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그리고 글쓰기 [문화 전반]

글 입력 2021.11.01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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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부터 시작한 글쓰기는, 벌써 10월의 마지막에 다다르고, 11월의 시작을 맞이한다. 시간이 빠르게 지나갔다.


이번 글은 아트인사이트의 마지막 글이다. 아쉬우면서도 나 스스로가 대견하다. 가끔 마감을 지키지 못한 순간도 있었지만, 그래도 끝까지 해냈음에 뿌듯하다. 나만의 무언가가 생겼다. 마지막의 지점에서, 지금까지의 글을 정리하는 최종 글과, 나라는 사람에 대해 작성해보려 한다.


나는 참 많이 흔들리는 사람이다. 자신을 가만히 두지 못하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겠다. 불안함을 느낀다고 단순히 이야기하기에는 부족하다. 불안함을 찾고, 이를 넘어 만들어서까지 불안하려 한다. 그래야 내가 살아있는 느낌이랄까. 불안해야 어디선가 안정감을 느낀다.


당연한 말일 수 있는데, 항상 불안하기만 하면 나아지는 게 없었다. 강조하고 싶은 말은, 생각을 그대로 두는 일과 생각을 글로 마주하는 일은 다르다는 것. 생각에서 멈춰버리면 그 생각에 갇혀 맴돌 수밖에 없다. 그런데 그 생각을 글로 마주하면 다르다. 그 걱정스러웠던 생각은 지루해진다. 지루해진다는 것은 이제 그 생각을 멈출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죽고 싶다는 생각이나 내 머릿속에서 맴돌던 인생의 의미에 대해서 이제 멈추게 됐다.

 

 

현재가 모여 과거를 만들었으며, 앞으로의 미래를 만들 것이다. 선택으로 가득 찬 삶을 직선으로만 생각하기에는 절대적으로 단조롭다. 아마도 유연한 곡선이 무수히 그려질 텐데, 당연히 슬픈 순간도 있고, 행복이 가득한 순간이 있을 것이다. 현재 이 순간의 그래프가 어디이든 현재에 집중한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각자가 집중하기로 한 과정들이 모여 삶을 이룬다. 다채롭게 변하다가 결국 은 모두 변하지 않는 것에 다다른다.


그 이후는 누구도 모르니 삶의 과정인 현재를 살아가기로 한다. 지금, 이 순간에 끝을 바라보며 죽음을 인정하는 것은 결코 슬픈 일은 아니다. 내 유한함을 알기에 현재를 살아가는 힘이 생기는 것이다.


이제는 의미를 찾는 일을 그만두고 이 질문에서 나 자신을 풀어주는 시도만으로 다음 단계로 나아갈 힘을 지니게 됐다. 의미를 찾지 않으니 머리가 한결 상쾌해졌다. 이제는 살아가야 할 이유를 나에게 묻지 않는다. 그러니 내면에 있던 해보고 싶은 일이 저 깊숙한 곳에서 손을 흔들었고, 이 순간에 무엇에 더 집중해야 하는지 깨달았다.


언젠가부터 죽음에 대한 질문으로 실존의 나를 해치곤 했다. 이를 그만둠으로써 나는 앞으로 충분히 살아가는 힘이 생겼다.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아트인사이트 공동저자 프로젝트 ‘우리의 존재만으로 충분하다’에 실린 글의 일부이다. 이제는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오히려 지겹다고 해야 할까. 그냥 그런 의미 없는 질문은 그만두기로 했다. 그리고 지금은 그런 생각이 들 때, 작게 웃고 넘어간다. ‘나 또 이 생각하네’하면서, 가볍게 말이다.


이 생각이 나를 얼마나 괴롭혔는지는 몰라도, 몇 권의 책과 내 생각을 담아낸 솔직한 글은 이 생각을 그만두게 했다. 쓸데없는 질문이 멈추니, 다른 생각들이 들곤 하지만, 적어도 의미 없는 질문은 아니다. 내가 더 집중해야 하는 것을 질문하고 있다. 괴롭지 않다.


처음에는 한 글자, 한 글자 적기 괴로웠을 적도 있었지만, 지금은 글로서 나를 마주 보고 있다. 어느새 나를 살게 해주는 힘이 되었다. 나를 솔직하게 비출 수 있는 몇 글자. 그래서 글로써 이야기를 읽고, 적는다. 앞으로 계속되지 않을까.


*


그리고 하나 더 결심한, 아주 조금 더 좋은 사람이 되기로 한 것.

 

 

돌이켜 보니 난 기분에 휩싸여 내가 우선인 적이 많았다. 보통의 사람일지는 모르지만, 좋은 사람은 아니었다. 그래서 더 나아지기로 했다. 내가 어떤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다짐 역시 좋은 사람이 되는 것.


“인간은 무엇에서건 배운다. 그러니 문학을 통해서도 배울 것이다. 그러나 인간은 무엇보다도 자기 자신에게서 가장 결정적으로 배우고, 자신의 실패와 오류와 과오로부터 가장 처절하게 배운다.”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 중에서


그래서 배우는 것. 그러니 내가 하는 일은, 우리가 생각해보지 못했던 이야기를 듣기로 결심하는 것. 그래서 문학을 접하고 있다. 내가 좀 더 좋은 사람이 되도록 말이다.


이전 글, ‘아주 조금 더 좋은 사람’ 중

 

 

며칠 전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며, 내가 좋은 사람이 되어야겠구나라고 결심한 일이 있었다. 친구가 옛날에 힘들던 일을 말했다. 이 친구는 너무 좋은 사람이었는데, 이런 상처가 있었구나. 내가 먼저 손을 내밀어줄걸.


여러 생각이 들었지만, 10년이 된 일을 이 순간에 와서 꺼낸 친구가 안쓰러운 마음이 컸다. 그냥 얼마나 힘들었을까, 하는 이 마음. 내가 한 사람의 상처는 온전히 알 수는 없기에, 헤아리지 못해서 아쉬운 마음. 그리고 나한테 먼저 말해줘서 고마운 마음. 다 합치니 복합적인 이 감정.


그래서 장문으로 보냈다. 그냥 고맙고 미안하고, 넌 참 좋은 사람이라는 글, 그리고 얼른 얼굴 보자는 말과 함께 말이다. 며칠 전의 내가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지금 와서 친구에게 보낸 글을 마주하니 철저한 미완성의 글이다. 그때의 한계에서 그 친구에게 최대한의 위로를 보냈다. 아직은 부족한 내 한계이니, 다음 한계는 조금 더 나아지기 위해 오늘도 한 권의 책과 몇 글자를 남긴다.


그저 누군가에게 따듯한 말 한마디를 전하기 위해서라도 글쓰기는 필요하다. 이 작은 이유 하나만으로도 충분하다. 그냥 좋은 사람이 되기로 했다. 그렇게 배우고, 이 마음이 커져서, 다른 이들의 마음을 충분히 알고, 목소리를 내기 힘든 이에게 도움을 주기로. 그러니 조금 더 좋은 사람이 되면 좋겠다.


앞으로의 글쓰기 역시, 작은 이야기를 실어 낼 예정이다. 더 좋은 사람에 다가가기. 그리고 작은 이야기들을 실어내기. 욕심을 부리자면 작은 이야기들을 만들어 보기. 소박하면서도 꽤 어려운 목표로 설정했다. 이 정도의 마음으로 오늘도 몇 글자를 작성하는 것이다. 그리고 다음은 더 높은 마음으로 작성하기. 나 그리고 우리, 이 정도면 된 거 아닐까.

 

 

[임민경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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