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좋아하는 공간에 담기는 일 [공간]

글 입력 2021.10.21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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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곳에 살고 있나요?


공간이 인간에게 주는 영향력은 생각보다 강력하다. 광활한 자연 속에 담기는 것도 큰 의미가 있는 일이지만, 우리는 대개 실내의 공간에서 생활하고 있다.
 
그중 ‘집’이라는 공간은 내게 적어도 독립의 전까지는, 너무나 당연하고, 또 익숙한 공간이었다. 하지만 그 공간을 내가 직접 구성해본 경험은 없었다. 냉장고는 항상 부엌 왼쪽에, 컴퓨터는 서재 책상 위, 책상은 내 의지와는 관계없이 정해진 내 방 안에 있었다.

1달 쯤 전, 독립해 타지의 원룸에서 지내게 되었다. 자취 경험이 처음인 것은 아니지만, 원룸을 직접 보러 다닌 후 방을 고르고, 그 방을 구성하는 대다수의 가구와 가전을 포함한 전반적인 구성을 전적으로 담당하게 된 건 처음이었다.

정해진 예산 안에서 급하게 구한 방이었기에, 선택지 안에서 최선의 선택을 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방에 들어가 살게 되니 방을 구하러 다닐 때는 보이지 않았던, 혹은 몰랐던 싫은 부분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와 더불어 침대도 없던 방에서 일을 병행하며 가구와 가전을 고르는 일도 매번 즐겁지만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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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 것도 없던 입주 첫 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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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동안 이불만 깔고 지냈다 -

 
 
때문에 ‘인테리어는 쉬엄쉬엄하는 거야’ 라고들 하는 조언이 귀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나는 가능한 한 빨리 내가 좋아하는 공간 안에 있고 싶었다. 좀 더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내가 속한 공간을 좋아하기 위해 ‘노력’하고 싶었다.

그래서 입주 초기에 며칠 동안 방을 깨끗하게 청소하면서도, 내가 바꿀 수 없는 원룸의 구조 안에서 어떻게 하면 더 맘에 들고, 편하게 방에서 생활할 수 있을지 거듭 고민했다.
 
덕분에 모든 택배 배송이 멈추는 추석 명절을 끼고도 입주한지 한 달 즈음 지난 지금, 이 갈증(?)을 대강이나마 충족하는 방을 만들었다.
 
 
 

초보 자취러의 '나를 위한 공간 구성하기' TIP


 

(1) 색은 4가지 이내로

 

내가 고른 자취방은 초보 자취러에게는 ‘어려운’ 방이었다. 일단 ‘무난’한 화이트톤 벽지의 방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 벽지가 한 가지 색상으로 구성된 것도 아니었다(!). 네이비와 연그레이 벽지가 함께 있는 방이었고, 기본적인 빌트인 가구(싱크대, 옷장)들은 진그레이, 화장실 문과 창틀은 진한 브라운이었다.

 

한편 세탁기와 냉장고는 으레 그렇듯 화이트 색상이었다. 화이트 가전과 연그레이 벽지는 얼추 비슷한 색이라 다행이었지만, 나는 이 공간에서 더 이상 색을 늘리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네이비/월넛/그레이/화이트’, 이 네 색상 안에서 방을 구성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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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쉽게도 네 가지 색상 중 내가 좋아하는 색은 진한 브라운, 월넛뿐이었다. 그래서 나머지 색은 더 늘리지 않고, 브라운을 추가하는 식으로 스타일링을 하기로 했다. 침구와 침대 및 액자 프레임, 조명의 아래 하단 부분까지 월넛 색상으로 맞추며 좋아하는 색을 더 많이 배치하기 위해 노력했다. 원목 테이블까지 들여놓고 나니, 마음이 편해졌다.

 


(2) 번잡한 부분은 안 보이게

 

설상가상으로 내 방은 오픈형 붙박이 옷장을 옵션으로 달고 있었다. 좁은 원룸에서 오픈형 옷장이란, 높은 확률로 독이 된다는 걸 방을 고르러 다닐 땐 몰랐다. 절대적으로 좁은 공간 안에 모든 소지품을 수납해야 하는 원룸에서, 가장 많은 내용물이 든 오픈형 옷장을 볼 때마다 속이 답답해지는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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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패브릭 안 쪽을 공개할 수 없어 한이다 -

 

 

그래서 결국 열린 옷장에 뚜껑(?)을 만들어주기로 했다. 180cm가 넘는 긴 압축봉을 옷장 위에 달고, 방과 어울리는 디자인의 적당한 길이의 패브릭을 걸었다. 창문에 달린 다른 커튼 때문에 방이 더 좁아 보이진 않을까 걱정해, 옷장 전체를 가리는 패브릭이 아닌 2/3 정도의 길이를 선택해 단 건 좋은 선택이었다.

 

번잡한 부분을 가리기만 해도 방이 훨씬 깔끔해졌다. 빌트인 옷장에서 분리가 되는 부분을 따로 꺼내 미니 티비장으로 쓰고 있는데, 뒤에 있는 패브릭 때문에 TV 스크린에 더욱 집중이 잘 되는 예상치 못한 효과도 있다.

 


(3) ‘방꾸’의 완성은 공간 활용

 

모든 공간에서 그 활용도는 중요하지만, 절대적으로 공간이 좁은 원룸에서 공간 활용은 특히 중요하다. 물건을 내려놓을 바닥이 부족한 원룸에서 가장 넓게 쓰이는 공간 활용 팁은 역시 ‘공중부양’이다. 필요한 부분에 물건을 매달아 자리를 차지하지 않으면서도 공간을 넓게 활용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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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식기 건조대를 설치하지 않고도 생활이 가능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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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또한 ‘자석 고리’, ‘무타공 접착식 걸이대’, ‘선반 걸이’ 등의 아이템을 활용해 주방용품, 빨래 바구니, 우산 등 다양한 물건들을 매달았다. 할 수 있는 한, 물건들을 많이 공중부양시켜야 방을 꾸밀 수 있는 공간을 만들 수 있다.

 

벽, 선반을 잘 활용해야 프로 원룸 거주민으로 거듭날 수 있는 것이다. 몸이 편한 공간에 있어야 그 공간을 좋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생활을 편하게 만들기 위해, 이 공간을 좋아하기 위해 나는 주렁주렁, 열심히 달았다.

 

 

(4) 할 수 있는 선에서 남을 위한 공간으로

 

자취를 시작하며 크게 깨달았던 점 중 하나는 일회용품을 쓰기가 너무나 쉽다는 것이다. 물티슈, 일회용 청소포 등 이 좁은 공간을 청소하는 데는 물론, 생활을 이어나가는 데 하루에도 많은 일회용품이 소비되었다. 몸이 편한 데는 일회용품만 한 것이 없지만, 일회용품을 쓸 때마다 마음은 불편했다.


그래서 집 안에서만큼은 일회용 수저와 그릇, 컵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기존의 습관을 유지하면서도, 새로운 물건으로 기존의 일회용품을 대체했다. 지금은 음료 마시는 시간을 즐겁게 하기 위해 유리 빨대를, 깔끔한 주방을 위해 생분해가 가능한 목화솜 행주를 사용 중이다.(한 달을 쓴 결과 만족도가 높아서 추천한다!)

 

모든 종류의 일회용품을 안 쓰는 것은 아니지만, 확실히 처음 자취를 했던 때보다 일회용품 쓰레기가 줄었다. 할 수 있는 선에서 내 편의가 아닌 남을 위한 부분을 만들어보는 것도 의미 있는 공간 구성이라고 생각한다.


 

 

좋아하는 공간 안에 담긴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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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집순이로서, 집이라는 공간을 무엇보다 사랑하는 나이기에 지금 사는 곳이 완전하게 마음에 들지는 않는다. 일단 원룸은 어쩔 수 없이 좁고, 내 방은 완벽한 컨디션의 방도 아니기에 오래 살면 살수록, 단점은 눈에 잘 들어올 것이다.


하지만 이상적인 집만을 떠올리며 ‘이래서 싫어’, ‘저래서 별로야’ 하며 살고 있는 공간에 지루함을 느끼는 것보다 내가 선 곳에 조금씩이라도 원하는 방향으로 변화를 주는 게 일상을 작게나마 변화시키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다 보면 이 방 안에서만 볼 수 있는 창 밖의 풍경에 감사하게 되고, 테이블에 앉아 즐기는 티 타임도 즐겁게 느끼게 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스스로 '그 다음'의 변화를 만들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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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공간을 사람을 변화시킨다. 좋아하는 공간 안에 담길 수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그 공간이 내가 사는 집이 되기를 바라는 사람으로서, 앞으로도 크고 작은 노력을 기울이려 한다. 다가올 크리스마스 시즌, 새로운 소품과 침구로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잔뜩 낼 내 방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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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지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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