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능동적인 관객이 되는 길

글 입력 2021.11.02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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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영향 때문인지 무언가의 관객이 되는 일이 드물었다. 어릴 때부터 공연을 굉장히 좋아하여 정말 다양한 공연을 관람하였는데 요즘은 공연 시장도 침체기에 접어들었고, 원체 나 자신이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을 조심하게 되어 더더욱 가는 일이 줄어들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여가 생활도 집에서 해결하는 것에 익숙해졌다. 코로나 시대 이후 활성화된 온라인 공연을 통해 집에서 공연을 관람하고, 영화도 영화관에서 답답한 마스크를 끼고 보느니 집에서 편안하게 음식과 함께 즐기는 것을 더 좋아하게 되었다. 이러한 방구석 문화생활의 장점에 이미 몸과 마음이 편해진 것이다.


사실 관람에 대한 환경이 달라졌을 뿐, 작품을 대하는 태도는 달라진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방구석 관람객인 나를 좋은 관객이라 할 수 있을까?


이러한 비대면 문화생활에 익숙해진 작년부터, 항상 예전과 달라진 점이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왔었다. 달라진 환경을 제외하고 다른 것이라면 딱 한 가지가 있었는데, 바로 내 마음속에 있는 무언가였다. 공연을, 영화를, 또는 어떠한 무언가를 내 것으로 만들 만큼 즐기지 못했다. 한 단어로 표현할 수는 없지만, 비슷한 단어를 굳이 뽑자면 ‘열정’이 예전만 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내린 결론은 나에게 좋은 관객이란 ‘열정 있는 관객’이다. 이와 관련한 나의 첫 깨달음은 고등학생 시절로 돌아간다.


당시 나는 홍대 인근의 여러 라이브 클럽을 돌아다니며 밴드 활동을 했었다. 당시 했던 보통의 공연들은 대게 2시간의 러닝타임을 30분씩 네 팀이 나누어 진행하는 방식이었는데, 대부분의 팀들이 첫 번째와 마지막 순서를 기피했던 기억이 난다.


공연의 시작과 끝을 책임져야 한다는 부담감도 있었지만, 가장 큰 이유는 관객이 가장 적기 때문이다. 첫 번째 팀이 공연을 할 때는 관객들이 하나둘 입장하기 시작할 때이고, 마지막 팀의 순서에는 하나둘 자리를 뜨기 시작한다. 그래서 ‘무대 경험이 가장 적은 팀, 실력이 가장 좋은 팀, 인기가 가장 많은 팀, 비주류 장르를 하는 팀’ 이러한 순서대로 팀 순서를 정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물론 공평하게 제비뽑기를 통해 순서를 정하는 일도 많았다.


그런데 공연장에 있다 보면, 마지막 팀의 관객들이 가장 열정 넘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들은 정말 공연이 좋아 끝까지 남아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이 관객들은 공연과 하나가 되려 하고, 그렇게 스테이지와 관객석이 하나가 되는 장면들을 연출해낸다.


열정 있는 관객의 다른 말은 능동적인 관객이다. ‘나도 이런 관객이 되어야겠다.’라고 다짐했던 때가 있는데, 바로 ‘오픈 마이크’ 공연을 할 때였다. 오픈 마이크란 누구나 오를 수 있는 무대라는 뜻으로, 내가 직접 만든 노래로 무대에 오르고 싶어 기존 밴드 활동과는 별개로 신청하여 공연하게 되었다.


작은 카페나 술집 등에서 몇 안 되는 관객과 함께하는 공연이었지만, 새로운 경험을 하는 일이 나에게 어떻게든 좋은 영향이 되어줄 것이라는 믿음 하나로 오른 무대였다. 그런데 정말 나에게 큰 영향을 준 것은 바로 몇 안 되는 관객이었다.

 

내 차례가 끝난 후, 나의 음악에 대한 관객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어떠한 점이 좋았고, 어떠한 점이 아쉬웠는지, 몇 안 되는 관객들은 나의 음악에 대해 아낌없는 조언을 해 주었다. 처음 만난 사람들이 나의 음악을 들어주었다는 것, 이에 대해 진솔한 이야기를 함께 나누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할 일이다.


그 무엇보다 처음 접한 사람의 무대에 능동적인 관객이 되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보통 우리가 시간을 내어 비용을 지불하고 관람하는 공연은 평소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공연 혹은 평소 관심 있었던 공연이 대다수이다. 콘서트장에서 느낄 수 있는 관객의 열기는 이러한 것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들은 무대 위에 있는 아티스트에게 언제나 좋은 관객이 되어준다. 그렇다면 이들이 다른 아티스트에게도 언제나 좋은 관객이 되어 줄 수 있는가?


앞서도 언급했지만 나는 결국 ‘능동적인 관객’이 좋은 관객이 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관객으로서 참여하기 위한 발걸음부터, 현장에 있는 그 순간까지 단 하나라도 무대와 교감하고 소통한 무엇인가가 있다면, 그 자체로도 좋은 관객이 되어준 것이라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2012년 한화 이글스에 입단해 국내 야구 리그에서 자신의 커리어 마지막 시즌을 보낸 ‘코리안 특급’ 박찬호 선수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나는 두산 베어스 팬이지만, 그가 현역 선수로서 마운드 위에 올라 마지막으로 공을 던지는 모습을 보기 위해 한화 이글스 경기를 관람했던 것이 기억난다.


그는 만 39세라는 불혹의 나이에, 자신의 고향 팀인 한화 이글스에 최저 연봉을 받고 입단, 그리고 계약금과 함께 6억을 유소년 야구에 기부한 후 자신의 화려한 커리어의 마지막을 시작했다. 적지 않은 나이와 국내 리그에 대한 적응 문제로 다소 아쉬운 성적으로 시즌을 마감했지만, 아무도 그를 비난하지 않았다.


내가 박찬호의 투구를 보기 위해 야구장에 간 그날도, 그는 아쉬운 경기를 펼치며 마운드를 내려갔다. 그럼에도 야구장에 온 관객들은 그에게 아낌없는 박수와 환호를 보냈고, 나 역시 자리에서 일어나 그의 이름을 외쳤다. 내가 응원하고 있는 팀과 전혀 관련 없는 경기에서, 지고 있는 팀의 강판하는 투수에게 큰 박수를 보내는 것. 내가 응원하는 팀의 승리 때만큼 가슴 뜨거운 박수라는 것을 느꼈다.


능동적인 관객에게는 기대와 다른 결과를 마주해도, 뜨거운 열정이 마음속에 영원히 남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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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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