깊은 공부를 할수록, 나의 무지를 깨닫고 발 빠르게 공부하는 중이다. 폭넓은 독서, 매일 아침마다 꾸준히 하는 뉴스레터 확인, 분야를 막론한 다양한 경험 등 넓은 세상을 조금이나마 더 깊게 이해할 수 있도록 내가 할 수 있는 방안부터 차근차근 실천 중이다. 아직 나는 부족하고, 최대한 많이 알고 싶다.


K-Pop도 마찬가지이다. 무엇 하나 허투루 기획 및 제작된 것이 없는 무수한 콘텐츠들에 담긴 수많은 유기적인 비유를 언젠가는 설명 없이 직관적으로 이해하고 싶다. 패션과 음악을 공부하면서 세련된 감각을 유지하고 싶고, 미학과 철학을 공부하면서 뮤직비디오와 앨범에 담긴 서사와 메타포를 빨리 직관적으로 받아들이고 싶다. K팝은 나를 끊임없이 공부하게 만든다. 여러 분야의 공부가 짧은 시간 안에 눈에 보이는 결과로 돌아오지는 않지만, 작은 것들이 쌓여 지성의 힘을 발휘할 것이라 믿는다. 다음 콘텐츠를 즐길 땐 해석을 보기 전에 머릿속 전구가 빨리 켜졌으면 좋겠다. 오늘도 나는 덕질을 위해 끊임없이 공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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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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