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집의 진정한 의미와 가치, 하-하-하-하우스 [전시]

하-하-하-하우스 Ha-Ha-Ha-Haus
글 입력 2021.11.02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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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을 마무리해야 할 시기가 다가오는 요즘, 올해는 어떻게 지냈었는지 생각해 보았다. 코로나19 팬데믹은 모두를 멈추게 했다. 나는 자주 쓰던 다이어리를 내려놓고, 학교를 쉬고, 계획했던 여행을 취소하고, 기대했던 작업을 미뤄야 했다. 거의 2년이 지났어도 익숙해지지 않고 자유롭지 못한 것은 여전하다. 위드 코로나, 거리 두기 완화 등 사회적으로 규제가 풀리는 느낌이지만, 마음은 여전히 불편하다.

 

다만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도 나는 다른 것에 대한 소중함을 발견했다. 이적의 <당연한 것들> 노래 가사를 보면,

 

 

우리가 살아왔던 평범한 나날들이 다
얼마나 소중한지 알아버렸죠

 

 

당연하지만 당연한 것들이 아니었다. 일상이 멈추면서 그래도 가장 좋았던 것은 사소한 일들에도 감사한 것이었다. 이러한 생각이 얼마나 중요하냐면, 불행하다고만 여겼던 상황을 그나마 조금의 긍정으로 해소시키기 때문이다. 가치가 있는 삶을 살아가는 듯해 위안이 된다.

 

요즘의 행복은 호수가 보이는 카페에 앉아 브런치를 먹으며 필름 카메라로 그 모습을 담고, 소화를 시키기 위해 높지 않은 언덕을 산책하는 것이다. 이러한 일상을 소중한 가족과 함께해 더욱 의미가 있다. 한순간 놓치고 있었을 이러한 평범한 날들이 더더욱 소중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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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하-하우스>는 일상의 소중함을 깨닫고 있는 이 시기에 기획된 전시로, 가족을 둘러싼 집이 가진 진정한 의미를 담았다. 최근 우리의 일상을 바꾼 코로나19의 확산과 장기화는 개인의 취약성을 이끌어냈고, 삶의 지속과 사회 유지를 위해 공동체가 함께 돌봄에 대해 논의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했다.

 

웃음소리와 한탄이 섞인 듯한 ‘하-’와 공동체의 공간의 의미를 담은 ‘하우스’의 전시명은 독립된 삶과 가족 사이의 돌봄의 진정한 의미가 무엇일지 궁금하게 한다. 평범하고 단순한 날들일지라도 함께하는 가족의 소중함과 따스함을 느낄 수 있는 전시이다.

 

어쩌면 놓치고 있었을 가까운 행복과 온기를 통해 집의 진정한 의미와 가치를 고민해 보고자 한다.

 

 

 

김희라 Heera Kim


 

김희라 작가는 생활과 밀착된 실제 옷과 사물을 이용해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내어 고정된 시각을 뒤집는 기발한 설치 작업을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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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라, <양복 한 벌, 드레스>, 2018

 

 

<양복 한 벌, 드레스>는 생활과 밀착된 실제 옷을 통해 작가가 문득 들었던 생각, 우연한 경험을 새로운 이미지로 내비친 작품이다.

 

무엇보다 미술관이라는 공간에서 벗어나 누군가의 집 안 풍경을 떠올리게 만들어 익숙하고 친근한 분위기를 자아낸 것이 인상적이다. 이미 만들어진 옷들을 자르거나 재배치하며 받았을 작가의 감정은 우리에게 고정된 사고를 바꿀 수 있는 기발함을 던져준다.

 

이외에 운동기구에 걸쳐진 옷들, 뒤집힌 양말 등 재치 있는 작품들을 통해 여기가 미술관이 맞는지 의심이 들 정도였다. 사소한 우리의 일상도 예술의 한 면이 될 수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가끔 찾아오는 무의미한 순간의 즐거움과 번뜩이는 아이디어들은 작업의 연장선

 

 

 

윤진초 & 알렉산더 루스 Jincho Yoon & Alexander Ruth


 

윤진초 & 알렉산더 루스 부부 작가는 퀼트 인형, 누빔 이불 등의 패브릭 소재를 이용해 고대부터 이어온 모성 신화와 설화를 동화적인 이미지로 풀어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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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진초 & 알렉산더 루스, <마더베어 프로젝트>, 2020

 

 

<마더베어 프로젝트>는 윤진초와 알렉산더 루스가 2020년부터 모성과 가족 이야기를 담은 작업이다.

 

실제 한국의 웅녀, 즉 곰을 인류의 어머니로 여기어 영감을 얻은 것이 향토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설치 작품들은 패브릭 소재를 이용해 포근한 이미지로 그려졌는데, 다채로운 색깔과 더불어 독특한 작품명이 굉장히 귀엽고 재미있었다.

 

이들의 곰은 아빠와 아이까지 가족 구성원 모두에 대한 애정으로 확장되어 ‘집’이라는 의미를 다시금 생각해 볼 수 있게 한다.

 

 

 

정문경 Munkyung Chung


 

정문경 작가는 쓰임의 흔적이 남아있는 일상 물건을 낯선 이미지로 바꾸어 개인과 공동체의 의미에 대해 재조명하는 설치 작업을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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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문경, <창백한 유령>, 2018

  

 

<창백한 유령>은 각기 다른 채도의 레이스 커튼과 LED 조명, 사운드 스피커, 쟁반으로 표현되었다.

 

우리에게 익숙한 커튼이라는 오브제를 통해, 오랜 시간을 함께해 온 사물이 결국 개인적인 기억을 불러일으키며 서로를 연결해 주는 매개체가 되어준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다시 말해, 일상 속 가족이 당연하다고 여기는 대상들에 의문을 제기하는 작가의 태도가 드러난다.

 

아침에 일어나 당연하게 커튼을 걷고 빨래를 개지만 중요한 대상이라고 인식하지는 않는다. 다만 작품의 오브제로서 마주하니 낯설게만 느껴졌다. 이렇듯 일상에 놓인 익숙한 물건들로 낯선 경험을 제공하는 작품은 우리의 삶과 사회를 연결하여 예민하게 통찰할 태도의 필요성을 전달한다.

 

 

 

조영주 Youngjoo Cho


 

조영주 작가는 돌봄을 수행하면서 느끼게 되는 여러 감각적인 부분과 복합적인 관계 맺기를 퍼포먼스와 영상을 통해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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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주, <입술 위의 깃털>, 2020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인 <입술 위의 깃털>이다. 개인적으로 생생한 긴장감을 조성하는 퍼포먼스 작업을 매우 좋아한다. <입술 위의 깃털>은 자신과 타인 간에 불가피하게 생기는 복합적인 관계 맺기를 신체적 접촉, 숨결 소리 등 복합적인 행위로 표현했다.

 

4명의 행위자들을 보면서, 부드러움과 긴장감을 동시에 느낄 수 있었다. 애정을 갈구하거나, 틀에서 벗어나려고 하거나, 환경 속의 불안한 감정, 결국 놓아주어야 하는 누군가를 표현한 감각적인 움직임이 매우 강렬하고 인상적이었다.

 

작가는 이를 통해 돌봄의 행위에서 오는 복잡하고 다양한 감정 상태를 드러내고자 했다고 말한다. 특히 돌봄에 집중하여 흩어졌던 자신의 존재를 다시 찾으려 했다는 것이다. 이는 어떠한 틀에 매여져 있어 조명되지 않았던 누군가의 삶을 다시금 생각해 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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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보면 우리의 자유와 독립된 삶은 모든 일을 혼자 하며 타인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거나, 고립되어 살고 싶어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었다. 진정한 자유의 의미란, 타인으로부터 간섭받지 않을 자유와 일정한 거리 유지이며 개인에게 주어진 가치 있는 삶의 원동력인 것이다.

 

다만 역설적으로 개인의 취약성이 부각되는 상황에 놓일 수도 있다.

 

<하-하-하-하우스>는 이러한 현상을 두고 삶의 지속과 사회 유지를 위해 가족 공동체가 어떻게 서로를 보살피고 지지할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한다. 어쩌면 당연시했을 가족이 당연하지가 않음을 확인한다면 생소한 감정을 느끼게 될 것이다. 또한 가족 공동체를 넘어서, 사회 공동체 안에서의 진정한 돌봄의 의미와 가치를 함께 고민할 수 있는 환경이 점차 확장될 수 있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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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희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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